용화선원 501 2월 일요법회(93년)

춘유백화추유월(春有百花秋有月) 봄에는 온갖 꽃이 피고 가을에는 밝은 달이 비추고

하유청풍동유설(夏有淸風冬有雪)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

약무한사괘심두(若無閑事掛心頭) 만약 부질없는 일로 마음속에 걸림이 없다면

변시인간호시절(便是人間好時節) 문득 이것이 인간에 좋은 시절이더라.

*무문혜개(無門慧開) <무문관> / 원문 양풍(凉風)

 

돈오심원개보장(頓悟心源開寶藏) 마음의 근원을 몰록 깨달아서 보배창고를 열면

연생식득본래신(緣生識得本來身) 인연으로 생긴 것이 본래의 몸임을 알게 되리라

연화근발어니리(蓮花根發淤泥裏) 연꽃이 그 뿌리는 진흙속에 박혀 있으나

각소거진불염진(卻笑居塵不染塵) 티끌에 있지만 티끌에 오염되지 않음을 보고 문득 웃음이 나오더라.

*박산무이 <無異禪師廣錄>

 

상풍괄지소고해(霜風刮地掃枯荄) 서릿바람이 땅을 깎고 마른 뿌리를 쓸고 지나가는데

수각동군금이회(誰覺東君今已廻) 누가 봄이 이미 돌아온 줄을 알았겠느냐

유유영매선누설(唯有嶺梅先漏洩) 오직 저 산마루에 매화가 먼저 봄뜻을 누설해서

일지독향설중개(一枝獨向雪中開) 한 가지가 눈 속을 향해서 피었구나.

*남명 천(南明 泉) <선문염송> ‘염화시중’에 대한 게송

 

용화선원 502 3월 일요법회(93년)

만물영고자유시(萬物榮枯自有時) 만물이 무성했다가 시드는 것이 다 스스로 때가 있으니

난향춘일국개지(蘭香春日菊開遲) 난초는 봄날에 향기롭고 국화는 늦게 피는구나

세간궁달개여차(世間窮達皆如此) 세간의 흥망성쇠도 다 이와 같아서

선후수수일양사(先後雖殊一樣思) 선후는 비록 다르지만 다 마찬가지로구나.

*부휴선수 ‘秋菊春蘭各有時’

 

구죽생신순(舊竹生新筍) 묵은 대나무에서 새순이 나고

신화장구지(新花長舊枝) 새꽃은 묵은 가지에서 자라나는 법이라

우최행객로(雨催行客路) 비는 여행자의 길을 재촉하고

풍송편범귀(風送片帆歸) 바람은 조각배가 (목적지에) 빨리 가게 하는구나.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離相寂滅分

 

사대오온동경상(四大五蘊同鏡像) 사대오온은 마치 거울에 나타나는 영상과 같음이요

공공무아역무인(空空無我亦無人) 공하고 공해서 나도 없고 또한 남도 없느니라

무아무인성상주(無我無人性常住) 나도 없고 남도 없어서 성품이 항상 주하면

동지동천고도금(同地同天古到今) 하늘과 땅과 더불어 예나 이제나 영원함이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離相寂滅分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모든 함이 있는 법은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 같은 것이니라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갯불과 같으니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응당 이와 같이 관을 지을지니라.

*<금강경> 사구게 應化非眞分

 

용화선원 503 4월 일요법회(93년)

만법유래공리화(萬法由來空裏花) 만법이 본래 허공 속에 핀 꽃인데

기의도산해중사(豈宜徒算海中沙) 어찌 마땅히 부질없이 바다 속에 모래를 세리요

단종철벽은산투(但從鐵壁銀山透) 다못 본참공안을 좇아 철벽은산을 뚫을지언정

불문여하우약하(不問如何又若何) 여하약하를 묻지 말지니라.

*사명대사 ‘贈圓沙彌求頌’

 

조가화소심무한(鳥歌花笑心無限) 산새는 노래하고 꽃들은 미소 짓는데 나의 마음은 그지없구나

월백청풍도미빈(月白淸風道未貧) 달은 하늘에 희고 바람은 맑은데 도닦는 자미를 무엇에 비할까

종금일납중중보(從今一衲重重補) 이제부터 누더기 하나를 누덕누덕 기워 입고 검박하게 살면서

불하운잠노차신(不下雲岑老此身) 구름 오락가락하는 산골짜기에서 내려가지 않고 이 몸 늙히리라.

*경허성우 ‘伽倻山’ 게송 중에 3,4,7,8 구절

 

용화선원 504 법보재(93년)

오조서래유유이(吾祖西來唯有以) 우리의 초조 달마스님께서 서쪽에서 오신 까닭이 있으니

영인철견본가풍(令人徹見本家風)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의 본래면목을 깨닫게 하는데 있음이로다

주공일득금강안(做功一得金剛眼) 참선을 해서 금강안을 깨달으면

광겁무명당하공(曠劫無明當下空) 광겁에 지은 무명업장이 당하에 공해 버릴 것이니라.

*부휴선수 ‘贈道默禪子’

 

도재무타유재아(道在無他唯在我) 도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내게 있는 것이니

불수구원불구천(不須求遠不求天) 모름지기 멀리 구하지도 말고 하늘에서 구하지도 말아라

수심정좌산창하(收心靜坐山窓下) 마음을 거두고 고요히 산창 아래 앉아서

주야상참조주선(晝夜常參趙州禪) 밤낮으로 항상 조주선을 참구할지니라.

*부휴선수 ‘次眼師韻’ / 원문 道不在他唯在我,

 

무성무취난심적(無聲無臭難尋迹) 아무 소리도 없고 아무 냄새도 없어서 찾기 어려운데

하황형용지묵경(何況形容紙墨經) 하물며 무어라고 형용을 하며 종이나 먹으로 표현할 수 있으리오

일념회기천지동(一念回機天地動) 일념으로 기틀을 돌이켜 하늘과 땅이 뒤바뀌면

고금현성비견행(古今賢聖比肩行) 고금의 현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갈 수 있음이니라.

*부휴선수 ‘次眼師韻’

 

용화선원 505 5월 일요법회(93년)

철수화개별시춘(鐵樹花開別時春) 쇠로 된 고목나무에 꽃이 피니 특별한 봄이요

사해향풍종차기(四海香風從此起) 동서남북 사해의 향기로운 바람이 이로부터 일어나는구나

본래성불비타득(本來成佛非他得) 본래 성불해 있는 것이지 다른 곳에서 얻는 것이 아님이라

심약진시도이친(心若眞是道易親) 마음 하나 참되면 도는 친하기 쉬우니라.(바로 얻을 수 있다)

*3,4구 중봉명본 ‘寄同參十首’ 중에서 / 원문 心若眞時

 

사자굴중무이수(獅子窟中無異獸) 사자굴 속에는 다른 짐승이 없고

상왕행처절호종(象王行處絶狐蹤) 코끼리 왕이 행하는 곳에 여우의 발자취가 끊어짐이라

갱파일지무공적(更把一枝無孔笛) 다시 한 가지 구멍없는 젓대를 잡고

등한취출만년환(等閑吹出萬年歡) 멋지게 영원히 행복한 (깨달음의) 곡조를 불어낼지어다.

*1,2구 낙보원안(樂普元安) <전등록> / 3,4구 천의업해요청(天衣業海了清) 선사 <增集續傳燈錄>

 

입해산사도비력(入海算沙徒費力)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세느라 헛된 힘을 소비함은

구구미면주홍진(區區未免走紅塵) 구구히 허송세월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니

쟁여운출가진보(爭如運出家珍寶) 어찌 내 집의 보배를 찾아내서

고목생화별시춘(枯木生花別是春) 고목나무에 꽃이 피게 하는 특별한 봄과 같을 것인가.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無爲福勝分

 

용화선원 506 부처님오신날(93년)

창출무생일곡가(唱出無生一曲歌) 생사없는 진리의 노래 한곡조를 불러내니

대천사계용금파(大千沙界涌金波) 삼천대천세계가 온통 찬란한 금색물결이 일어나는구나

염래물물진면목(拈來物物眞面目) 무엇이고 잡아온대로 두두물물이 다 참 면목인데

하필자황변불마(何必紫黃辨佛魔) 하필 붉다 누렇다, 부처다 마구니다 가려낼 것이 무엇이 있느냐.

 

물어중로사공왕(勿於中路事空王) 중도에서 공왕을 섬기지 말고(무기공에 떨어져 있지 말고)

책장수심달본향(策杖須尋達本鄕) 채찍을 가해서 모름지기 본고향을 찾을지니라

약야인순허상일(若也因循虛喪日) 만약 그럭저럭 헛되이 세월을 보내면

갱대하물답명왕(更待何物答冥王) 무엇을 가지고 명왕에게 답할 것인가.

*부휴선수 ‘贈一禪伯’ / 원문 更持

 

조가화소심무한(鳥歌花笑心無限) 산새는 노래하고 꽃들은 미소 짓는데 나의 마음은 그지없구나

월백청풍도미빈(月白淸風道未貧) 달은 하늘에 희고 바람은 맑은데 도닦는 자미를 무엇에 비할까

종금일납중중보(從今一衲重重補) 이제부터 누더기 하나를 누덕누덕 기워 입고 검박하게 살면서

불하운잠노차신(不下雲岑老此身) 구름 오락가락하는 산골짜기에서 내려가지 않고 이 몸 늙히리라.

*경허성우 ‘가야산’ 8구의 게송 중에 3,4,7,8 구절

 

용화선원 507 하안거 결제(93년)

발심사해(發心似海) 발심을 하되 바다와 같이 깊게 하고

입지여산(立志如山) 뜻을 세우되 태산과 같이 높게 할지니라

생사사대(生死事大) 생사문제가 크고

무상신속(無常迅速) 무상하기는 번갯불같이 빠르니

당근정진(當勤精進) 마땅히 정진을 하되

여구두연(如救頭燃) 머리에 불붙은 것을 끄듯 그렇게 하라

속성정각(速成正覺) 속히 바른 깨달음을 이루어서

광도중생(廣度衆生) 널리 중생을 제도하라.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무위진인몰형단(無位眞人沒形段) 계급없는 참사람은 형상이 없으나

심상출입면문중(尋常出入面門中) 항상 얼굴을 통해서 출입하더라

당능일념회기료(倘能一念回機了) 만약 한생각에 그 기틀을 돌이켜 마치면

답단전광유수성(踏斷電光流水聲) 번갯불과 흐르는 물소리를 밟아서 끊으리라.

*사명대사 ‘有一倭僧求語’

 

용화선원 508 6월 일요법회(93년)

승침상속의선마(昇沈相續蟻旋磨)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개미가 맷돌 도는 것과 같고

증애교전상익니(憎愛交纏象溺泥) 애정과 원한이 서로 얽힌 것이 코끼리가 진흙에 빠진 것과 같음이라

미긍현애친살수(未肯懸崖親撒手) (오욕락의) 벼랑에서 친히 손을 놓아버리지 못하면

부지신고대하시(不知辛苦待何時) 쓰라리고 괴로운 것에서 어느 때에 벗어날지 모르겠구나.

*중봉명본 ‘寄同參十首’ 중에서

 

수행수시용심진(修行須是用心眞) 수행하는 데는 모름지기 그 마음을 진실히 써야 하니

심약진시도이친(心若眞時道易親) 마음만 진실해버리면 도는 쉽게 친해진다

미오이도단재아(迷悟二途端在我) 미하고 깨닫고 하는 것은 단서가 내게 있으니

시비양자막수인(是非兩字莫隨人) 시비 이 두 글자는 다른 사람을 따르지 말아라.

*중봉명본 ‘寄同參十首’ 중에서

 

벽파남통북(壁破南通北) 벽이 무너지니 남북으로 통하고

첨소안근천(簷疎眼近天) 처마가 부러지니 하늘이 가까워졌구나

막위황량고(莫謂荒凉苦) 이것을 큰 고통이라 말하지 말라

영풍득월선(迎風得月先) 시원한 바람도 불고 달도 볼 수 있으니 좋구나.

*환성지안 ‘呼韻’

 

 

 

• 용화사 509

 

용화선원 510 7월 일요법회(93년)

참문수의제아만(參問須宜除我慢) 참선을 하려면 모름지기 아만을 제해버려야 하고

수행지합거탐진(修行只合去貪嗔) 수행해 나가는 데는 탐심진심을 버려야 한다

수문훼예여풍과(雖聞毁譽如風過) 비록 헐뜯거나 칭찬하는 소리를 들어도 바람이 지나간 것처럼 여기면

만사무심도자신(萬事無心道自新) 만사에 무심해서 도가 저절로 새로워 질 것이다.

*부휴선수 ‘贈峻上人’

 

인인자유충천기(人人自有衝天氣) 사람마다 하늘을 찌르는 기상을 갖고 있으니

일념회광시장부(一念廻光是丈夫) 한생각 돌이키면 이것이 바로 대장부니라

막도염화소식단(莫道拈花消息斷) 염화 소식이 끊어졌다 말하지 말라

우여산조갱상호(雨餘山鳥更相呼) 비갠 뒤에 산새가 서로 부르고 있지 않느냐.

*부휴선수 ‘次鐘峰’

 

인간부명전광중(人間浮命電光中) 인간의 뜬 목숨이 번갯불처럼 잠깐인데

도비정신주동북(徒費精神走東北) 정신을 쓸데없이 소비하여 동서남북으로 다니는구나

퇴은임천빈역락(退隱林泉貧亦樂) 산림 속에 숨어살면 가난도 즐거움이라

부지신곤시비풍(不知身困是非風) 시비의 바람 속에 시달림을 받지 않음이로다.

*부휴선수 ‘嘲士大夫’ / 원문 走北東

 

용화선원 511 8월 일요법회(93년)

만리장공우제시(萬里長空雨霽時) 만 리나 되는 넓은 허공에 비가 개이니

일륜명월영청휘(一輪明月映淸輝) 한바퀴 밝은 달이 밝고 맑게 온천지를 비추는구나

부운엄단천인목(浮雲掩斷千人目) 뜬 구름 한 점이 달을 가려 천 사람의 눈을 가리워 버리니

득견항아면자희(得見姮娥面者稀) 항아의 얼굴을 본 자가 드물구나.

*불감혜근 <禪宗頌古聯珠通集>

 

행봉불법득인신(幸逢佛法得人身) 다행히 불법을 만나서 사람몸을 얻어서

역겁수행근성불(歷劫修行近成佛) 역겁을 수행을 해가지고 머지않아 성불에 가까왔는데

일기진심수사신(一起嗔心受蛇身) 한번 진심을 낸 과보로 이렇게 뱀몸을 받았으니

함정구불능언어(含情口不能言語) 생각은 환한데 입으로는 말을 못하더라.

*금강산 표훈사 돈도암(頓道庵) 홍도(弘道)비구 '수사신보시(受蛇身報詩)' 16구절 중 4구절

 

도부재타유재아(道不在他唯在我) 도는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내게 있는 것이니

불수구원우구천(不須求遠又求天) 모름지기 멀리 구하지도 말고 하늘에서 구하지도 말아라

수심정좌산창하(收心靜坐山窓下) 마음을 거두고 고요히 산창 아래 앉아서

주야상참활구선(晝夜常參活句禪) 밤낮으로 항상 활구선을 참구할지니라.

*부휴선수 ‘次眼師韻’ / 원문 趙州禪

 

개중소식유수지(箇中消息有誰知) 이 속의 소식을 누가 있어 알리요

발분망신절기의(發憤忘身切起疑) 발분해서 몸을 잊고 간절히 의심을 일으켜라

화지일성천지괴(㘞地一聲天地壞) ‘와’하는 한마디 소리에 천지가 무너지니

하론북해여남타(何論北海與南陀) 어찌 북쪽 바다와 남쪽 언덕을 말하리오.

*부휴선수 ‘次松雲韻贈正道人’ / 원문 天地毁, 南陲

 

용화선원 512 하안거 해제(93년)

당하지귀아시수(當下知歸我是誰) 당장 ‘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을 알아야 하니

의정거처요분명(疑情擧處要分明) 의정 일어난 곳에 분명함을 요하느니라

막파심량중복탁(莫把心量重卜度) 마음으로 헤아리고 점치고 따지지 말라

혜등호향풍전속(慧燈好向風前續) 지혜의 등불을 바람 앞에서도 꺼지지 않도록 이어 갈지니라.

*박산무이 ⟪無異禪師廣錄⟫17권. 2,3구 ‘示朱羅青民部’ / 1,4구 ‘示蔡聖龍祠部’

 

피치삭발유래유(披緇削髮有來由) 먹물 옷을 입고 삭발한 데는 까닭이 있는 것이니

막향청산공백두(莫向靑山空白頭) 청산 속에 공연히 머리만 희게 하지 말지니라

사십구년다소설(四十九年多少說) 부처님께서 사십구년 동안 설하신 많은 법문이

종횡위아지귀휴(縱橫爲我指歸休) 종횡으로 모두 밖으로 치닫지 말고 자기를 찾으라는 한마디이니라.

*소요태능 ‘示密行禪子’ / 원문 剃髮

 

정체종래절성색(正體從來絶聲色) 바른 진리의 체는 본래로 소리와 색상을 여읜 것이니

멱즉지군불견종(覓則知君不見蹤) 찾은 즉 그대는 알라, 자취를 보지 못할 것이다

묘봉정상일전신(妙峰頂上一轉身) 수미산 꼭대기에서 한 번 몸을 굴리면(타성일편 경계에서 더욱 간절히 참구해 깨치게 되면)

시방무처불봉거(十方無處不逢渠) 시방 세계에 그[참나]를 만나지 아니한 곳이 없으리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離色離相分

 

용화선원 513 9월 일요법회(93년)

삼계진로여해활(三界塵勞如海闊) 삼계화택의 생사진로가 저 바다처럼 넓고 넓은데

무고무금요괄괄(無古無今鬧聒聒) 옛도 없고 지금도 없이 시끄럽고 시끄럽구나

진향자가심념생(盡向自家心念生) 모두 다 자기의 마음생각으로부터 벌어진 것이니

일념불생도해탈(一念不生都解脫) 한 생각 나지 않으면 모두 해탈이 되는 것이니라.

*중봉명본 경책가(警策歌)

 

백년부환수중구(百年浮幻水中漚) 인생백년이 뜬구름, 환상, 물거품과 같은 것이니

부지종일위수망(不知終日爲誰忙) 종일토록 누구를 위해 그렇게 바쁜가

약지망리진소식(若知忙裏眞消息) 만약 그렇게 바쁜 속에서 참소식을 안다면

일타연화생불탕(一朶蓮花生沸湯) 한송이 연꽃이 끓는 물에서 피어나는 것과 같도다.

*자수 심(慈受 深) <慈受深和尚廣錄> / 이 게송 원문의 첫구는 莫妄想 好參詳

 

일파재동만파수(一波纔動萬波隨) 한 물결 일어나자마자 일만 물결이 따르니

사의순환기요기(似蟻循環豈了期) 개미가 쳇바퀴 도는 것과 같아서 언제 끝날 때가 있으리오

금일여군도할단(今日與君都割斷) 오늘 그대와 더불어 다 끊어 버려야만

출신방호장부아(出身方號丈夫兒) 바야흐로 몸을 뛰쳐나온 대장부라고 부를 수 있으리라.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一體同觀分 / 纔는 ‘자’로 읊으심

 

• 용화사 514

 

용화선원 515 10월 일요법회(93년)

백년지시잠시간(百年只是暫時間) 인생 백년이 잠깐 동안에 불과하니

막파광음당등한(莫把光陰當等閒) 시간을 등한이 보내지 말라

약요불경염노안(若要不經閻老案) 만약 염라왕 앞에서 심판받지 않으려 할진댄

직수참투조사관(直須參透祖師關) 곧바로 참선해서 조사관을 뚫을지니라.

*나옹스님 ‘警世’ / 8구 게송 중에서 1,2,7,8구

 

흑운재기홀문뢰(黑雲才起忽聞雷) 먹구름이 일어나자 우레소리가 들리더니

백우시종야외래(白雨時從野外來) 흰 비가 온 산과 들에 내리는구나

사위행인세염열(似爲行人洗炎熱) 길 가던 여행자의 땀에 젖은 옷을 씻어주고

우종귀로정진애(又從歸路淨塵埃) 또 돌아가던 길의 먼지를 깨끗이 해 주는구나.

*정몽주 ‘送中遇雨’

 

안자고비수자류(雁自高飛水自流) 기러기는 저 높이 날고 물은 스스로 흘러가는데

백운홍수잡산두(白雲紅樹雜山頭) 흰 구름과 붉은 나무들은 산 고개에 여기저기 섞여 있구나

계변낙엽미귀로(溪邊落葉迷歸路) 시냇가에 낙엽으로 갈 길이 희미한데

임리소종산객수(林裏疏鍾散客愁) 숲속에 드문드문 울려오는 종소리가 나그네의 시름을 달래주는구나.

*부휴선수 ‘秋日遊山’

 

용화선원 516 최기항영가 49재 천도법어(93년)

계성변시광장설(溪聲便是廣長舌) 시냇물 소리는 문득 부처님의 광장설법이요

산색기비청정신(山色豈非淸淨身) 산빛이 어찌 청정한 부처님의 몸이 아니리요

야래팔만사천게(夜來八萬四千偈) 밤으로부터 온 팔만사천가지나 되는 진리의 노래를

타일여하거사인(他日如何擧似人) 다른 날에 어찌 다른 사람에게 보일 것인가.

*소동파 오도송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 용화사 517

 

용화선원 518 11월 일요법회(93년)

낙일추광만취미(落日秋光滿翠微) 떨어진 해 가을빛이 산기슭에 가득한데

난봉상엽축풍비(亂峰霜葉逐風飛) 어지러운 봉우리에는 서리맞은 이파리가 바람을 쫓아 나는구나

계산갱호사양리(溪山更好斜陽裏) 시내 산에는 다시 기울어진 좋은 석양 속에

지대황혼월상귀(只待黃昏月上歸) 다못 황혼에 달이 떠오르는 것을 기다리는구나.

*부휴당대사집(浮休堂大師集)卷之四 福泉東臺 / 취미 : 청록빛의 산색, 산의 중턱, 청산

 

지계삼천겁(持戒三千劫) 삼천겁동안 계를 지키고

송경팔만세(誦經八萬歲) 팔만세동안 경을 외운다 할지라도

불여반식경(不如半食頃) 밥 반 그릇 먹을 동안

단좌염실상(端坐念實相) 단정히 앉아 ‘이뭣고?’ 한 것만 같지 못하다.

 

불법유행불관시(佛法流行不關時) 불법이 유통해서 행해지는 것은 시대와 상관이 없으니

즉심변시기성쇠(卽心便是豈盛衰) ‘마음이 곧 부처’라 하는 신념에 입각해서 본다면 어찌 성쇠가 있으리오

조제화락진소식(鳥啼花落眞消息) 새가 울고 꽃이 지는데 참소식이 역력히 드러난 것이니

지자희이설향수(只自熙怡說向誰) 다만 이 참소식을 스스로 즐길지언정 누구를 향해 말하리오.

*부휴선수 ‘次鍾峰’의 1,2구와 7,8구

 

용화선원 519 동안거 결제(93년)

보전주인증작몽(寶殿主人曾作夢) 보배집 주인이 일찍이 긴 꿈에 잠겼는데

무명초무기다년(無明草茂幾多年) 얼마나 많은 세월동안 무명초가 무성했구나

금향금강봉하락(今向金剛鋒下落) 이제 금강의 칼날을 향해서 무명초가 땅에 떨어지니

무한광명조대천(無限光明照大千) 한없는 광명이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는구나.

*집도게(執刀偈)

 

영축염화시상기(靈鷲拈花示上機) 영축산에서 꽃을 들어 상근기에게 보인 일

긍동부목접맹귀(肯同浮木接盲龜) 눈 먼 거북이 나무토막 만난 격이니

음광불시미미소(飮光不是微微笑) 가섭이 만약 미소 짓지 않았더라면

무한청풍부여수(無限淸風付與誰) 한없이 맑은 바람 누구에게 주었을꼬.

*삽계 익(霅溪 益) <선문염송> ‘염화시중’에 대한 게송 / 원문 淸香

 

정종소식몰자미(正宗消息沒滋味) 정통적인 종문 중의 최상승법[활구참선] 소식은 자미가 없으니

불용여하우약하(不用如何又若何) 이러쿵저러쿵 따지는 것도 소용이 없음이라

타파은산철벽거(打破銀山鐵壁去) 은산철벽을 타파해 버리면

차시방도사생하(此時方渡死生河) 이때에사 비로소 생사의 강을 건너는 것이니라.

*사명대사 ‘贈淳長老’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용화선원 520 12월 일요법회(93년)

가기철선입해래(駕起鐵船入海來) 쇠배를 타고 바다로 들어오니

조간휘처월정명(釣竿揮處月正明) 낚시대 빛나는 곳에 달이 정히 밝았구나

창명과래혼불각(滄溟過來渾不覺) 푸른 바다를 이미 지나온 줄 몰랐으니

종일행행부지행(終日行行不知行) 종일토록 가고 갔거만 가는 줄을 아지 못하더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究竟無我分 / 원문 駕起鐵船入海來 釣竿揮處月正明 性愛蟾光寒照影 滄溟過來渾不覺 更知道 途中 却憶靑山事 終日行行不知行

 

다생원채기어친(多生怨債起於親) 다생의 원수의 빚이 친한데서 일어나니

막약다생불식인(莫若多生不識人) 다생에 사람 아지 못한 것만 같지 못하다.

향아불문여광제(向我佛門如廣濟) 우리 불문에 있어서 널리 제도를 하는데 있어서는

무연진개대비은(無緣眞箇大悲恩) 인연없이 제도함이 참으로 대비은이니라.

*<預修十王生七齋儀纂要> / 원문 1구 古來冤債起哀親

 

춘유백화추유월(春有百花秋有月) 봄에는 온갖 꽃이 피고 가을에는 밝은 달이 비추고

하유양풍동유설(夏有凉風冬有雪)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

약무한사괘심두(若無閑事掛心頭) 만약 부질없는 일로 마음속에 걸림이 없다면

변시인간호시절(便是人間好時節) 문득 이것이 인간에 좋은 시절이더라.

*무문혜개(無門慧開) <무문관>

 

용화선원 521 1월 일요법회(94년)

사서순환난부한(四序循環暖復寒) 사시절이 돌고 돌아 더워졌다 추워졌다 하기를 반복하는데

미후심련육화촌(獼猴深戀六華村) 원숭이는 여섯가지 꽃이 피는 마을을 깊이 그리워하는구나

이성안색증무가(耳聲眼色曾無暇) 귀로 소리를 듣고 눈으로 색상을 보는데 잠시도 겨를이 없으니

염념나지시사문(念念那知是死門) 생각 생각 죽음의 문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중봉명본 ‘警世卄二首’ 중에서

 

돈오심원개보장(頓悟心源開寶藏) 마음의 근원을 몰록 깨달아서 보배창고를 열면

연생식득본래신(緣生識得本來身) 인연으로 생긴 것이 본래의 몸임을 알게 되리라

연화근발어니리(蓮花根發淤泥裏) 연꽃이 그 뿌리는 진흙속에 박혀 있으나

각소거진불염진(卻笑居塵不染塵) 티끌에 있지만 티끌에 오염되지 않음을 보고 문득 웃음이 나오더라.

*박산무이 <無異禪師廣錄>

 

• 용화사 522

 

용화선원 523 성도재(93.12.08.음)

일파재동만파수(一波纔動萬波隨) 한 물결 일어나자마자 일만 물결이 따르니

사의순환기요기(似蟻循環豈了期) 개미가 쳇바퀴 도는 것과 같아서 언제 끝날 때가 있으리오

금일여군도할단(今日與君都割斷) 오늘 그대와 더불어 다 끊어 버려야만

방호출신장부아(方號出身丈夫兒) 바야흐로 몸을 뛰쳐나온 대장부라고 부를 수 있으리라.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一體同觀分 / 纔는 ‘자’로 읊으심

 

참선수투조사관(參禪須透祖師關) 참선은 모름지기 조사관을 뚫어야 하고

묘오요궁심로절(妙悟要窮心路絶) 묘한 깨달음은 마침내 마음길이 끊어짐을 요하느니라.

수궁산진의무로(水窮山盡疑無路) 물이 다하고 산도 다해 갈곳이 없는 줄 알았더니

유암화명우일촌(柳暗花明又一村) 버들은 드리워지고 꽃이 밝게 핀 또 한마을이 나타났구나.

*1,2구 무문혜개 <무문관> / 3,4구는 송(宋) 육유(陸游)의 율시 ‘游山西村’ 중에서, 원문 山重水複疑無路

 

탐착몽중일립미(貪着夢中一粒米) 꿈속에서 한톨의 쌀을 탐착하다가

실각금대만겁량(失却金臺萬劫糧) 부처님 세계의 만겁의 양식을 놓쳐버리는구나

무상찰나실난측(無常刹那實難測) 무상한 찰나는 실로 헤아리기 어렵나니

호불맹성급회두(胡不猛省急回頭) 어찌 맹렬히 반성해서 그 마음을 돌이키지 않느냐.

*납자십게(衲子十偈) ‘回頭’

 

• 용화사 524

 

용화선원 525 2월 일요법회(94년)

무위진인몰형단(無位眞人沒形段) 계급없는 참사람은 형상이 없으나

심상출입면문중(尋常出入面門中) 항상 얼굴을 통해서 출입하더라

당능일념회기료(倘能一念回機了) 만약 한생각에 그 기틀을 돌이켜 마치면

답단전광유수성(踏斷電光流水聲) 번갯불과 흐르는 물소리를 밟아서 끊으리라.

*사명대사 ‘有一倭僧求語’

 

삼가촌리형형례(三街村裏兄兄禮) 삼거리 시골 속에서 형님 형님하면서 서로 인사하고

요시전두부부지(鬧市廛頭父父知) 시끄러운 장 가게 앞에서 아저씨 아저씨하고 알고 지내는구나

일념회기즉재자(一念回機卽在玆) (바로 그 속에서) 한 생각 돌이킬 때 바로 여기에 있으나

호리유차유천리(毫釐有差謬千里) 터럭 끝만큼이라도 어김이 있으면 천리를 그르친다.

*사명대사 ‘贈松源宗長老僧’ 중에서

 

행년홀홀급여류(行年忽忽急如流)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 마치 급히 흐르는 물과 같고

노색간간일상두(老色看看日上頭) 늙은 빛이 얼른얼른 날마다 머리위로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지차일신비아유(只此一身非我有) 다못 이 한 몸뚱이도 내 것이 아닌데

휴휴신외갱하구(休休身外更何求) 쉬고 쉬어라, 이 몸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진각혜심 ‘息心偈’

 

• 용화사 526

 

용화선원 527 동안거 해제(94년)

여군동보우동행(與君同步又同行) 님과 더불어 함께 걷고 모든 행동을 함께 하는데

기좌상장세월장(起坐相將歲月長) 일어나고 앉으며 같이 생활하기를 얼마나 오래 했던가

갈음기손상대면(渴飮飢飡常對面) 목마르면 물마시고 배고프면 밥먹으면서 항상 얼굴을 맞대고 살아왔으니

불수회수갱사량(不須回首更思量) 모름지기 머리를 돌이켜서 다시 (찾으려고) 생각지 말라.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持經功德分

 

정체종래절색공(正體從來絶色空) 바른 진리의 체는 본래로 색과 공이 끊어진 것이니

멱즉지군불견종(覓則知君不見蹤) 찾은 즉 그대는 알라, 자취를 보지 못할 것이다

묘봉정상일전신(妙峰頂上一轉身) 수미산 꼭대기에서 한 번 몸을 굴리면(타성일편 경계에서 더욱 간절히 참구해 깨치게 되면)

시방무처불봉거(十方無處不逢渠) 시방 세계에 그[참나]를 만나지 아니한 곳이 없으리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離色離相分 / 원문 絶聲色

 

일중산진우일중(一重山盡又一重) 한 거듭 산이 다하고 또 한 거듭 산이로구나

화진산운해월정(話盡山雲海月情) 아무리 말을 해도 산의 구름처럼, 바다의 달처럼 한없는 정이 흐른다

무일물중무진장(無一物中無盡藏) 한물건도 없는 가운데 무진장하구나

백화유월유루대(百花有月有樓臺) 백가지 꽃이 피고 달이 있으며 또한 아름다운 누대가 있구나.

*2구 설두중현 <벽암록> 3,4구 소동파 ‘白紙贊’ / 원문 有花有月 ※3구는 無一物處無盡藏으로도 전해짐.

 

용화선원 528 3월 일요법회(94년)

만법유래공리화(萬法由來空裏花) 만법이 본래 허공 속에 핀 꽃인데

기의도산해중사(豈宜徒算海中沙) 어찌 마땅히 부질없이 바다 속에 모래를 세리요

단종철벽은산투(但從鐵壁銀山透) 다못 본참공안을 좇아 철벽은산을 뚫을지언정

불문여하우약하(不問如何又若何) 여하약하를 묻지 말지니라.

*사명대사 ‘贈圓沙彌求頌’

 

안견이문원불격(眼見耳聞元不隔) 보는 놈과 듣는 놈이 원래 다른 게 아니니

주명야암절상량(晝明夜暗絶商量) 낮이나 밤이나 상량심을 내지 말아라

본래성현하다사(本來成現何多事) 본래 원만하게 이루어져 있는 것인데 무슨 일이 있을 것인가

절기당기자부장(切忌當機自覆藏) 어떤 기틀에 당해서 스스로 덮어 감추려 하지 말지니라.

*중봉명본 ‘無隱’

 

백세광음여과극(百歲光陰如過隙) 백년세월이 문틈으로 스쳐가는 번쩍하는 햇빛과 같은데

하능구주재인간(何能久住在人間) 어찌 능히 인간세상에 오래오래 머무를 수 있겠느냐

의수강건수근주(宜隨强健須勤做) 마땅히 이만큼 젊고 이만큼 건강할 때 모름지기 부지런히 정진하라

생사임시부자한(生死臨時不自閑) 죽음에 이르르면 스스로 한가하지 못할 것이다.

*부휴선수 ‘警世’

 

용화선원 529 4월 일요법회(94년)

흉중하애부하증(胸中何愛復何憎) 가슴 속에 무엇을 사랑하며 다시 무엇을 미워할 것이 있는가

자괴인전백불능(自愧人前百不能) 스스로 사람 앞에 백가지 능치 못한 것을 부끄러워할 뿐이다

제차현성공안외(除此現成公案外) 이 현성 공안 밖에, 이것을 제해 놓고

차무불법계전등(且無佛法繼傳燈) 불법의 등을 계승해서 전해가는 길이 없는 것이니라.

*중봉명본 ‘山居十首’ 중에서

 

견색비간색(見色非干色) 색을 보되 색에 간섭받지 않고

문성불시성(聞聲不是聲) 소리를 듣되 소리가 아님이라

색성불애처(色聲不礙處) 무슨 색상을 보건 무슨 소리를 듣건 걸림없는 곳에 이르면

친도법왕성(親到法王城) 바로 법왕이 있는 곳에 도달하는 것이니라.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莊嚴淨土分

 

용화선원 530 법보재(94년)

우후정화연야발(雨後庭花連夜發) 비가 내린 뒤 뜰앞에 꽃이 밤을 새워 난만히 피어있고

청향산입효창신(淸香散入曉窓新) 맑은 향기가 풍겨 새벽창이 새롭구나

화응유의향인소(花應有意向人笑) 꽃은 뜻이 있어 사람들을 향해 웃고 있건만

만원선승공도춘(滿院禪僧空度春) 도량에 가득한 선승들은 헛되이 봄을 지내고 있구나.

*편양언기 ‘庭花’

 

석화광음주(石火光陰走) 석화와 같이 세월이 그렇게 빨리 흘러가는데

홍안진백두(紅顔盡白頭) 불그스레한 얼굴이 서릿발같은 흰머리가 되고 말았구나

인간백년몽(人間百年夢) 인간의 백년 동안 꾸는 꿈이

부유일생사(蜉蝣一生事) 하루살이의 일생사와 같구나.

*서산대사 ‘嘆世’ / 원문 石火光陰走 紅顔盡白頭 山中十年夢 人世是蜉蝣

 

유월육일 (六月六日) 오늘은 유월 육일

곡천수죄족(谷泉受罪足) 곡천은 죄 받기 마쳤다

불시상천당(不是上天堂) 천당에 올라가지 아니하면

필시입지옥(必是入地獄) 반드시 지옥에 갈 것이다.

*곡천(谷泉)선사 열반송 / 원문 今朝六月六 谷泉受罪足 不是上天堂 便是入地獄

 

용화선원 531 5월 일요법회(94년)

본참공안몰심사(本參公案沒心思) 본참 공안을 들면 마음에 모든 생각이 끊어져서

철벽은산백부지(鐵壁銀山百不知) 은산철벽에 막힌 것처럼 사량분별이 끊어짐이로다

의래의거의무간(疑來疑去疑無間) 의심해 가고 의심해 와서 의심에 간단이 없으면

고목개화만고지(枯木開花滿故枝) 고목에 꽃이 피어 가지마다 꽃이 활짝 피듯이 확철대오할 것이니라.

*소요태능 ‘贈道熙禪人’ / 원문 趙州公案

 

비불비심비시물(非佛非心非是物) 부처도 아니요 마음도 아니요 물건도 아닌데

만로피대긱신산(謾勞皮袋喫辛酸) 공연히 가죽푸대만 괴롭혀 쓸데없는 고생을 하고 있구나

현전경색청여세(現前境色淸如洗)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경색이 맑기가 씻은 듯한데

일일위군세지진(一一爲君細指陳) 낱낱이 그대를 위해 자상하게 생사없는 도리를 일러주고 있구나.

*박산무이 ⟪無異禪師廣錄⟫19권 ‘示方士雄居士’ / 원문 吃酸辛

 

백세광음여과극(百歲光陰如過隙) 백년세월이 문틈으로 스쳐가는 번쩍하는 햇빛과 같은데

하능구주재인간(何能久住在人間) 어찌 능히 인간세상에 오래오래 머무를 수 있겠느냐

의수강건수근주(宜隨强健須勤做) 마땅히 이만큼 젊고 이만큼 건강할 때 모름지기 부지런히 정진하라

생사임시부자한(生死臨時不自閑) 죽음에 이르르면 스스로 한가하지 못할 것이다.

*부휴선수 ‘警世’

 

불법유행불관시(佛法流行不關時) 불법이 유통해서 행해지는 것은 시대와 상관이 없으니

즉심변시기성쇠(卽心便是豈盛衰) ‘마음이 곧 부처’라 하는 신념에 입각해서 본다면 어찌 성쇠가 있으리오

조제화락진소식(鳥啼花落眞消息) 새가 울고 꽃이 지는데 참소식이 역력히 드러난 것이니

지자희이설향수(只自熙怡說向誰) 다만 이 참소식을 스스로 즐길지언정 누구를 향해 말하리오.

*부휴선수 ‘次鍾峰’의 1,2구와 7,8구

 

한산정상월륜고(寒山頂上月輪孤) 한산의 꼭대기에 둥근 달이 외로이 밝았는데

조견청공일물무(照見晴空一物無) 저 맑은 하늘에 달이 밝게 비추어서 한 물건도 없구나

가귀천연무가보(可貴天然無價寶) 귀하고 귀한 천연의 값없는 보배가

매재오음익신구(埋在五陰溺身軀) 색수상행식 오음으로 이루어진 몸속에 매장되어 있구나.

*한산시

 

용화선원 532 부처님오신날(94년)

천상천하무여불(天上天下無如佛) 하늘 위 하늘 아래 부처님 같은 분이 없고

시방세계역무비(十方世界亦無比) 시방세계에 또한 견줄 바가 없더라

세간소유아진견(世間所有我盡見) 세간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았지만

일체무유여불자(一切無有如佛者) 부처님 같은 분은 없더라.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살이었을 때 저사불을 친견하고 환희하여 7일간 한발로 서서 찬탄한 게송《대지도론》

 

농계유식탕와근(籠鷄有食湯鍋近) 닭장속의 닭은 식량이 있지만 전골냄비가 가깝고

야학무량천지관(野鶴無糧天地寬) 들의 학은 먹이를 주는 사람이 없지만 천지간에 자유롭더라.

원입송풍나월하(願入松風蘿月下) 원컨대 솔바람 불고 칡넝쿨 사이로 달이 비치는 곳에 들어가

장관무루조사선(長觀無漏祖師禪) 길이 무루의 조사선을 관하게 되어지이다.

*1, 2구인 농계유식~과 야학무량~은 지공(誌公)선사의 권세염불문(勸世念佛文)

 

용화선원 533 하안거 결제(94년)

만법유래공리화(萬法由來空裏花) 만법이 본래 허공 속에 핀 꽃인데

기의도산해중사(豈宜徒算海中沙) 어찌 마땅히 부질없이 바다 속에 모래를 세리요

단종철벽은산거(但從鐵壁銀山去) 다못 본참공안을 좇아 철벽은산을 향해 갈지언정

불문여하우약하(不問如何又若何) 여하약하를 묻지 말지니라.

*사명대사 ‘贈圓沙彌求頌’ / 원문 銀山透

 

사시순환난부한(四時循環暖復寒) 사시절이 돌고 돌아 더워졌다 추워졌다 하기를 반복하는데

미후심련육화촌(獼猴深戀六華村) 원숭이는 여섯가지 꽃이 피는 마을을 깊이 그리워하는구나

이성안색증무가(耳聲眼色曾無暇) 귀로 소리를 듣고 눈으로 색상을 보는데 잠시도 겨를이 없으니

염념나지시사문(念念那知是死門) 생각 생각 죽음의 문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사서(四序)로도 읊으심

 

흉중하애부하증(胸中何愛復何憎) 가슴 속에 무엇을 사랑하며 다시 무엇을 미워할 것이 있는가

자괴인전백불능(自愧人前百不能) 스스로 사람 앞에 백가지 능치 못한 것을 부끄러워할 뿐이다

제차현성공안외(除此現成公案外) 이 현성 공안 밖에, 이것을 제해 놓고

차무불법계전등(且無佛法繼傳燈) 불법의 등을 계승해서 전해가는 길이 없는 것이니라.

*중봉명본 ‘山居十首’ 중에서

 

용화선원 534 7월 일요법회(94년)

삼계지중분요요(三界之中紛擾擾) 삼계 가운데 어지럽게 돌아다님은

지위무명불료절(只爲無明不了絶) 다만 무명심을 끊지 못한 탓이다

일념불생심징연(一念不生心澄然) 한생각 남이 없어서 그 마음이 맑아 본연에 돌아가면

무거무래불생멸(無去無來不生滅)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고 생사도 없느니라.

*습득시(拾得詩)

 

해천공활월성륜(海天空濶月成輪) 넓은 바다 하늘에는 둥근 달이 휘영청 밝았는데

호호청파난사은(浩浩淸波爛似銀) 넓고 넓은 맑은 물결은, 찬란하기가 은가루를 뿌려 놓은 것과 같구나

막괴편주능좌우(莫怪扁舟能左右) 조각배가 능히 왼쪽, 오른쪽으로 가는 것을 괴이하게 생각지 말라

행선유재파소인(行船由在把梢人) 움직이는 배는 온전히 키를 잡은 사람에게 달려 있느니라.

*진각혜심 ‘四聞話’

 

용화선원 535 8월 일요법회(94년)

백세광음여과극(百歲光陰如過隙) 백년세월이 문틈으로 스쳐가는 번쩍하는 햇빛과 같은데

하능구주재인간(何能久住在人間) 어찌 능히 인간세상에 오래오래 머무를 수 있겠느냐

의수강건수근주(宜隨强健須勤做) 마땅히 이만큼 젊고 이만큼 건강할 때 모름지기 부지런히 정진하라

생사임시부자한(生死臨時不自閑) 죽음에 이르르면 스스로 한가하지 못할 것이다.

*부휴선수 ‘警世’

 

광음사효잉환석(光陰乍曉仍還夕) 시간은 잠깐 새벽이었다가 곧 저녁이 되고

초목재춘즉도추(草木纔春卽到秋) 초목은 겨우 봄인 듯 싶더니 문득 가을이로다

재세약무호말선(在世若無毫末善) 세상에 있을 적에 터럭만큼도 선행이 없다면

사장하물답명후(死將何物答冥侯) 장차 죽어서 염라대왕에게 무엇으로 대답하리오.

*경허성우 ‘結同修定慧 同生兜率 同成佛果稧社文’ 중에서 / 纔는 ‘자’로 읊으심

 

공좌동행세막지(共坐同行世莫知) 함께 앉고 함께 가면서도 세상 사람들은 알지 못하니

기인당면변봉이(幾人當面便逢伊) 몇 사람이 행주좌와 속에서 주인공을 만나고 있는가?

부앙시청증불매(俯仰視聽曾不昧) 얼굴을 쳐들고도 얼굴을 숙이고도, 항상 보고 들으면서 잠깐 동안도 매하지를 안혀

하수향외문거귀(何須向外問渠歸) 어찌 밖을 향해서 그를 물으면서 돌아 댕기냐 이거여.

*1,2구 보령인용(保寧仁勇) ‘共坐’에 대한 게송/ 3,4구 소요태능선사의 ‘詠懷’ 게송임.

 

용화선원 536 하안거 해제(94년)

안광삭파삼천계(眼光爍破三千界) 눈빛이 빛나서 삼천계를 비추었는데

이유동정벽모한(裏有瞳睛碧眸寒) 그 가운데 눈동자가 푸르고 차웁구나

흉차쇄락혼망세(胸次洒落渾忘世) 가슴속은 물 뿌려 쓸어 놓은 것처럼 쇄락한데 온 세상을 다 잊었고

중유뇌정기우신(中有雷霆氣宇新) 그 가운데 하늘에 우레가 울린 뒤에 그 기상이 새롭고 새롭구나.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持經功德分

 

외응중연수처적(外應衆緣隨處寂) 밖으로는 모든 인연을 응하되 곳에 따라서 적적하고

내명일적응무휴(內冥一寂應無虧) 안으로는 한 적적한 데 계합해서 뻑뻑이 이지러짐이 없더라

토리회회여대해(肚裏恢恢如大海) 뱃속은 넓고 넓어서 저 바다와 같이 큰데

일임천차유여무(一任千差有與無) 천가지 만가지 있고 없는 차별에 일임해 버리더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持經功德分 / 肚裏(두리)를 ‘토리’로 읊으심 / 원문 如海大

 

용화선원 537 10월 일요법회(94년)

백년지시잠시간(百年只是暫時間) 인생 백년이 잠깐 동안에 불과하니

막파광음당등한(莫把光陰當等閒) 시간을 등한이 보내지 말라

약요불경염노안(若要不經閻老案) 만약 염라왕 앞에서 심판받지 않으려 할진댄

직수참투조사관(直須參透祖師關) 곧바로 참선해서 조사관을 뚫을지니라.

*나옹스님 ‘警世’ / 8구 게송 중에서 1,2,7,8구

 

백년삼만육천조(百年三萬六千朝) 백년 삼만 육천일에

반복원래시자한(返覆元來是這漢) 반복하는 것이 원래 이 놈이로구나.

*오조법연 화상 영찬(影讚)

 

허비광음진가석(虛費光陰眞可惜) 광음을 허비하는 것이 참으로 가히 아까움이라

세간인로시비중(世間人老是非中) 세간 사람은 시비 속에서 늙어가고 있구나

불여단좌포단상(不如端坐蒲團上) 포단 위에 단정히 앉아서

근주공부계조풍(勤做工夫繼祖風) 부지런히 공부해서 불조의 혜명을 잇는 것만 같지 못하다.

*부휴선수 ‘警世’ / 원문 虛負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용화선원 538 11월 일요법회(94년)

승침상속의선마(昇沈相續蟻旋磨)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개미가 맷돌 도는 것과 같고

증애교전상익니(憎愛交纏象溺泥) 애정과 원한이 서로 얽힌 것이 코끼리가 진흙에 빠진 것과 같음이라

미긍현애친살수(未肯懸崖親撒手) (오욕락의) 벼랑에서 친히 손을 놓아버리지 못하면

부지신고대하시(不知辛苦待何時) 쓰라리고 괴로운 것에서 어느 때에 벗어날지 모르겠구나.

*중봉명본 ‘寄同參十首’ 중에서

 

좌석학견수학청(坐石學堅水學淸) 돌에 앉으면 견고함을 배우고 물을 쓸 때는 청정함을 배우며

대송사직월사명(對松思直月思明) 소나무를 보면 곧은 것을 생각하고 달을 보면 밝음을 생각할지니라

무언만상개사우(無言萬像皆師友) 말없는 만상이 다 우리의 스승이고 도반이니

수독산림주반성(雖獨山林主伴成) 비록 산 속에 홀로 지내더라도 그 모든 것들이 모두 스승이요 벗이더라.

*환성지안 ‘示學徒’

 

용화선원 539 동안거 결제(94년)

차주비대역비소(此珠非大亦非小) 내게 있는 이 구슬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주야광명개실조(晝夜光明皆悉照) 밤이나 낮이나 그 광명이 온세계를 비추고 있구나

멱시무물우무종(覓時無物又無蹤) 이 구슬을 찾아보면 모양도 없고 자취도 없건만

기좌상수상요요(起坐相隨常了了) 앉으나 설 때 항상 소소영령하게 따라 다니는구나.

*단하천연 ‘완주음(翫珠吟)’ 중에서

 

일파재동만파수(一波纔動萬波隨) 한 물결 일어나자마자 일만 물결이 따르니

사의순환기요기(似蟻循環豈了期) 개미가 쳇바퀴 도는 것과 같아서 언제 끝날 때가 있으리오

금일여군도할단(今日與君都割斷) 오늘 그대와 더불어 다 끊어 버려야만

방호출신대장부(方號出身大丈夫) 바야흐로 몸을 뛰쳐나온 대장부라고 부를 수 있으리라.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一體同觀分 / 纔는 ‘자’로 읊으심

 

용화선원 540 12월 일요법회(94년)

산승무외물(山僧無外物) 산승은 다른 물건이 없으니

유유천년심(唯有千年心) 오직 천년의 마음뿐이라

장천일성안(長天一聲鴈) 긴 하늘에는 한소리 기러기가 울고

서산낙일몰(西山落日沒) 서산에는 해가 넘어가는구나.

*1,2구 서산대사 ‘寄蓬萊子’

 

인생여환우여몽(人生如幻又如夢) 인생은 꼭두각시와 같고 또한 꿈과 같음이라

낙일종시고일장(樂日終時苦日長) 즐거운 날이 끝나면 머지않아 괴로운 날로 바뀔 것이니라

약야심두무정혜(若也心頭無正慧) 만약 사람이 마음에 바른 지혜가 없다면

사장하물답명왕(死將何物答冥王) 죽어서 무엇을 가지고 염라대왕 앞에 대답할 것인가.

*서산대사 ‘誡雙印小師’

 

광명적조변하사(光明寂照遍河沙) (깨달은 자성에서 나오는) 광명이 삼천대천세계를 다 비추면

범성함령공아가(凡聖含靈共我家) 범부 성인 중생이 다 한 집안이니라

일념불생전체현(一念不生全體現) 한 생각 나지 아니하면 전체[부처님의 면목]가 그대로 드러나는데

육근재동피운차(六根纔動被雲遮) 육근이 움직이면 구름에 가리워져 버림이라.

단제번뇌중증병(斷除煩惱重增病) 번뇌를 끊어서 없애려고 하면 거듭 병통을 더 증가시키는 것이요

취향진여역시사(趣向眞如亦是邪) 진여를 향해서 나아가려고 마음을 먹으면 또한 이것도 삿된 것이니

수순세간무가애(隨順世間無罣碍) 세간에 수순하되 걸림이 없어야사

열반생사등공화(涅槃生死等空花) 생사와 열반이 허공의 꽃과 같음이라.

*장졸수재(張拙秀才)의 오도송 / 纔(겨우 재)를 ‘자’로 읊으심 / 원문 隨順世緣

 

용화선원 541 1월 일요법회(95년)

사대성고취(四大誠苦聚) 이 몸은 진실로 괴로움이 뭉쳐진 것이요

삼계진화택(三界眞火宅) 온 세계는 참으로 불집이니라

여아구출몰(汝我俱出沒) 그대와 내가 이 고해 속에 나왔다 죽어 가는데

겁해종난측(劫海終難測) 무량겁 이전부터 미래까지 언제 끝날지 헤아릴 수가 없구나.

*서산대사 ‘寄應禪子兼示神秀沙彌’

 

약인욕료지(若人欲了知) 만약 사람이

삼세일체불(三世一切佛)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알고자 할진댄

응관법계성(應觀法界性) 응당 법계의 성품을 관하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일체가 마음으로 이루어졌느니라.

*<화엄경> 야마궁중게찬품(夜摩宮中偈讚品) 중에서, 각림(覺林)보살의 게송

 

하청고처입초연(下淸高處立超然) 하청산 높은 곳에 초연히 섰으니

안저칠산조백천(眼底七山朝百川) 눈 아래는 칠산도와 백천 강물이 이곳을 향해 조읍(朝揖)을 하고 있구나

영욕굴신도양망(榮辱屈伸都兩忘) 명예나 욕된 것이나 펴진 것이나 구부러진 것을 다 잊어버리니

자가흉리유진천(自家胸裏有眞天) 내 가슴속에 참다운 하늘이 있구나.

*석음공(石陰公 : 朴魯述)

 

• 용화사 542

 

용화선원 543 성도재(94년)

유락천애기도왕(流落天涯幾度往) 하늘가의 방랑객이 되어서 몇 번이나 돌고 돌다가

아인산하기회환(我人山下幾回還) 아상과 인상의 산하를 몇 번이나 돌았던가

은애하중홀봉사(恩愛河中忽逢師) 은혜와 사랑의 강 속에서 문득 선지식을 만나서

답득상락고향로(踏得常樂故鄕路) 생사없는 마음의 고향길을 밟게 되었더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離相寂滅分 : 원문 流落天涯 幾度往返我人山下 幾度出沒恩愛河中 忽逢良友 指示 踏得常樂家鄕

 

비여화석문상재(譬如畵石紋常在) 비유컨대 마치 돌에 그림을 그리면 천년만년을 가지만

화수속멸불구주(畵水速滅不久住) 물에 그리면 금방 없어져 버리는 것과 같다

진여화석선화수(嗔如畵石善畵水) 진심을 내는 것은 돌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고 선업을 쌓는 것은

                                                                          물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으니

선사이망신난득(善事易亡身難得) 좋은 일은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에 몸을 얻기 어려우니라.

*원문 <대반열반경> 譬如畵石其文常在畵水速滅勢不久住 瞋如畵石 諸善根本如彼畵水

 

청정법신무내외(淸淨法身無內外) 청정법신은 내외가 없고

거래생사일진상(去來生死一眞常) 오고 감이 모두 한 참된 모습이로다

단능일념귀무념(但能一念歸無念) 다만 능히 한 생각을 돌이켜 생각없는 데에 돌아가면

고보비로정상행(高步毘盧頂上行) 높이 비로정상을 걸어가는 것이니라.

*다비문

 

• 용화사 544

 

용화선원 545 2월 일요법회(95년)

욕초호조다종수(欲招好鳥多種樹) 좋은 새를 초대하고자 할진댄 나무를 많이 심고

원간산색단축장(願看山色短築牆) 저 먼 산 경치를 보고자 할진댄 담을 낮게 쌓을지니라

청수정이명월현(淸水靜而明月現) 맑은 물이 고요하면 밝은 달이 나타나고

신심정이제불강(信心淨而諸佛降) 신심이 깨끗하면 제불이 강림하시니라.

*1,2구 欲養鳥莫如多種樹 -鄭板橋- 

 

구죽생신순(舊竹生新筍) 묵은 대나무에서 새순이 나고

신화장구지(新花長舊枝) 새꽃은 묵은 가지에서 자라나는 법이라

우최행객로(雨催行客路) 비는 여행자의 길을 재촉하고

풍송편범귀(風送片帆歸) 바람은 조각배가 (목적지에) 빨리 가게 하는구나.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離相寂滅分

 

환자구의원(患者求醫員) 환자가 어진 의원을 구하듯이 하고

영아억모심(嬰兒憶母心) 어린아이가 어머니를 생각하듯이 하라

주공친절처(做工親切處) 공부가 의단독로해서 타성일편이 되면

홍일상동령(紅日上東嶺) 붉은 해가 동쪽 산에 떠오를 것이다.

*서산대사 ‘贈泉禪和子’ / 원문 病者求醫志, 上東岑

 

용화선원 546 동안거 해제(95년)

인인자유충천기(人人自有衝天氣) 사람마다 하늘을 찌르는 기상을 갖고 있으니

일념회광시장부(一念廻光是丈夫) 한생각 돌이키면 이것이 바로 대장부니라

막도염화소식단(莫道拈花消息斷) 염화 소식이 끊어졌다 말하지 말라

우여산조갱상호(雨餘山鳥更相呼) 비갠 뒤에 산새가 서로 부르고 있지 않느냐.

*부휴선수 ‘次鐘峰’

 

남북동서무정착(南北東西無定着) 동서남북에 정처가 없고

생애지재일지공(生涯只在一枝筇) 오직 주장자 하나에 온 생애를 다 맡겨 버림이라

설두세작연하미(舌頭細嚼烟霞味) 혀로는 안개와 연기를 씹어먹고

직입천봉갱만봉(直入千峰更萬峰) 바로 천 봉우리 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만 봉우리를 향해서 간다.

*서산대사 ‘送慧聰禪子’

 

이인유밀불수지(利刃有蜜不須舐) 날카로운 칼날에 발려있는 꿀을 핥아먹지 말고

고독지가수막상(蠱毒之家水莫嘗) 독약이 있는 우물에 물을 떠 마시지 말아라

시비해리횡신입(是非海裏橫身入) 온갖 시비의 바다 속에 몸을 비껴서 들어가고

표호군중자재행(豹虎群中自在行) 표범이 떼를 이루는 속을 자재하게 나아간다.

*1,2구 대혜종고 <禪宗頌古聯珠通集> / 3,4구 고산 규(鼓山 珪) <禪林類聚>

 

용화선원 547 3월 일요법회(95년)

참문수의제아만(參問須宜除我慢) 참선을 하려면 모름지기 아만을 제해버려야 하고

수행지합거탐진(修行只合去貪嗔) 수행해 나가는 데는 탐심진심을 버려야 한다

수문훼예여풍과(雖聞毁譽如風過) 비록 헐뜯거나 칭찬하는 소리를 들어도 바람이 지나간 것처럼 여기면

만사무심도자신(萬事無心道自新) 만사에 무심해서 도가 저절로 새로워 질 것이다.

*부휴선수 ‘贈峻上人’

 

인간부명전광중(人間浮命電光中) 인간의 뜬 목숨이 번갯불처럼 잠깐인데

도비정신주북동(徒費精神走北東) 정신을 쓸데없이 소비하여 동서남북으로 다니는구나

퇴은임천빈역락(退隱林泉貧亦樂) 산림 속에 숨어살면 가난도 즐거움이라

부지신곤시비풍(不知身困是非風) 시비의 바람 속에 시달림을 받지 않음이로다.

*부휴선수 ‘嘲士大夫’

 

도재당인안첩리(道在當人眼睫裏) 도는 자기의 눈 속에 들어있는 것이요

서래면목지여금(西來面目只如今) 조사서래의 면목이 다만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니라

갈음기손상현로(渴飮飢飡常現露) 목마르면 물마시고 배고프면 밥 먹는 그때에 항상 드러나 있는 것이니

하용구구별처심(何用區區別處尋) 어찌 구구하게 다른 곳에서 도를 찾을 것인가.

*환성지안 ‘燕海 스님에게 줌’

 

용화선원 548 4월 일요법회(95년)

성예미천만국진(腥穢彌天萬國塵) 비린내 나고 더러운 것이 하늘까지 미치고 만국이 티끌로 가득찼는데

일청수득구유신(一淸誰得舊維新) 한 맑음을 누가 얻어서 옛 것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야매일본춘무양(野梅一本春無恙) 들의 매화나무 한 그루가 앙상함 속에 봄을 알려오니

능보강남설후심(能保江南雪後心) 능히 강남의 눈 뒤의 마음을 전하는구나.

*3,4구 석음공(石陰公 朴魯述) ‘和松沙二節詩’ ※松沙 : 의병장 奇宇萬의 호

 

객중무역일(客中無曆日) 객으로 다니다 보니 달력이 없어서

춘도부지춘(春到不知春) 봄이 왔건만 봄이 온 줄 알지 못하더라

홀견한매수(忽見寒梅樹) 홀연히 매화꽃이 핀 것을 보니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날이 새롭고 또 날이 새로운 줄 알겠구나.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용화선원 549 법보재(95년)

해천공활월성륜(海天空濶月成輪) 넓은 바다 하늘에는 둥근 달이 휘영청 밝았는데

호호청파난사은(浩浩淸波爛似銀) 넓고 넓은 맑은 물결은, 찬란하기가 은가루를 뿌려 놓은 것과 같구나

막괴편주능좌우(莫怪扁舟能左右) 조각배가 능히 왼쪽, 오른쪽으로 가는 것을 괴이하게 생각지 말라

행선유재파소인(行船由在把梢人) 움직이는 배는 온전히 키를 잡은 사람에게 달려 있느니라.

*진각혜심 ‘四聞話’

 

여군동보우동행(與君同步又同行) 님과 더불어 함께 걷고 모든 행동을 함께 하는데

기좌상장세월장(起坐相將歲月長) 일어나고 앉으며 같이 생활하기를 얼마나 오래 했던가

갈음기손상대면(渴飮飢飡常對面) 목마르면 물마시고 배고프면 밥먹으면서 항상 얼굴을 맞대고 살아왔으니

불수회수갱사량(不須回首更思量) 모름지기 머리를 돌이켜서 다시 (찾으려고) 생각지 말라.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持經功德分

 

행행총총급여류(行行悤悤急如流)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 마치 급히 흐르는 물과 같고

노색간간일상두(老色看看日上頭) 늙은 빛이 얼른얼른 날마다 머리위로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지차일신비아유(只此一身非我有) 다못 이 한 몸뚱이도 내 것이 아닌데

휴휴신외갱하구(休休身外更何求) 쉬고 쉬어라, 이 몸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진각혜심 ‘息心偈’ / 원문 行年忽忽急如流

 

 

 

용화선원 550 부처님오신날(95년)

천상천하무여불(天上天下無如佛) 하늘 위 하늘 아래 부처님 같은 분이 없고

시방세계역무비(十方世界亦無比) 시방세계에 또한 견줄 바가 없더라

세간소유아진견(世間所有我盡見) 세간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았지만

일체무유여불자(一切無有如佛者) 부처님 같은 분은 없더라.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살이었을 때 저사불을 친견하고 환희하여 7일간 한발로 서서 찬탄한 게송《대지도론》

 

곤래한와백운루(困來閑臥白雲樓) 피곤함이 와서 백운이 오가는 누각에 한가히 누우니

송풍소소성절절(松風蕭蕭聲絶絶) 솔바람소리가 스쳐가는구나

청군래차보여년(請君來此保餘年) 청컨대 여러분은 여기에 와서 남은 해를 잘 보존하소

기유소혜갈유천(飢有蔬兮渴有泉) 배가 고프면 채소가 있고 목이 마르면 맑은 물이 있나니.

*태고보우 ‘白雲菴歌’ / 원문 聲浙浙 ※絶 : 지날 절

'송담선사 > 501 - 60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담선사 551-600  (0) 2022.02.22

용화선원 551 하안거 결제(95년)

권군심심참묘화(勸君深心參妙話) 여러분께 권하노니 깊은 마음으로 묘한 화두를 참구하소

난득양신가허과(難得良晨可虛過) 얻기 어려운 좋은 시절을 어찌 헛되이 보낼 것인가

무량겁래무차일(無量劫來無此日) 무량겁을 두고 오늘 같이 소중한 날이 없으니

장부심지지임마(丈夫心志只恁麽) 장부의 마음과 뜻이 다만 이러할 뿐이다.

*태고보우 ‘送寧宏二禪師歸山’ / 전문 君不見 悉達多之碧山行 警汝呼吸棄人生 勸君深心~~~

 

사자굴중무이수(獅子窟中無異獸) 사자굴 속에는 다른 짐승이 없고

상왕행처절호종(象王行處絶狐蹤) 코끼리 왕이 행하는 곳에 여우의 발자취가 끊어짐이라

갱파일지무공적(更把一枝無孔笛) 다시 한 가지 구멍없는 젓대를 잡고

등한취출만년환(等閑吹出萬年歡) 멋지게 영원히 행복한 (깨달음의) 곡조를 불어낼지어다.

*1,2구 낙보원안(樂普元安) <전등록> / 3,4구 천의업해요청(天衣業海了清) 선사 <增集續傳燈錄>

 

 

 

용화선원 552 6월 일요법회(95년)

한산정상월륜고(寒山頂上月輪孤) 한산의 꼭대기에 둥근 달이 외로이 밝았는데

조견청공일물무(照見晴空一物無) 저 맑은 하늘에 달이 밝게 비추어서 한 물건도 없구나

가귀천연무가보(可貴天然無價寶) 귀하고 귀한 천연의 값없는 보배가

매재오음익신구(埋在五陰溺身軀) 색수상행식 오음으로 이루어진 몸속에 매장되어 있구나.

*한산시

 

만의도취일의단(萬疑都就一疑團) 만가지 의심을 다 몰아 한 의단으로 나아가라

의래의거의자간(疑來疑去疑自看) 의심해 오고 의심해 가서 의심하는 자신을 보아라

수시나룡타봉수(須是拏龍打鳳手) 모름지기 용을 잡고 봉황을 잡는 용맹한 사람이라야

일권권도철성관(一拳拳倒鐵城關) 한주먹으로 쳐서 쇠로된 성벽관문을 부술 수 있을 것이니라.

*사명대사 ‘贈蘭法師’ / 원문 疑去疑來

 

심수만경전(心隨萬境轉) 마음은 모든 경계를 따라 구르지만

전처실능유(轉處悉能幽) 구르는 곳마다 다 능히 그윽하다

수류인득성(隨流認得性) 흐름을 따라 성품을 깨달으면

무희역무우(無喜亦無憂) 기쁨도 없고 근심도 없느니라.

*22조 마나라 존자가 23조 학늑나 존자에게 내린 전법게 / 원문 實能幽

 

용화선원 553 7월 일요법회(95년)

안비천말적유사(雁飛天末迹留沙) 기러기가 놀다가 하늘끝으로 날아갔는데 발자국이 모래에 남아 있고

인거황천명재가(人去黃泉名在家) 사람은 황천으로 갔는데 집에 이름만 남아 있더라

채득백화성밀후(採得百花成蜜後) 백가지 꽃에서 꿀을 만들었는데

부지신고위수감(不知辛苦爲誰甘) 괴로움을 알지 못하는 엉뚱한 사람이 맛보게 된다.

*1,2구 <선가귀감> “어떤 사람의 시에~”로 인용됨. 원문 鴻飛 / 3,4구 소동파. 원문 爲誰甛

 

오비이락파사두(烏飛梨落破蛇頭)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고, 떨어진 배에 뱀의 머리가 깨지고

사위산저오위치(蛇爲山猪烏爲雉) 죽은 뱀은 멧돼지가 되고 까마귀는 꿩이 되었더라.

 

<오비이락 설화>

양무제 때의 선지식인 천태지자(天台智者) 대사가 어느 날 지관삼매(止觀三味)에 들어계셨는데 멧돼지 한 마리가 지나간 뒤에 사냥꾼이 활을 들고 쫓아오면서 “멧돼지 못보셨습니까?” 하니 지자대사는 그에게 “엽사(獵師)여, 그 활을 던져버리게” 하였다. 그리고는 문득 게송을 읊었다.

 

오비이락파사두(烏飛梨落破蛇頭)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져 뱀머리 부서지니

사변위저전석치(蛇變爲猪轉石雉) 뱀은 죽어서 돼지가 되고, 굴러간 돌에 꿩이 치였다네.

치작엽인욕사저(雉作獵人欲射猪) 꿩은 죽어서 포수가 되어 다시 돼지를 쏘려 하니

도사위설해원결(道師爲說解寃結) 한 대사가 인연을 말해 맺힌 원수 풀어주도다.

 

지자대사가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과거 3생전에 어떤 까마귀가 있었네. 그 까마귀가 배나무 가지에 앉았다가 날아가는 바람에 배가 떨어져서 배나무 아래에 있던 뱀의 머리를 때려 그만 뱀이 죽어버렸네. 그 뱀은 죽어서 멧돼지가 되었고 후에 까마귀는 죽어서 꿩이 되었지.

어느날 꿩이 산골짜기에서 풀잎을 뜯어먹고 있었는데, 멧돼지란 놈이 풀뿌리를 캐먹으려고 땅을 뒤지는 바람에 돌이 굴러 내려가 풀잎을 뜯어먹고 있던 꿩을 치어 죽였다네. 까마귀가 무심코 뱀을 죽인 인연으로, 멧돼지도 먹이를 찾다가 무심코 꿩을 죽이게 된 것이지. 이제 그 꿩이 죽어 금생에 사람으로 태어나, 사냥꾼이 되어 다시 그 멧돼지를 잡으려고 하고 있네……. 이번에 그대가 그 멧돼지를 쏘아 죽여 버리면 멧돼지는 그대에게 또다시 원한을 갚고자 할 것이니 그대는 쾌히 활을 던져버리고 다시는 악연(惡緣)을 짓지 말게.”

이에 사냥꾼이 크게 깨닫고 발심하여 그 자리에서 활을 꺾고 스님이 되어 도를 닦았다고 한다.

 

인환축물다번뇌(人寰逐物多煩惱) 이 세계의 사람들은 모두 외부의 물건을 쫓아가서 번뇌가 많은데

기개남아탈세간(幾介男兒脫世間) 몇 사람의 남아가 세간을 벗어나리오

수지야로출진망(誰知野老出塵網) 누가 들 늙은이가 티끌과 그물에서 벗어나서

고와송풍철골한(高臥松風徹骨寒) 솔바람 속에 높이 누워 그 서늘함이 뼛속까지 사무치는 줄 알리오.

*소요태능 ‘山中漫興’

 

탐착몽중일립미(貪着夢中一粒米) 꿈속에서 한톨의 쌀을 탐착하다가

실각금대만겁량(失却金臺萬劫糧) 부처님 세계의 만겁의 양식을 놓쳐버리는구나

무상찰나실난측(無常刹那實難測) 무상한 찰나는 실로 헤아리기 어렵나니

호불맹성급회두(胡不猛省急回頭) 어찌 맹렬히 반성해서 그 마음을 돌이키지 않느냐.

*납자십게(衲子十偈) ‘回頭’

 

용화선원 554 8월 일요법회(95년)

외응중연수처적(外應衆緣隨處寂) 밖으로는 모든 인연을 응하되 곳에 따라서 적적하고

내명일적응무휴(內冥一寂應無虧) 안으로는 한 적적한 데 계합해서 뻑뻑이 이지러짐이 없더라

토리회회여대해(肚裏恢恢如大海) 뱃속은 넓고 넓어서 저 바다와 같이 큰데

일임천차유여무(一任千差有與無) 천가지 만가지 있고 없는 차별에 일임해 버리더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持經功德分 / 肚裏(두리)를 ‘토리’로 읊으심 / 원문 如海大

 

승침상속의선마(昇沈相續蟻旋磨)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개미가 맷돌 도는 것과 같고

증애교전상익니(憎愛交纏象溺泥) 애정과 원한이 서로 얽힌 것이 코끼리가 진흙에 빠진 것과 같음이라

미긍현애친살수(未肯懸崖親撒手) (오욕락의) 벼랑에서 친히 손을 놓아버리지 못하면

부지신고대하시(不知辛苦待何時) 쓰라리고 괴로운 것에서 어느 때에 벗어날지 모르겠구나.

*중봉명본 ‘寄同參十首’ 중에서

 

용화선원 555 백종법회(95년)

인생여환우여몽(人生如幻又如夢) 인생은 꼭두각시와 같고 또한 꿈과 같음이라

낙일종시고일장(樂日終時苦日長) 즐거운 날이 끝나면 머지않아 괴로운 날로 바뀔 것이니라

약야심두무정혜(若也心頭無正慧) 만약 사람이 마음에 바른 지혜가 없다면

사장하물답명왕(死將何物答冥王) 죽어서 무엇을 가지고 염라대왕 앞에 대답할 것인가.

*서산대사 ‘誡雙印小師’

 

진일성성좌(盡日惺惺坐) 종일토록 성성하게 앉았으니

건곤무안중(乾坤無眼中) 하늘과 땅이 안중에 없구나

유붕래초옥(有朋來草屋) 벗이 있어 초당에 찾아오니

명월여청풍(明月與淸風) 명월과 청풍이로구나.

*환성지안 ‘偶吟’ / 원문 一眼中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용화선원 556 9월 일요법회(95년)

금강보검의천한(金剛寶劍倚天寒) 금강의 보배 칼이 하늘을 의지해서 싸늘한데

일휘능최만인봉(一揮能摧萬仞峰) 한번 휘두르니 만 길이나 되는 봉우리가 꺾어졌구나

변계마군종차락(徧界魔軍從此落) 온 세계에 두루 퍼져있는 마군이 이로부터 전부 함락되었는데

유하정매틈기중(有何精魅闖其中) 무슨 도깨비가 있어서 그 가운데를 엿볼 것인가.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一體同觀分

 

흉중하애부하증(胸中何愛復何憎) 가슴 속에 무엇을 사랑하며 다시 무엇을 미워할 것이 있는가

자괴인전백불능(自愧人前百不能) 스스로 사람 앞에 백가지 능치 못한 것을 부끄러워할 뿐이다

제차현성공안외(除此現成公案外) 이 현성 공안 밖에, 이것을 제해 놓고

차무불법계전등(且無佛法繼傳燈) 불법의 등을 계승해서 전해가는 길이 없는 것이니라.

*중봉명본 ‘山居十首’ 중에서

 

용화선원 557 10월 일요법회(95년)

개개면전명월백(箇箇面前明月白) 모든 사람의 얼굴 앞에는 밝은 달이 있고

인인각하청풍취(人人脚下淸風吹) 사람 사람의 다리 아래에는 맑은 바람이 불고있다

타파경래무영적(打破鏡來無影迹) 거울을 타파해서 그림자와 자취가 없으면

일성제조상화지(一聲啼鳥上花枝) 한소리 우는 새가 꽃가지에 오르더라.

*소요태능 ‘贈淳上人’

 

신토불이(身土不二)

신토불이란 말의 본뜻을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유정(有情), 우리 모든 중생들의 과보에 두가지가 있는데, 우리 중생의 몸과 마음을 정보(正報), 바른 과보라 하고, 우리의 몸과 마음 밖에 세계와 국토, 산과 강,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우리가 입고 있는 옷, 우리가 먹는 음식, 사용하고 있는 모든 기구들은 의지할 의, 의보(依報)라 하는 것입니다. 정보(우리의 몸과 마음)가 의탁하는 환경, 이것이 의보인데, 정보와 의보, 다시 말해서 신()은 정보고 토()는 의보다 그말여, 정보와 의보, 두가지는 바로 하나다 그말이거든. ……

정보와 의보를 진짜 바로 잡는 것이 우리의 마음보다. 마음보 하나를 바로 잡으면 몸도 이 세계도 영원토록 우리가 살 수 있는 좋은 극락국토를 만드는 것이 우리 마음보 고치는 데서부터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참선과 생활이 둘이 아니여. 바로 신토불이가 바로 거기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신토불이라 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과 몸과 이 세계가 둘이 아니다, 이겁니다. 그러니 마음보를 고침으로 해서 몸도 건강하고 우리 주변환경도 아름다워지고 좋아져서... 그렇게 해서 이 세계를 극락정토로 만들자 이겁니다. 이것이 신토불이의 참 뜻이다 이거여.

 

전단목주중생상(栴檀木做衆生像) 전단향 나무로 중생의 모습을 만들고

급여여래보살형(及與如來菩薩形) 또 여래나 보살의 형상을 만드는데

만면천두수각이(萬面千頭雖各異) 그 모양이 각각 다르지만

약문훈기일반향(若聞熏氣一般香) 그 향내를 맡아보면 다 똑같은 향이니라.

*지환(智還) <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删補集> / <석문의범> 점안게(點眼偈)

 

신여백운래환계(身與白雲來幻界) 몸은 흰구름과 더불어 환계(幻界)에 왔는데

심수명월향하방(心隨明月向何方) 마음은 밝은 달을 따라 어느 곳으로 가는고

생래사거유운월(生來死去惟雲月) 이 세상에 왔다가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 구름과 달 같으니

운자산혜월자명(雲自散兮月自明) 구름이 스스로 흩어지니 달만 홀로 밝더라.

*함월해원 선사 열반송《天鏡集》

 

용화선원 558 11월 일요법회(95년)

당당대도혁분명(堂堂大道赫分明) 당당한 대도가 밝고 밝아서 분명한데

인인본구개원성(人人本具箇圓成) 사람마다 본래부터 낱낱이 원만 구족해 있구나

지시연유일념차(只是緣由一念差) 다못 이 한생각 어긋난 원인으로

영겁현출만반형(永劫現出萬般形) 영겁동안 만가지 모습을 나타내고 있구나.

*원문 堂堂大道 赫赫分明 人人本具 箇箇圓成 秖因差一念 現出萬般形 : <금강경오가해> 大乘正宗分 야부송

 

화종목출환소목(火從木出還燒木) 불은 나무에서 나와서 도리어 나무를 태우고

지인정기각제정(智因情起却除情) 지혜는 정으로부터 나와서 도리어 정을 제거함이라

정심관망명위지(正心觀妄名爲智) 바른 마음으로 망령된 것을 관하면 이름하여 지혜라 하니

지능입각부사의(智能入覺不思議) 그 지혜가 능히 (나로 하여금) 부사의에 들게 함이니라.

*<직지심체요절>에 나오는 고덕(古德)의 게송

 

탐착몽중일립미(貪着夢中一粒米) 꿈속에서 한톨의 쌀을 탐착하다가

실각금대만겁량(失却金臺萬劫糧) 부처님 세계의 만겁의 양식을 놓쳐버리는구나

무상찰나실난측(無常刹那實難測) 무상한 찰나는 실로 헤아리기 어렵나니

호불맹성급회두(胡不猛省急回頭) 어찌 맹렬히 반성해서 그 마음을 돌이키지 않느냐.

*납자십게(衲子十偈) ‘回頭’

 

아손자유아손복(兒孫自有兒孫福) 자손들은 스스로 복을 타고 났으니

불위아손작우마(不爲兒孫作牛馬) 자손들을 위해 내가 소나 말이 될 필요가 없느니라

처자권속삼여죽(妻子眷屬森如竹) 처자권속이 숲속의 나무나 대같이 즐비해도

임종독자고혼서(臨終獨自孤魂逝) 죽을 때에는 외로이 혼만 홀로 가게 되나니라.

*1,2구 순치황제 출가시 중에서 / 3.4구 부설거사 사부시

 

불시상천당(不是上天堂) 천당에 올라가지 않으면

변시입지옥(便是入地獄) 지옥에 갈 것이다

유월육일(六月六日) 오늘은 유월 육일

곡천수죄족(谷泉受罪足) 곡천은 죄 받기 마쳤다.

*곡천(谷泉)선사 열반송 / 원문 今朝六月六 谷泉受罪足 不是上天堂 便是入地獄

 

백년세사삼경몽(百年世事三更夢) 백년의 세상일이 삼경의 꿈이요

만리강산일국기(萬里江山一局碁) 만리강산이 하나의 바둑판이로다

고래다소영웅한(古來多少英雄漢) 옛부터 내려오는 수많은 영웅들이

남북동서와토니(南北東西臥土泥) 동서남북의 한줌의 흙이 되어 누워 있구나.

*순치황제 출가시 / 1,2구와 3,4구는 출가시 중의 다른 게송.

 

용화선원 559 12월 일요법회(95년)

비심비불비시물(非心非佛非是物)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물건도 아닌데

만로피대긱산신(謾勞皮袋喫酸辛) 공연히 가죽푸대만 괴롭혀 쓸데없는 고생을 하고 있구나

현전경색청여세(現前境色淸如洗)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경색이 맑기가 씻은 듯한데

일일위군세지진(一一爲君細指陳) 낱낱이 그대를 위해 자상하게 생사없는 도리를 일러주고 있구나.

*박산무이 ⟪無異禪師廣錄⟫19권 ‘示方士雄居士’ / 원문 非佛非心非是物, 吃酸辛

 

용화선원 560 동안거 결제(95년)

심사학도별무타(尋師學道別無他) 스승을 찾아 도를 배운다는 것이 다른 일이 아니니

지재기우자도가(只在騎牛自到家) 다못 소를 타고 스스로 자기 집에 돌아가는 것이다

백척간두능활보(百尺竿頭能闊步) 백척이나 되는 장대 위에서 능히 활보를 해야만

항사제불안전화(恒沙諸佛眼前花) 항하사수와 같은 모든 부처님이 눈앞의 공화(空花)가 되는 것이다.

*부휴선수 ‘贈某禪子’

 

사중구의원(死中求醫員) 병들어 죽게 된 사람이 의원을 구하듯 하고

영해억모심(嬰孩憶母心) 어린아이가 엄마를 생각하듯 하라

주공친절처(做工親切處) 공부가 의단독로해서 타성일편이 되면

홍일상동령(紅日上東嶺) 붉은 해가 동쪽 산에 떠오를 것이다.

*서산대사 ‘贈泉禪和子’ / 원문 病者求醫志

 

용화선원 561 1월 일요법회(96년)

백년지시잠시간(百年只是暫時間) 인생 백년이 잠깐 동안에 불과하니

막파광음당등한(莫把光陰當等閒) 시간을 등한이 보내지 말라

약요불경염노안(若要不經閻老案) 만약 염라왕 앞에서 심판받지 않으려 할진댄

직수참투조사관(直須參透祖師關) 곧바로 참선해서 조사관을 뚫을지니라.

*나옹스님 ‘警世’ / 8구 게송 중에서 1,2,7,8구

 

법법본래무소주(法法本來無所住) 온갖 법이 본래 주한 바가 없으니

무소주처절추심(無所住處絕追尋) 주한 바 없는 곳에서 추심을 끊어라(무엇을 찾으랴)

양오작야침서령(陽烏昨夜沈西岭) 태양이 어젯밤에 서쪽 산으로 넘어갔는데

금일의연상효림(今日依然上曉林) 오늘은 예나 다름없이 새벽 숲 위로 떠오르는구나.

*중봉명본 <信心铭闢義解> / 원문 於無所住絕追尋

 

용화선원 562 조실스님 21주기 추모재(95.12.02.음)

무법가설 시명설법(無法可說 是名說法) 가히 설할 법이 없는 것을 이름하여 설법이라 한다.

*금강경

 

계성변시광장설(溪聲便是廣長舌) 시냇물 소리는 문득 부처님의 광장설법이요

산색기비청정신(山色豈非淸淨身) 산빛이 어찌 청정한 부처님의 몸이 아니리요.

*소동파 오도송

 

용화선원 563 성도재(95.12.8.음)

상수징징하파청(上水澄澄下派淸) 윗물이 맑고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경현천고영분명(鏡懸千古映分明) 밝은 거울을 높이 매달으니 천고에 그 빛이 분명하구나

맥연해악귀왕화(驀然海岳歸王化) 찰나간에 사해와 강산의 모든 사람들이 다 임금님의 어진 정치에 귀화해 돌아오니

자시제현좌태평(自是諸賢佐太平) 이로부터 산하에 숨어있던 어진 사람들이 모여와서 그 임금을 돕더라.

*<作法龜鑑> / 원문 邈然

 

의정거처요분명(疑情擧處要分明) 의정 일어난 곳에 분명함을 요하니

막파심량중복탁(莫把心量重卜度) 마음으로 헤아리고 점치고 따지지 말라

당하지귀아시수(當下知歸我是誰) 당장 ‘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을 알아야 하니

일성고안야청지(一聲孤雁夜聽遲) 한 소리 외로운 기러기, 밤에 하늘에 울리는구나.

*박산무이 ⟪無異禪師廣錄⟫17권. 1,2구 ‘示朱羅青民部’ / 3,4구 ‘示蔡聖龍祠部’

 

사자굴중무이수(獅子窟中無異獸) 사자굴 속에는 다른 짐승이 없고

상왕행처절호종(象王行處絶狐蹤) 코끼리 왕이 행하는 곳에 여우의 발자취가 끊어짐이라

갱파일지무공적(更把一枝無孔笛) 다시 한 가지 구멍없는 젓대를 잡고

등한취출만년환(等閑吹出萬年歡) 멋지게 영원히 행복한 (깨달음의) 곡조를 불어낼지어다.

*1,2구 낙보원안(樂普元安) <전등록> / 3,4구 천의업해요청(天衣業海了清) 선사 <增集續傳燈錄>

 

용화선원 564 2월 일요법회(96년)

일종위배본심왕(一從違背本心王) 한번 본심왕[본래 진여불성]을 어기고 나온 후로

기입삼도역사생(幾入三途歷四生) 몇 번이나 삼악도와 사생[태란습화]을 지나왔던가

금일척제번뇌염(今日滌除煩惱染) 오늘 한 생각 돌이켜 번뇌에 물듦을 깨끗이 씻어버리면

수연의구자환향(隨緣依舊自還鄕) 인연을 따라 본래 생사없는 자성의 고향에 돌아가게 된다.

*<석문의범> 관욕(灌浴) 입실게(入室偈)

 

일중산진우일중(一重山盡又一重) 한 거듭 산이 다하고 또 한 거듭 산이로구나

화진산운해월정(話盡山雲海月情) 아무리 말을 해도 산의 구름처럼, 바다의 달처럼 한없는 정이 흐른다

무일물중무진장(無一物中無盡藏) 한물건도 없는 가운데 무진장하구나

유화유월유루대(有花有月有樓臺) 꽃이 있고 달이 있으며 또한 아름다운 누대가 있구나.

*2구 설두중현 <벽암록> 3,4구 소동파 ‘白紙贊’ ※3구는 無一物處無盡藏으로도 전해짐.

 

• 용화사 565

 

용화선원 566 동안거 해제, 3월 일요법회(96년)

기래긱반곤래면(飢來喫飯困來眠) 배고픔이 오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한숨 자고

녹수청산임소요(綠水靑山任逍遙) 푸른 물 푸른 산에 마음대로 소요함이라

연대갑자총부지(年代甲子總不知) 연대도 갑자년인지 무슨 해인지 도무지 알지 못하건만

춘래의구초자청(春來依舊草自靑) 봄이 오니 예나 다름없이 풀이 저절로 푸르구나.

*서산대사 <선가귀감> / 원문 飢來卽食 困來卽眠 綠水靑山 任意逍遙 漁村酒肆 自在安閑 年代甲子摠不知 春來依舊草自靑

 

한서상경방대광(寒暑相更放大光) 추위와 더위가 바뀌되 항상 대광명을 놓으니

막언영악조동방(莫言靈嶽照東方) 신령스런 동방에만 햇빛이 비춘다고 말하지 말라

일조계설대선설(一條溪舌帶宣說) 한가닥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가 바로 최상승법을 설하고 있는 것이니

하처강산부도량(何處江山不道場) 어느 곳 강산인들 도 닦는 도량이 아닐까보냐.

*소요태능 ‘秋夜偶吟’ / 원문 常宣說

 

용화선원 567 4월 일요법회(96년)

당당대도혁분명(堂堂大道赫分明) 당당한 대도가 밝고 밝아서 분명한데

인인본구개원성(人人本具箇圓成) 사람마다 본래부터 낱낱이 원만 구족해 있구나

지시연유일념차(只是緣由一念差) 다못 이 한생각 어긋난 원인으로

영겁현출만반형(永劫現出萬般形) 영겁동안 만가지 모습을 나타내고 있구나.

*원문 堂堂大道 赫赫分明 人人本具 箇箇圓成 秖因差一念 現出萬般形 : <금강경오가해> 大乘正宗分 야부송

 

외응중연수처적(外應衆緣隨處寂) 밖으로는 모든 인연을 응하되 곳에 따라서 적적하고

내명일적응무휴(內冥一寂應無虧) 안으로는 한 적적한 데 계합해서 뻑뻑이 이지러짐이 없더라

토리회회여대해(肚裏恢恢如大海) 뱃속은 넓고 넓어서 저 바다와 같이 큰데

일임천차유여무(一任千差有與無) 천가지 만가지 있고 없는 차별에 일임해 버리더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持經功德分 / 肚裏(두리)를 ‘토리’로 읊으심 / 원문 如海大

 

용화선원 568 법보재(96년)

득지재심응재수(得之在心應在手) 이것을 얻으면 손에 응하며

설월풍화천지구(雪月風花天地久) 눈달이 뜨고 바람꽃이 피기를 천지가 생긴 이후로 오래 되었구나

조조계향오경제(朝朝鷄向五更啼) 아침마다 닭은 오경을 향해서 울고

춘래처처산화수(春來處處山花秀) 봄이 오면 곳곳마다 산꽃이 향기롭구나.

*원문 得之在心 應之在手 雪月風花 天長地久 : <금강경오가해> 離相寂滅分 야부송

 

일체불류환유견(一切不留還有見) 아무 것도 집착한 것이 없다 하더라도 그 집착하지 않는다는 견해는 남아 있는 것이고

요무가기상존지(了無可記尙存知) 가히 요달할 기약이 없다해도 요달함이 없다는 알음알이가 남아있는 것이니

고가전지비친도(故家田地非親到) 옛 조사의 본래 마음 고향에는 친히 이르지 못함이

화병하증요득기(畵餠何曾療得饑) 마치 그림으로 된 떡이 맛있어 보일지라도 주림을 채울 수 없는 것과 같다.

*중봉명본 <信心铭闢義解>

 

 

 

용화선원 569 5월 일요법회(96년)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輕近午天) 구름이 담담하고 바람이 가벼운 낮이 가까운 하늘에

방화수류과전천(訪花隨柳過前川) 꽃을 찾고 흐름을 따라서 앞시내를 지나는데

방인불식여심락(傍人不識予心樂) 곁의 사람이 내 마음 즐거운 것을 알지 못하고

장위투한학소년(將謂偸閑學少年) 장차 이르기를 한가한 시간을 도둑질해서 소년짓을 배운다고 말하더라.

*정명도(程明道) ‘春日偶成’ ※정명도의 오도송이라고 전해진다.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용화선원 570 부처님오신날(96년)

천상천하무여불(天上天下無如佛) 하늘 위 하늘 아래 부처님 같은 분이 없고

시방세계역무비(十方世界亦無比) 시방세계에 또한 견줄 바가 없더라

세간소유아진견(世間所有我盡見) 세간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았지만

일체무유여불자(一切無有如佛者) 부처님 같은 분은 없더라.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살이었을 때 저사불을 친견하고 환희하여 7일간 한발로 서서 찬탄한 게송《대지도론》

 

용화선원 571 6월 일요법회(96년)

만의도취일의단(萬疑都就一疑團) 만가지 의심을 다 몰아 한 의단으로 나아가라

의거의래의자간(疑去疑來疑自看) 의심해 가고 의심해 와서 의심하는 자신을 보아라

수시나룡타봉수(須是拏龍打鳳手) 모름지기 용을 잡고 봉황을 잡는 용맹한 사람이라야

일권권도철성관(一拳拳倒鐵城關) 한주먹으로 쳐서 쇠로된 성벽관문을 부술 수 있을 것이니라.

*사명대사 ‘贈蘭法師’

 

신상착의방면한(身上着衣方免寒) 몸에 옷을 걸치는 것은 바야흐로 추위를 면할 수 있거니와

구변설식종불포(口邊說食終不飽) 입가로만 밥을 말하면 마침내 배가 부르지 않음이라

막괴좌래빈권주(莫怪坐來頻勸酒) 서로 마주앉기만 하면 자주자주 술을 권하는 것은

자종별후견군희(自從別後見君稀) 마지막 이별한 후에는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아서이니라.

*1,2구 대혜종고

 

용화선원 572 7월 일요법회(96년)

삼십년래반고향(三十年來返故鄕) 삼십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니

인망택폐우촌황(人亡宅廢又村荒) 사람은 죽고 집은 헐어 마을이 황량하다.

청산불어춘천모(靑山不語春天暮) 푸른 산은 말없이 봄하늘이 저물었는데

두우일성래묘망(杜宇一聲來渺茫) 두견새 한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는구나.

*서산대사의 '還鄕' 율시 중 처음 4구

 

백운아향만리표(白雲兒向萬里飄) 백운이라는 자식은 만 리를 나부끼되

종래불망청산부(從來不忘靑山父) 마침내 청산이라는 아버지를 잊지 않고 돌아오는구나.

내하유자부지반(乃何遊子不知返) 어찌 객지로 떠다니는 내 자식은 돌아올 줄 모르고

장재미도축풍파(長在迷途逐風波) 오랜 세월동안을 길을 잃고 풍파를 쫓는구나.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一體同觀分

 

용화선원 573 8월 일요법회(96년)

우과운수강상만(雨過雲收江上晩) 비가 지난 뒤 구름이 걷히고 강상에는 해가 넘어갔는데

수봉창취접천하(數峰蒼翠接天霞) 몇 봉우리에는 푸른 안개가 끼어서 하늘노을에 접했구나

개중무한청의미(箇中無限淸意味) 그 가운데 한없는 맑은 뜻을

강상일구도설파(江上一鷗都說破) 강상에 나는 흰 갈매기가 모두 설파해 버렸구나.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究竟無我分

 

※가섭과 아난

제일 결집시에 가섭존가가 아난존자를 회중에서 끌어내면서 말하였다.

가섭 : 네가 감히 아라한과를 증득하지 못한 처지에 어찌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느냐.

아난 : 그러면 부처님께서 발우와 금란가사를 전하신 외에 무슨 법을 전하셨습니까?

가섭 : 문전에 찰간대를 꺾어버려라. (도각문전찰간착 倒却門前刹竿着)

*찰간대 : 절이나 탑 앞에 세워 놓은 장대

 

삼가촌리형형례(三街村裏兄兄禮) 삼거리 시골 속에서 형님 형님하면서 서로 인사하고

요시전두부부지(鬧市廛頭父父知) 시끄러운 장 가게 앞에서 아저씨 아저씨하고 알고 지내는구나

일념회기즉재자(一念回機卽在玆) (바로 그 속에서) 한 생각 돌이킬 때 바로 여기에 있으나

호리유차유천리(毫釐有差謬千里) 터럭 끝만큼이라도 어김이 있으면 천리를 그르친다.

*사명대사 ‘贈松源宗長老僧’ 중에서

 

용화선원 574 하안거 해제(96년)

수류상출몰(隨流常出沒) 생사의 흐름을 따라서 항상 나왔다 꺼졌다 하되

불체왕래종(不滯往來蹤) 오고 가는 자취에 걸리지 않음이라

두두무취사(頭頭無取捨) 온갖 것이 버리고 취할 것이 없고

처처절소친(處處絶疎親) 곳곳마다 친소가 끊어짐이라.

*1,2구 처인선사[靈泉山處仁禪師] 《天聖廣燈錄》25권 / 3,4구 월암선과 선사《嘉泰普燈錄》17권, 원문 處處絶親疎

 

시비해리횡신입(是非海裏橫身入) 온갖 시비의 바다속에 몸을 비껴서 들어가고

표호군중자재행(豹虎群中自在行) 표범이 떼를 이루는 속을 자재하게 나아간다

막파시비내변아(莫把是非來辨我) 시비를 잡아 나에게 와서 가리지 말아라

평생천착불상관(平生穿鑿不相關) 나는 평생 천착하지 않느니라.

*고산 규(鼓山 珪) <禪林類聚> / 3,4구는 용산(龍山) 화상의 게송, 원문 三間茅屋從來住 一道神光萬境閑 莫作是非來辨我 浮生穿鑿不相關

 

 

 

용화선원 575 9월 일요법회(96년)

파납몽두올연좌(破衲蒙頭兀然坐) 떨어진 누더기에 머리를 깎고 올연히 앉았으니

부귀영화운외몽(富貴榮華雲外夢) 부귀와 영화가 구름 밖에 꿈이로구나

병옹수무일립미(甁甕雖無一粒米) 쌀독에 비록 한 알갱이 쌀도 없지만

만고광명조대천(萬古光明照大千) 만고의 광명이 대천세계를 비추는구나.

*납자십게(衲子十偈) ‘安貧’

 

종두생두영수형(種豆生豆影隨形) 콩 심은데 콩 나는 것이 그림자가 따르는 것과 같고

삼시업과여경조(三時業果如鏡照) 과거 현재 미래의 업과가 거울에 비추듯이 환하구나

자작자수무회피(自作自受無廻避) 자기가 지어 자기가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니

나득원천갱우인(那得怨天更尤人) 어찌 하늘을 원망하고 다시 다른 사람을 허물할까 보냐.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용화선원 576 10월 일요법회(96년)

용신모옥자허금(容身茅屋自虛襟) 겨우 몸을 들여 놓을만한 띳집 토굴에 스스로 가슴이 비었구나

지벽산고미석음(地僻山高未夕陰) 땅은 벽촌 산 높은 곳이지만 해저물녘이 아직 안되었구나

응물무심여곡향(應物無心如谷響) 환경과 사물에 응하여 무심한 것이 마치 골짜기의 메아리와 같은데

올연단좌대추림(兀然端坐對秋林) 올연이 단좌하여 가을 숲을 대하는구나.

*부휴선수 ‘寄七松’ 중  제4수

 

참선수투조사관(參禪須透祖師關) 참선은 모름지기 조사관을 뚫어야 하고

묘오요궁심로절(妙悟要窮心路絶) 묘한 깨달음은 마침내 마음길이 끊어짐을 요하느니라.

*무문혜개 <무문관>

 

정종소식몰자미(正宗消息沒滋味) 정통적인 종문 중의 최상승법[활구참선] 소식은 자미가 없으니

불용여하우약하(不用如何又若何) 이러쿵저러쿵 따지는 것도 소용이 없음이라

타파은산철벽거(打破銀山鐵壁去) 은산철벽을 타파해 버리면

차시방도사생하(此時方渡死生河) 이때에사 비로소 생사의 강을 건너는 것이니라.

*사명대사 ‘贈淳長老’

 

시비일침몽(是非一枕夢) 옳다, 그르다 하는 것이 한 베개의 꿈이고

취산일시정(聚散一時情) 모였다 흩어지는 것이 한 때의 정이라

안분심휴헐(安分心休歇) 이 가운데 편안히 마음이 쉴 수 있다면

인간대장부(人間大丈夫) 인간의 대장부로다.

*1,2구 서산대사 ‘俊禪子’ / 원문 悲歡一枕夢 聚散十年情 *3,4구 서산대사 ‘感興’

 

용화선원 577 11월 일요법회(96년)

만리산하평사장(萬里山河平似掌) 만리의 강산이 평평하기가 손바닥 같고

일조관로직여현(一條官路直如絃) 한가닥 관로의 곧기가 마치 거문고 줄과 같구나

행인약문궁통사(行人若問窮通事) 행인이 만약 일을 통달하기를 다하는 것을 묻는다면

철벽은산재면전(鐵壁銀山在面前) 쇠로 된 벽과 은으로 된 산이 얼굴 앞에 있느니라.

*중봉명본 <天目中峰和尚廣錄> 3권

 

홍엽난봉추색리(紅葉亂峰秋色裏) 단풍이 어지러운 봉우리와 계곡에 가을색이 깊었는데

석양소우단교변(夕陽疎雨斷橋邊) 석양에 성긴 비는 끊어진 다리 가로구나

망망우주인무수(茫茫宇宙人無數) 망망한 우주에 사람이 한량없이 많은데

나개친증도지두(那箇親曾到地頭) 그 가운데 몇사람이나 이 도리를 깨달았느냐!

*1,2구 서산대사 ‘戲次老秀才韻’ *3,4구 설암조흠(雪巖祖欽) <禪宗頌古聯珠通集>

 

일체불류환유견(一切不留還有見) 아무 것도 집착한 것이 없다 하더라도 그 집착하지 않는다는 견해는 남아 있는 것이고

요무가기상존지(了無可記尙存知) 가히 요달할 기약이 없다해도 요달함이 없다는 알음알이가 남아있는 것이니

고가전지비친도(故家田地非親到) 옛 조사의 본래 마음 고향에는 친히 이르지 못함이

화병하증요득기(畵餠何曾療得饑) 마치 그림으로 된 떡이 맛있어 보일지라도 주림을 채울 수 없는 것과 같다.

*중봉명본 <信心铭闢義解>

 

 

 

용화선원 578 동안거 결제(96년)

춘종동해남비석(春從東海南飛錫) 봄에는 동해로 가고 동해에서 다시 남쪽으로 가고

추향서산우북방(秋向西山又北方) 가을에는 서산으로 가고 서산에서 다시 북쪽으로 가는구나

삼백육순장요요(三百六旬長擾擾) 삼백 육십 일을 길이 어지러우니

부지하일도고향(不知何日到故鄕) 언제 고향에 닿을지 알지 못하겠구나.

*서산대사 ‘行脚僧’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용화선원 579 12월 일요법회(96년)

철수화개별시춘(鐵樹花開別時春) 쇠로 된 고목나무에 꽃이 피니 특별한 봄이요

사해향풍종차기(四海香風從此起) 동서남북 사해의 향기로운 바람이 이로부터 일어나는구나

본래성불비타득(本來成佛非他得) 본래 성불해 있는 것이지 다른 곳에서 얻는 것이 아님이라

심약진시도이친(心若眞是道易親) 마음 하나 참되면 도는 친하기 쉬우니라.(바로 얻을 수 있다)

*3,4구 중봉명본 ‘寄同參十首’ 중에서 / 원문 心若眞時

 

종조난설인장단(從朝亂說人長短) 아침부터 종일토록 타인의 잘잘못을 어지럽게 말하다가

설거설래자초앙(說去說來自招殃) 말해 가고 말해 와서 스스로 온갖 재앙을 부르는 것이다

약능폐구심장설(若能閉口深藏舌) 만약 입을 꽉 다물고 혀를 깊이 감추면

변시안신제일방(便是安身第一方) 문득 이것이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제일의 방법이더라.

*<치문경훈> 자수선사훈동행(慈受禪師訓童行) / 원문 從朝亂說短與長, 說來說去

 

용화선원 580 1월 일요법회(97년)

인인자유충천기(人人自有衝天氣) 사람마다 하늘을 찌르는 기상을 갖고 있으니

일념회광시장부(一念廻光是丈夫) 한생각 돌이키면 이것이 바로 대장부니라

막도염화소식단(莫道拈花消息斷) 염화 소식이 끊어졌다 말하지 말라

우여산조갱상호(雨餘山鳥更相呼) 비갠 뒤에 산새가 서로 부르고 있지 않느냐.

*부휴선수 ‘次鐘峰’

 

일식홀평침(一息忽平沈) 한 생각이 문득 일어났다 꺼지면

만사종두기(萬死從頭起) 만생 만사가 여기로 좇아 일어나느니라

당처불회모(當處不回眸) (일념이 일어나는) 당처에서 눈동자를 돌이키지 않으면

조정공측이(祖庭空側耳) 조사의 뜰에서 공연히 귀를 기울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조사의 방에 들어가지 못한다)

 

백세광음몽리신(百歲光陰夢裏身) 백년의 시간도 꿈 속의 몸이니

기능장구막인순(豈能長久莫因循) 어찌 능히 오랫동안 살 수 있다고 그럭저럭 지내리오

요지격외진소식(要知格外眞消息) 격외의 조사관[참소식]을 깨닫고자 하거든

수시본참공안인(須是本參公案人) 모름지기 본참공안을 착실히 거각해 나갈 것이다.

*부휴선수 ‘贈照禪和’ / 원문 4구 須向峰頭問石人

 

• 용화사 581 “영원한 법보선원 조실”

 

용화선원 582 성도재(96.12.8음)

천상천하무여불(天上天下無如佛) 하늘 위 하늘 아래 부처님 같은 분이 없고

시방세계역무비(十方世界亦無比) 시방세계에 또한 견줄 바가 없더라

세간소유아진견(世間所有我盡見) 세간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았지만

일체무유여불자(一切無有如佛者) 부처님 같은 분은 없더라.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살이었을 때 저사불을 친견하고 환희하여 7일간 한발로 서서 찬탄한 게송《대지도론》

 

일등능속백천등(一燈能續百千燈) 한 등불이 능히 백천등에 불을 붙이는 것 같이

심인광통법령행(心印光通法令行) 심인의 빛이 온누리에 통함에 정법이 널리 행하게 되었다

연휘열염전분명(聯輝列焰轉分明) 연이은 빛과 불꽃이 더욱 더 분명하니

천성부전취불멸(千聖不傳吹不滅) 모든 성인도 전할 수 없고, 불어서 끌 수도 없구나.

*예장종경 <금강경오가해> 無斷無滅分 / 원문 千聖不傳吹不滅 聯輝列焰轉分明

 

지계삼천겁(持戒三千劫) 삼천겁동안 계를 지키고

송경팔만세(誦經八萬歲) 팔만세동안 경을 외운다 할지라도

불여반식경(不如半食頃) 밥 반 그릇 먹을 동안

단좌염실상(端坐念實相) 단정히 앉아 ‘이뭣고?’ 한 것만 같지 못하다.

 

종조난설인장단(終朝亂說人長短) 아침부터 종일토록 타인의 잘잘못을 어지럽게 말하다가

경야혼침요수면(竟夜昏沈樂睡眠) 밤이 되면 세상모르고 잠이 든다

여차출가도수시(如此出家徒受施) 이렇게 출가해서 도를 닦는다고 해봤자 헛되이 시주만 받고

필어삼계출두난(必於三界出頭難) 삼계에서 뛰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니라.

*자경문

 

• 용화사 583, 584

 

용화선원 585 2월 일요법회(97년)

만물영고자유시(萬物榮枯自有時) 만물이 무성했다가 시드는 것이 다 스스로 때가 있으니

난향춘일국개지(蘭香春日菊開遲) 난초는 봄날에 향기롭고 국화는 늦게 피는구나

세간궁달개여차(世間窮達皆如此) 세간의 흥망성쇠도 다 이와 같아서

선후수수일양사(先後雖殊一樣思) 선후는 비록 다르지만 다 마찬가지로구나.

*부휴선수 ‘秋菊春蘭各有時’

 

작일지두개란만(昨日枝頭開爛漫) 어제는 가지 끝에 아름답게 꽃이 피어 있더니

금조지면낙분분(今朝地面落紛紛) 오늘 아침에는 땅 위에 꽃송이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구나

영인차석번생괴(令人嗟惜飜生愧) 사람으로 하여금 애석케 하다가 도리어 부끄럽게도 하니

영욕무심숙사군(榮辱無心孰似君) 영화롭고 욕되는 데에 무심한 것이 누가 그대(꽃)와 같을 수가 있겠는가.

*진각혜심 ‘落花’  ※영(榮) : 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음, 욕(辱) : 그 아름답던 꽃이 땅에 떨어짐

 

• 용화사 586

• 용화사 587-1

 

용화선원 587-2 동안거 해제(97년)

산월투창백(山月投窓白) 산달은 창에 비추어 희고

계성입호명(溪聲入戶鳴) 시냇물 소리 방안에까지 스미는구나

욕지구년묵(欲知九年黙) 달마스님의 구년 면벽의 뜻을 알고자 할진댄

수향차중명(須向此中明) 모름지기 이 가운데를 향해서 밝힐지니라.

*소요태능 ‘無題’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일파유조수부득(一把柳條收不得) 버들가지 한웅큼 잡아 얻을 수 없어

화풍탑재옥난간(和風搭在玉欄干) 바람과 함께 옥난간에 걸어둡니다.

 

용화선원 588 4월 일요법회(97년)

백년지시잠시간(百年只是暫時間) 인생 백년이 잠깐 동안에 불과하니

막파광음당등한(莫把光陰當等閒) 시간을 등한이 보내지 말라

약요불경염노안(若要不經閻老案) 만약 염라왕 앞에서 심판받지 않으려 할진댄

직수참투조사관(直須參透祖師關) 곧바로 참선해서 조사관을 뚫을지니라.

*나옹스님 ‘警世’ / 8구 게송 중에서 1,2,7,8구

 

삼계진로여해활(三界塵勞如海闊) 삼계화택의 생사진로가 저 바다처럼 넓고 넓은데

무고무금요괄괄(無古無今鬧聒聒) 옛도 없고 지금도 없이 시끄럽고 시끄럽구나

진향자가심념생(盡向自家心念生) 모두 다 자기의 마음생각으로부터 벌어진 것이니

일념불생도해탈(一念不生都解脫) 한 생각 나지 않으면 모두 해탈이 되는 것이니라.

*중봉명본 경책가(警策歌)

 

조주공안몰심사(趙州公案沒心思) 조주의 공안을 들면 마음에 모든 생각이 끊어져서

철벽은산백부지(鐵壁銀山百不知) 은산철벽에 막힌 것처럼 사량분별이 끊어짐이로다

의래의거의무간(疑來疑去疑無間) 의심해 가고 의심해 와서 의심에 간단이 없으면

고목개화만고지(枯木開花滿故枝) 고목에 꽃이 피어 가지마다 꽃이 활짝 피듯이 확철대오할 것이니라.

*소요태능 ‘贈道熙禪人’

 

용화선원 589 법보재(97년)

삼계지중분요요(三界之中紛擾擾) 삼계 가운데 어지럽게 돌아다님은

지위무명불료절(只爲無明不了絶) 다만 무명심을 끊지 못한 탓이다

일념불생심징연(一念不生心澄然) 한생각 남이 없어서 그 마음이 맑아 본연에 돌아가면

무거무래불생멸(無去無來不生滅)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고 생사도 없느니라.

*습득시(拾得詩)

 

부운부귀비아의(浮雲富貴非我意) 뜬구름 같은 부귀영화는 내 뜻이 아닌데

와각공명기득구(蝸角功名豈得求) 달팽이뿔 같은 명예를 어찌 구하리요

춘일쾌청춘수족(春日快晴春睡足) 봄날이 쾌청한데 봄졸음이 족해

와청산조백반성(臥聽山鳥百般聲) 누워서 산새의 온갖 노래 소리를 듣더라.

*서산대사 ‘朴上舍草堂’ / 원문 非留意, 豈染情

 

월첨신조색(月添新照色) 달이 비치니 새롭게 비추는 색을 더했고

풍실구행로(風失舊行路) 바람은 옛날 다니던 길을 잃었구나.

*문풍지 구멍난 것을 때우고 읊은 글귀

 

농계유식탕와근(籠鷄有食湯鍋近) 닭장속의 닭은 식량이 있지만 전골냄비가 가깝고

야학무량천지관(野鶴無糧天地寬) 들의 학은 먹이를 주는 사람이 없지만 천지간에 자유롭더라.

원입송풍나월하(願入松風蘿月下) 원컨대 솔바람 불고 칡넝쿨 사이로 달이 비치는 곳에 들어가

장관무루조사선(長觀無漏祖師禪) 길이 무루의 조사선을 관하게 되어지이다.

*1, 2구인 농계유식~과 야학무량~은 지공(誌公)선사의 권세염불문(勸世念佛文)

 

용화선원 590 5월 일요법회(97년)

전단목주중생상(栴檀木做衆生像) 전단향 나무로 중생의 모습을 만들고

급여여래보살형(及與如來菩薩形) 또 여래나 보살의 형상을 만드는데

만면천두수각이(萬面千頭雖各異) 그 모양이 각각 다르지만

약문훈기일반향(若聞熏氣一般香) 그 향내를 맡아보면 다 똑같은 향이니라.

*지환(智還) <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删補集> / <석문의범> 점안게(點眼偈)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모든 함이 있는 법은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 같은 것이니라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갯불과 같으니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응당 이와 같이 관을 지을지니라.

*<금강경> 사구게 應化非眞分

 

용화선원 591 부처님오신날(97년)

천상천하무여불(天上天下無如佛) 하늘 위 하늘 아래 부처님 같은 분이 없고

시방세계역무비(十方世界亦無比) 시방세계에 또한 견줄 바가 없더라

세간소유아진견(世間所有我盡見) 세간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았지만

일체무유여불자(一切無有如佛者) 부처님 같은 분은 없더라.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살이었을 때 저사불을 친견하고 환희하여 7일간 한발로 서서 찬탄한 게송《대지도론》

 

일종위배본심왕(一從違背本心王) 한번 본심왕[본래 진여불성]을 어기고 나온 후로

기입삼도역사생(幾入三途歷四生) 몇 번이나 삼악도와 사생[태란습화]을 지나왔던가

금일척제번뇌염(今日滌除煩惱染) 오늘 한 생각 돌이켜 번뇌에 물듦을 깨끗이 씻어버리면

수연의구자환향(隨緣依舊自還鄕) 인연을 따라 본래 생사없는 자성의 고향에 돌아가게 된다.

*<석문의범> 관욕(灌浴) 입실게(入室偈)

 

용화선원 592 하안거 결제(97년)

농계유식탕와근(籠鷄有食湯鍋近) 닭장속의 닭은 식량이 있지만 전골냄비가 가깝고

야학무량천지관(野鶴無糧天地寬) 들의 학은 먹이를 주는 사람이 없지만 천지간에 자유롭더라.

원입송풍나월하(願入松風蘿月下) 원컨대 솔바람 불고 칡넝쿨 사이로 달이 비치는 곳에 들어가

장관무루조사선(長觀無漏祖師禪) 길이 무루의 조사선을 관하게 되어지이다.

*1, 2구인 농계유식~과 야학무량~은 지공(誌公)선사의 권세염불문(勸世念佛文)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용화선원 593 하안거 해제(97년)

사시순환난부한(四時循環暖復寒) 사시절이 돌고 돌아 더워졌다 추워졌다 하기를 반복하는데

미후심련육화촌(獼猴深戀六華村) 원숭이는 여섯가지 꽃이 피는 마을을 깊이 그리워하는구나

이성안색증무가(耳聲眼色曾無暇) 귀로 소리를 듣고 눈으로 색상을 보는데 잠시도 겨를이 없으니

염념나지시사문(念念那知是死門) 생각 생각 죽음의 문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사서(四序)로도 읊으심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용화선원 594 9월 일요법회(97년)

계성변시광장설(溪聲便是廣長舌) 시냇물 소리는 문득 부처님의 광장설법이요

산색기비청정신(山色豈非淸淨身) 산빛이 어찌 청정한 부처님의 몸이 아니리요

야래팔만사천게(夜來八萬四千偈) 밤으로부터 온 팔만사천가지나 되는 진리의 노래를

타일여하거사인(他日如何擧似人) 다른 날에 어찌 다른 사람에게 보일 것인가.

*소동파 오도송

 

송풍강월접충허(松風江月接沖虛) 솔바람 소리와 강에 뜬 달이 허공에 접해 있으니

정시산승입정처(正是山僧入定處) 바로 이것이 산승이 정에 들어가는 곳이로구나

가소분분학도자(可笑紛紛學道者) 가히 우습다, 허둥대며 도를 닦는 자들이

색성지외각진여(色聲之外覺眞如) 눈으로 보는 색, 귀로 듣는 소리를 제외하고 진여를 깨달으려 하는구나.

*정몽주 ‘贈僧’ / 원문 入定初, 可吲, 覓眞如

 

아유일권경(我有一卷經) 내게 한 권의 경책이 있으되

불인지묵성(不因紙墨成) 종이나 먹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니라

전개무일자(展開無一字) 펴보면 한 글자도 없건만

상방대광명(常放大光明) 항상 큰 광명을 놓는구나.

*서산대사 <雲水壇> ※운수단은 서산대사가 편찬한 불교의식집

 

용화선원 595 10월 일요법회(97년)

산당정야좌무언(山堂靜夜坐無言) 산당의 고요한 밤에 말없이 앉았는데

적적요요본자연(寂寂寥寥本自然) 적적하고 고요한 본 자연이로구나

하사서풍동임야(何事西風動林野) 무슨 일로 서풍이 임야를 흔드는고

일성한안여장천(一聲寒雁唳長天) 한 소리 차운 기러기는 긴 하늘에 우는구나.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莊嚴淨土分

 

용화선원 596 11월 일요법회(97년)

만물영고자유시(萬物榮枯自有時) 만물이 무성했다가 시드는 것이 다 스스로 때가 있으니

난향춘일국개지(蘭香春日菊開遲) 난초는 봄날에 향기롭고 국화는 늦게 피는구나

세간궁달개여차(世間窮達皆如此) 세간의 흥망성쇠도 다 이와 같아서

선후수수일양사(先後雖殊一樣思) 선후는 비록 다르지만 다 마찬가지로구나.

*부휴선수 ‘秋菊春蘭各有時’

 

안비천말적유사(雁飛天末迹留沙) 기러기가 놀다가 하늘끝으로 날아갔는데 발자국이 모래에 남아 있고

인거황천명재가(人去黃泉名在家) 사람은 황천으로 갔는데 집에 이름만 남아 있더라

채득백화성밀후(採得百花成蜜後) 백가지 꽃에서 꿀을 만들었는데

부지신고위수감(不知辛苦爲誰甘) 괴로움을 알지 못하는 엉뚱한 사람이 맛보게 된다.

*1,2구 <선가귀감> “어떤 사람의 시에~”로 인용됨. 원문 鴻飛 / 3,4구 소동파. 원문 爲誰甛

 

만사무여퇴보휴(萬事無如退步休) 세상만사가 퇴보해서 쉬는 것만 같지 못하니

백년허환몽중구(百年虛幻夢中軀) 백년 인생이 기러기 발자국이나 벌의 신세보다 못한 허망한 몸뚱이다

조주불시쟁호병(趙州不是爭胡餠) 조주스님이 떡이 먹고 싶어서 떡내기 수수께끼를 한 것이 아니라

요사시인열처구(要使時人劣處求)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겸손하고 사양하고 추대하는 도리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니라.

*진각혜심 ‘鬪劣話’

 

행년홀홀급여류(行年忽忽急如流)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 마치 급히 흐르는 물과 같고

노색간간일상두(老色看看日上頭) 늙은 빛이 얼른얼른 날마다 머리위로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지차일신비아유(只此一身非我有) 다못 이 한 몸뚱이도 내 것이 아닌데

휴휴신외갱하구(休休身外更何求) 쉬고 쉬어라, 이 몸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오.

*진각혜심 ‘息心偈’

 

용화선원 597 동안거 결제(97년)

수행수시용심진(修行須是用心眞) 수행하는 데는 모름지기 그 마음을 진실히 써야 하니

심약진시도이친(心若眞時道易親) 마음만 진실해버리면 도는 쉽게 친해진다

미오이도단재아(迷悟二途端在我) 미하고 깨닫고 하는 것은 단서가 내게 있으니

시비양자막수인(是非兩字莫隨人) 시비, 이 두 글자는 다른 사람을 따르지 말아라.

*중봉명본 ‘寄同參十首’ 중에서

 

진일성성좌(盡日惺惺坐) 종일토록 성성하게 앉았으니

건곤무안중(乾坤無眼中) 하늘과 땅이 안중에 없구나

유붕래초옥(有朋來草屋) 벗이 있어 초당에 찾아오니

명월여청풍(明月與淸風) 명월과 청풍이로구나.

*환성지안 ‘偶吟’ / 원문 一眼中

 

용화선원 598 12월 일요법회(97년)

흑운재기홀문뢰(黑雲才起忽聞雷) 먹구름이 일어나자 우레소리가 들리더니

백우시종야외래(白雨時從野外來) 흰 비가 온 산과 들에 내리는구나

사위행인세염열(似爲行人洗炎熱) 길 가던 여행자의 땀에 젖은 옷을 씻어주고

우종귀로정진애(又從歸路淨塵埃) 또 돌아가던 길의 먼지를 깨끗이 해 주는구나.

*정몽주 ‘送中遇雨’

 

전단목주중생상(栴檀木做衆生像) 전단향 나무로 중생의 모습을 만들고

급여여래보살형(及與如來菩薩形) 또 여래나 보살의 형상을 만드는데

만면천두수각이(萬面千頭雖各異) 그 모양이 각각 다르지만

약문훈기일반향(若聞熏氣一般香) 그 향내를 맡아보면 다 똑같은 향이니라.

*지환(智還) <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删補集> / <석문의범> 점안게(點眼偈)

 

용화선원 599 조실스님 23주기 추모재(97.12.02.음)

수행막대빈모반(修行莫待鬢毛斑) 도를 닦음에 귀밑에 머리터럭 희기를 기다리지 말라

호리신분개소년(蒿裡新墳皆少年) 쑥대 속에 새 무덤이 다 소년무덤이니라

인신일실기시환(人身一失幾時還) 사람 몸뚱이 한 번 잃어버리면 언제 다시 받을 것이냐

지옥시장기등한(地獄時長豈等閑) 지옥에 떨어지면 무량겁동안 고를 받을텐데 어찌 등한히 지내겠는가.

*천동굉지 <치문경훈> / 용화사 75 참조

 

용화선원 600 1월 일요법회(98년)

득지재심응재수(得之在心應在手) 이것을 얻으면 손에 응하며

설월풍화천지구(雪月風花天地久) 눈달이 뜨고 바람꽃이 피기를 천지가 생긴 이후로 오래 되었구나

조조계향오경제(朝朝鷄向五更啼) 아침마다 닭은 오경을 향해서 울고

춘래처처산화수(春來處處山花秀) 봄이 오면 곳곳마다 산꽃이 향기롭구나.

*원문 得之在心 應之在手 雪月風花 天長地久 : <금강경오가해> 離相寂滅分 야부송

 

찰진심념가수지(刹塵心念可數知) 항하사 수만큼 많은 수없는 마음은 가히 셀 수 있고

대해중수가음진(大海中水可飮盡) 큰 바다의 많은 물도 다 마실 수 있고

허공가량풍가계(虛空可量風可繫) 허공도 가히 헤아릴 수 있고 바람도 가히 붙들어 맬 수 있어도

무능진설불공덕(無能盡說佛功德) 부처님의 공덕은 말로 다할 수 없음이라.

*<화엄경> 입법계품(入法界品)

 

조주공안몰심사(趙州公案沒心思) 조주의 공안을 들면 마음에 모든 생각이 끊어져서

철벽은산백부지(鐵壁銀山百不知) 은산철벽에 막힌 것처럼 사량분별이 끊어짐이로다

의래의거의무간(疑來疑去疑無間) 의심해 가고 의심해 와서 의심에 간단이 없으면

고목개화만고지(枯木開花滿故枝) 고목에 꽃이 피어 가지마다 꽃이 활짝 피듯이 확철대오할 것이니라.

*소요태능 ‘贈道熙禪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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