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등 1, 2

 

세등 3 하안거 반산림(76년)                                    ***2022작성파일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황벽희운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자경문>

 

세등 4 하안거 中 법문(76년)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세등 5 하안거 해제(76년)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세등 6 동안거 결제(76년)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 세등 7, 8

 

세등 9 동안거 中 법문(76년)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세등 10 동안거 해제 법문(77년)

제행무상(諸行無常)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무상하니

시생멸법(是生滅法) 이것이 나고 죽는 법이로다

생멸멸이(生滅滅已) 생과 멸이 다하면

적멸위락(寂滅爲樂) 적멸이 낙이 되느니라.

*<열반경> 사구게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세등 11 하안거 결제 법문(77년)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세등 12 하안거 반산림 법문(77년)

일파유조수부득(一把柳條收不得) 버들가지 한웅큼 잡아 얻을 수 없어

화풍탑재옥난간(和風搭在玉欄干) 바람과 함께 옥난간에 걸어둡니다.

*송(宋)의 거사, 황정견 ‘회당조심선사 열반에 부쳐’

 

세등 13 하안거 中 법문(77년)

차신불향금생도(此身不向今生度) 금생에 이 몸 제도하지 못하면

갱대하생도차신(更待何生度此身)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이 몸 제도할 것인가.

*1,2구는 예장종경(豫章宗鏡) <銷釋金剛經科儀會要註解>

 

• 세등 14

 

세등 15 동안거 반산림 법문(77년)

황앵상수일지화(黃鶯上樹一枝花) 노란 꾀꼬리가 나무에 오르니 한 가지 꽃이요

백로하야천점설(白鷺下野千點雪) 백로가 밭에 내리니 천점의 눈송이로다.

*131번 참조

 

약인욕식불경계(若人欲識佛境界) 만약 부처님의 경계를 알고자 할진댄

당정기의여허공(當淨其意如虛空) 마땅히 그 마음을 허공과 같이 할지니라.

*60권 <화엄경> 여래출현품 / 원문 若有欲知佛境界 當淨其意如虛空 遠離妄想及諸取 令心所向皆無礙

 

세등 16 성도재 법문(77년)

수지왕사일륜월(誰知王舍一輪月) 왕사성의 한 바퀴 둥그런 달빛이

만고광명장불멸(萬古光明長不滅) 만고에 길이 멸하지 아니할 것을 누가 알겠느냐!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함허 序

 

세등 17 동안거 해제 법문(78년)

황앵상수일지화(黃鶯上樹一枝花) 노란 꾀꼬리가 나무에 오르니 한 가지 꽃이요

백로하야천점설(白鷺下野千點雪) 백로가 밭에 내리니 천점의 눈송이로다.

*<五燈會元> 심(深)선사 인용 / 원문 白鷺下田千點雪 黃鶯上樹一枝花

 

욕성무상보리도(欲成無上菩提道) 위없는 보리도를 이루고자 할진댄

야요상회평등심(也要常懷平等心) 언제나 평등한 마음을 품을지니라

약유친소증애계(若有親疎憎愛計) 마음 가운데 친소와 증애가 있으면

도가원혜업가심(道加遠兮業加深) 도는 멀어지고 업은 더욱 깊어지느니라.

*<자경문>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자경문>

 

세등 18 하안거 결제 법문(78년)

승춘고하진선연(承春高下盡鮮姸) 봄이 오니 높고 낮은 데가 모두 다 잎이 피고 꽃이 피어 곱기도 곱구나

우후교림규두견(雨後喬林叫杜鵑) 비가 내린 뒤 교림에는 두견새가 울고 우는구나

인정화루명월야(人靜畵樓明月夜) 사람 고요한 곱게 단청한 누각에는 달이 휘영청 밝은데

취가환주낙화전(醉歌歡酒落花前) 한잔 잘 먹고 노래를 부르며 꽃 떨어진 앞에서 춤을 추는구나.

*정엄 수(淨嚴 遂) <선문염송> ‘천상천하유아독존’에 대한 게송 / 원문 雨過

 

<일화>

한 스님이 지리산 토굴에서 정진하다가 어떤 인연으로 해서 부인으로 화현한 관세음보살과 함께 한방에서 용맹정진하면서 한 철을 같이 지내게 되었는데, 정진하다가 졸면 서로 경책하기로 하였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깜빡 조는 스님을 부인이 ‘탁’ 때리는 바람에 스님이 깨달았다.

 

스님 : (부인에게 오체투지를 하며) 내가 깨달았습니다.

부인 : 깨달은 도리를 한번 일러보십시오.

스님 : 저울대 추를 밟으니 굳기가 쇠와 같습니다. (답착평추경사철 踏著秤鎚硬似鐵) ※秤 : 저울 칭

부인 : ‘저울대 추를 밟으니 굳기가 쇠와 같다.’ 하니 그 도리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이르십시오.

스님 : 수염없는 원숭이가 나무를 거꾸로 올라갑니다. (무수호손도상수 無鬚猢猻倒上樹)

부인 : (무릎을 탁치면서) 스님, 출가해서 30년, 수고 많이 했습니다. 나는 다른사람이 아니고 관세음보살인데, 스님이 목숨바쳐서 정진하려고 하는 그신심이 장해서 내가 이한해 겨울을 결정코 스님으로 하여금 견성성불케 하기위해서 화현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 행여나 어디나가서 관세음보살을 보았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이에 스님이 일어나서 절을 하고 얼굴을 드니 관세음보살은 간 곳이 없었다.

 

수행막대빈모반(修行莫待鬢毛斑) 도를 닦음에 귀밑에 머리터럭 희기를 기다리지 말라

호리신분개소년(蒿裡新墳皆少年) 쑥대 속에 새 무덤이 다 소년무덤이니라

지옥시장기등한(地獄時長豈等閑) 지옥에 떨어지면 무량겁동안 고를 받을텐데 어찌 등한히 지내겠는가.

일실인신기시환(一失人身幾時還) 사람 몸뚱이 한 번 잃어버리면 언제 다시 받을 것이냐

*천동굉지 <치문경훈> / 원문 蒿里新墳盡少年 修行莫待鬢毛斑 死生事大宜須覺 地獄時長豈等閑 道業未成何所賴 人身一失幾時還 前程黑暗路頭險 十二時中自着奸

 

세등 19 하안거 해제 법문(78년)

내여백운래(來與白雲來) 이 세상에 오되 흰 구름과 같이 오고

거수명월거(去隨明月去) 가되 밝은 달 가듯이 (따라서) 간다

거래일주인(去來一主人) 오고 가는 그 한 주인이

필경재하처(畢竟在何處) 필경에 어느 곳에 있느냐.

*서산대사 ‘哭亡僧’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삼간모옥종래주(三間茅屋從來住) 삼간모옥에서 종래부터 살았는데

일도신광만경한(一道神光萬境閑) 한 줄기 신령스런 빛에 일만경계가 한가롭구나

막파시비내변아(莫把是非來辨我) 인간의 온갖 시비를 내게 말할 것 없나니

부생천착불상관(浮生穿鑿不相關) 인간세상의 따지는 일은 나한테는 상관이 없다.

*담주 용산(龍山) 화상

 

금조상별후(今朝相別後) 오늘 서로 해제하고 작별하게 되면

소식기시문(消息幾時聞) 다시 어느 때 소식을 듣게 될 것인가

명일추운격(明日秋雲隔) 내일이면 가을바람이 불어 가을 구름에 막히면

사군불견군(思君不見君) 그대를 생각할 뿐이요 그대 얼굴을 보지 못하겠구나.

*서산대사 ‘送芝師’

 

세등 20 동안거 반산림 법문(78년)

약이색견아(若以色見我) 만약 색상으로 나를 보려고 하거나

이음성구아(以音聲求我) 음성으로 나를 구하려 하면

시인행사도(是人行邪道) 이 사람은 사도를 행하는 것이요

불능견여래(不能見如來)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

*<금강경> 사구게 法身非相分

 

야야포불면(夜夜抱佛眠) 밤마다 부처님을 안고 자고

조조환공기(朝朝還共起) 아침마다 부처님과 함께 일어난다

욕식불거처(欲識佛去處) 만약 부처 간 곳을 알고자 할진댄

지자어성시(只這語聲是) 다못 이 말소리가 이놈이니라.

*부대사(傅大士) / 원문 夜夜抱佛眠 朝朝還共起 起坐鎭相隨 語默同居止 纖毫不相離 如身影相似 欲識佛去處 只這語聲是(송담선사께서이 게송에 대해 점검하시기를 “欲識佛去處 只這語聲是라, 의심이 막 퍼 일어나게 해야 되는데 이건 도저히 안된다”고 하시면서 “祖師曾漏泄 不識也不識”이라고 이르셨다.)

※조사증누설 불식야불식(祖師曾漏泄 不識也不識 조사가 일찍이 누설했는데, 아지 못하겠구나 아지 못하겠구나!)

 

내여백운래(來與白雲來) 이 세상에 오되 흰 구름과 같이 오고

거수명월거(去隨明月去) 가되 밝은 달 가듯이 (따라서) 간다

거래일주인(去來一主人) 오고 가는 그 한 주인이

필경재하처(畢竟在何處) 필경에 어느 곳에 있느냐.

*서산대사 ‘哭亡僧’

 

역력이빈주(歷歷離賓主) 역력해서 손과 주인을 여의었다

요요절색공(寥寥絶色空) 적적요요해서 색공의 견해도 다 끊어졌다

목전근기취(目前勤記取) 목전에 소소영령한 그 놈을 부지런히 취하라

산립백운중(山立白雲中) 산은 백운 가운데 섰느니라.

*서산대사 ‘贈道能禪子’

 

세등 21 동안거 해제 법문(79년)

황앵상수일지화(黃鶯上樹一枝花) 노란 꾀꼬리가 나무에 오르니 한 가지 꽃이요

백로하야천점설(白鷺下野千點雪) 백로가 밭에 내리니 천점의 눈송이로다.

*131번 참조

 

생애여몽약부운(生涯如夢若浮雲) 출가인의 생애는 꿈과 같고 뜬구름과 같음이요

활계도무절육친(活計都無絶六親) 생활해 나가는데 활계가 도무지 없어 육친이 끊어졌음이로다

유득일쌍청백안(留得一雙靑白眼) 한 쌍의 청백안을 가져서

소간무한왕래인(笑看無限往來人) 오고가는 한없는 사람을 웃으며 볼 수 있구나.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究竟無我分 ※부(父)가 이름으로 쓰일 때는 ‘보’로 발음하나 관행에 따라 ‘야부’로 표기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세등 22 하안거 반산림(79년)

황앵상수일지화(黃鶯上樹一枝花) 노란 꾀꼬리가 나무에 오르니 한 가지 꽃이요

백로하전천점설(白鷺下田千點雪) 백로가 밭에 내리니 천점의 눈송이로다.

*131번 참조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세등 23 하안거 해제(79년)

생사해탈사비상(生死解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황벽희운 / 원문 塵勞逈脫事非常

 

수행막대빈모반(修行莫待鬢毛斑) 도를 닦음에 귀밑에 머리터럭 희기를 기다리지 말라

호리신분개소년(蒿裡新墳皆少年) 쑥대 속에 새 무덤이 다 소년무덤이니라

일실인신기시환(一失人身幾時還) 사람 몸뚱이 한 번 잃어버리면 언제 다시 받을 것이냐

지옥시장기등한(地獄時長豈等閑) 지옥에 떨어지면 무량겁동안 고를 받을텐데 어찌 등한히 지내겠는가.

*천동굉지 <치문경훈> / 세등 18 참조

 

세등 24 동안거 결제(79년)

대지여우인막측(大智如愚人莫測) 큰 지혜는 흡사 어리석음과 같아 사람들이 헤아리기 어려우니

수래방거역비구(收來放去亦非拘) 거두고 놓아버리는데 또한 구애됨이 없다.

*<선문염송> 海印信 선사

 

수설운산천만사(雖說雲山千萬事) 산에 구름 일어나듯이 천가지 만가지 말을 한다 하더라도

해천명월본무언(海天明月本無言) 바다에 떠 있는 밝은 달은 본래로 말이 없느니라.

 

세등 25 동안거 반산림(79년)

아견출가인(我見出家人) 내가 출가한 사람들을 보니

불입출가학(不入出家學) 참으로 올바르게 출가한 사람이 드물더라

욕지진출가(欲知眞出家) 참된 출가를 알고자 하는가

심정무승삭(心淨無繩索) 마음이 깨끗해서 구애가 없어야 하느니라.

*한산시

 

삼계임종횡(三界任縱橫) 삼계에 종횡으로 걸림없고

사생불가박(四生不可泊) 사생에 얽매이지 않는다

무위무사인(無爲無事人) 함이 없고 일도 없는 사람이 되서

소요명쾌락(逍遙明快樂) 집착없이 자유자재로 즐거움에 노니는구나.

*한산시 / 원문 實快樂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세등 26 동안거 해제(80년)

일휘상인참춘풍(一揮霜刃斬春風) 서릿발 치는 칼을 한번 휘두르니 봄바람을 벤 것과 같다

설만공정낙엽홍(雪滿空庭落葉紅) 눈이 가득한 빈뜰에는 낙엽이 떨어져서 붉다

자리시비재변료(這裏是非才辨了) 이 속에 도리를 알겠느냐

반륜한월침서봉(半輪寒月枕西峯) 반 바퀴 차운 달이 서쪽 봉우리에 베개했느니라.

*청매인오(靑梅印悟) ‘少林斷臂’

 

일생장환주인공(一生長喚主人公) 일생 동안을 ‘주인공아’하고 길이 부르면서

불수인만회불문(不受人謾回不問) ‘사람에게 속지 말라’고 대답하며 공부함이라

금일성성하처거(今日惺惺何處去) 금일에 성성한데 어느 곳을 향해 가는고

만산송백기비풍(滿山松柏起悲風) 만산 송백에 슬픈 바람이 일어나는구나.

*불국유백(佛國惟白)선사 <禪宗頌古聯珠通集 31권> / 원문 不受人謾逈不同

 

서왕한래춘부추(暑往寒來春復秋) 더위 가고 추위가 오고 봄이 오고 다시 가을이 오는구나

석양서거수동류(夕陽西去水東流) 해가 저물면 서쪽으로 가고 물은 흘러 동으로 가는구나

망망우주인무수(茫茫宇宙人無數) 망망한 우주에 사람이 한량없이 많은데

나개친증도지두(那箇親曾到地頭) 그 가운데 몇사람이나 이 도리를 깨달았느냐!

*설암조흠(雪巖祖欽) <禪宗頌古聯珠通集>

 

세등 27 하안거 결제(80년)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塵) 백년동안 탐한 물건은 하루아침에 티끌이요

삼일수심천재보(三日修心千載寶) 삼일동안 도를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라

 

세등 28 하안거 반산림(80년)

일편백운강상래(一片白雲江上來) 한 조각 흰 구름은 강위로 떠오는데

기조녹수암전거(幾條綠水岩前去) 몇 가닥 푸른 물결은 바위 앞으로 가느냐.

*보림 본(寶林 本) 선사, <선문염송> 3칙 ‘悟道’에 대한 게송

 

참선수투조사관(參禪須透祖師關) 참선은 모름지기 조사관을 뚫어야 하고

묘오요궁심로절(妙悟要窮心路絶) 묘한 깨달음은 마침내 마음길이 끊어짐을 요하느니라.

*무문혜개 <무문관>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세등 29 하안거 해제(80년)

황앵상수일지화(黃鶯上樹一枝花) 노란 꾀꼬리가 나무에 오르니 한 가지 꽃이요

백로하야천점설(白鷺下野千點雪) 백로가 밭에 내리니 천점의 눈송이로다.

*131번 참조

 

제득혈루무용처(啼得血淚無用處) 피눈물이 나오도록 울어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

불여함구과잔춘(不如緘口過殘春) 입을 다물고 남은 봄을 보냄과 같지 못하다.

*취암(翠巖) <선문염송>

 

불시상천당(不是上天堂) 천당에 올라가지 아니하면

필시입지옥(必是入地獄) 반드시 지옥에 갈 것이다

유월육일 (六月六日) 오늘은 유월 육일

곡천수죄족(谷泉受罪足) 곡천은 죄 받기 마쳤다.

*곡천(谷泉)선사 열반송. 원문 今朝六月六 谷泉受罪足 不是上天堂 便是入地獄

 

인수정고어소수(忍受井枯魚少水) 우물이 말라 물이 적은 것 물고기는 어찌 참으며

영용상핍서침등(寧容象逼鼠侵藤) 미친 코끼리에 쫓기고 쥐가 등넝쿨 갉아대는 것 어찌 참으랴.

*<관음예문>

 

세등 30 동안거 결제(80년)

작야삼경월만루(昨夜三更月滿樓) 어젯밤 삼경에 달이 누각에 가득한데

고가창외노화추(古家窓外蘆花秋) 옛집 창밖에는 갈대꽃 가을이로구나

불조도차상신명(佛祖到此喪身命) 부처와 조사가 여기에 이르러서 신명(身命)을 상실했는데

암하유수과교래(岩下流水過橋來) 바위 아래 흐르는 물은 다리로 지내오는구나.

*전강 조실스님 오도송. 원래는 이렇게 7언이었으나 후에 5언으로 만드심.

 

춘래의구초자청(春來依舊草自靑) 봄이 오매 옛에 의지해 풀은 저절로 푸르고

추지임타황엽락(秋至任他黃葉落) 가을이 오매 저절로 낙엽이 져서 떨어지는구나.

* 1구 <선가귀감> / 2구 한산시 참조 秋到任他林落葉

 

홀문인어무비공(忽聞人語無鼻孔) 문득 콧구멍 없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돈각삼천시오가(頓覺三千是吾家) 삼천대천세계가 내 집인 줄을 몰록 깨달았다

유월연암산하로(六月燕岩山下路) 유월 연암산 아래 길에

야인무사태평가(野人無事太平歌) 들사람이 일없이 태평가를 부르는 구나.

*경허스님 오도송

 

세등 31 동안거 반산림(80년)

삼십년래반고향(三十年來返故鄕) 삼십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니

인망택폐우촌황(人亡宅廢又村荒) 사람은 죽고 집은 헐어 마을이 황량하다.

청산불어춘천모(靑山不語春天暮) 푸른 산은 말없이 봄하늘이 저물었는데

두우일성래묘망(杜宇一聲來渺茫) 두견새 한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는구나.

*서산대사의 '還鄕' 율시 중 처음 4구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세등 32 동안거 해제(81년)

원앙수출종교간(鴛鴦繡出從敎看) 원앙새 수놓은 것은 그대에게 보여줄 수 있거니와

불파금침도여인(不把金針渡與人) 수놓은 그 금바늘은 그대에게 건네줄 수가 없노라.

*불안청원(佛眼淸原) <古尊宿語錄>

 

추지임타황엽락(秋至任他黃葉落) 가을이 오매 저절로 낙엽이 져서 떨어지고

춘래의구초자청(春來依舊草自靑) 봄이 오매 옛에 의지해 풀은 저절로 푸르구나

처처녹양감계마(處處綠楊堪繫馬) 곳곳마다 푸른 버드나무에는 말을 맬만하고

가가문전통장안(家家門前通長安) 집집마다 문앞에 있는 길은 장안으로 통하도다.

*1구 한산시 참조 秋到任他林落葉 / 2구 <선가귀감> / 4구 家家門前通長安은 <조주록>의 조주선사 게송

 

차신불향금생도(此身不向今生度) 이 몸 금생에 제도하지 못하면

갱대하생도차신(更待何生度此身)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제도할 것인가.

호향차시명자기(好向此時明自己) 조히 이때를 향해서 참나를 밝힐지니라

백년광영전두비(百年光影轉頭非) 백년의 세월도 순식간에 글러지느니.

*1,2구는 예장종경(豫章宗鏡) <銷釋金剛經科儀會要註解> / 3,4구는 법천 계(法泉 繼)선사 <證道歌頌> 원문 轉頭空, <선가귀감>에 인용됨 / 3,4구 <자경문>

 

세등 33 하안거 결제(81년)

정체종래절성색(正體從來絶聲色) 바른 진리의 체는 본래로 소리와 색상을 여읜 것이니

멱즉지군불견종(覓則知君不見蹤) 찾은 즉 그대는 알라, 자취를 보지 못할 것이다

묘봉정상일전신(妙峰頂上一轉身) 수미산 꼭대기에서 한 번 몸을 굴리면(타성일편 경계에서 더욱 간절히 참구해 깨치게 되면)

시방무처불봉거(十方無處不逢渠) 시방 세계에 참나 아닌 것이 없는 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離色離相分

 

적수성빙신유지(滴水成氷信有之) 물방울이 찰나에 얼음이 되어 버려서 어찌 해볼 수 없으되

녹양방초색의의(綠楊芳草色依依) 푸른 버드나무와 아름다운 풀은 빛깔이 아련하구나

추월춘화무한의(秋月春花無限意) 가을 달 봄꽃들의 한없는 뜻은

불방한청자고제(不妨閑聽鷓鴣啼) 자고새가 노래하는 것을 한가히 듣는 것도 또한 방해롭지 않다.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無法可得分

 

세등 34 하안거 반산림(81년)

임간무사남몽두(林間無事襤冡頭) 선방 숲속에서 일없이 먹물 누더기를 걸치고

영야청소만무회(永夜淸霄萬無懷) 긴 밤 맑은 하늘에 만사를 쉬어버렸구나

강월명명자상조(江月明明自相照) 강물에 비친 달이 서로 밝게 비추는데

송풍무단냉표표(松風無斷冷飄飄) 솔바람은 끊임없이 차웁게 나부끼는구나.

 

수설운산천만사(雖說雲山千萬事) 산에 구름 일어나듯이 천가지 만가지 말을 한다 하더라도

해천명월본무언(海天明月本無言) 바다에 떠 있는 밝은 달은 본래로 말이 없느니라.

 

세등 35 하안거 해제(81년)

자소내내관원방(自少來來慣遠方) 어릴 때부터 타관 객지로 돌아다닌 것이 익숙해서

기회형악도소상(幾廻衡岳渡瀟湘) 몇 번이나 형악을 돌고 소상강을 건넜던가

일조답착가향로(一朝踏着家鄕路) 하루아침에 고향에 돌아와 보니

시각도중일월장(始覺途中日月長) 비로소 일평생 동안 방황한 세월이 길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離相寂滅分

 

견색비유색(見色非有色) 색을 보되 색이 아니요

문성불시성(聞聲不是聲) 소리를 듣되 소리가 아님이라

색성불애처(色聲不礙處) 색상과 소리에 걸리지 않을 때

친도법왕성(親到法王城) 바로 법왕의 성에 이르는 것이니라.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莊嚴淨土分 / 원문 見色非干色

 

일파유조수부득(一把柳條收不得) 버들가지 한웅큼 잡아 얻을 수 없어

화풍탑재옥난간(和風搭在玉欄干) 바람과 함께 옥난간에 걸어둡니다.

 

세등 36 동안거 결제(81년)

안중동자목전인(眼中瞳子目前人) 눈 가운데 비친 것은 눈앞에 있는 사람의 영상이요

수저금오천상일(水底金烏天上日) 물 밑의 금까마귀는 하늘 위의 해더라

일곡양곡무인회(一曲兩曲無人會) 한 곡조 두 곡조 타도 아무도 알아듣는 사람이 없는데

우과야당추수심(雨過夜塘秋水深) 비 지난 밤 연못에는 가을 물만 깊더라.

*3,4구 설두중현 <선문염송>

 

상억강남삼월리(常憶江南三月裡) 항상 강남의 삼월을 생각했더니

자고제처백화향(鷓鴣啼處百花香) 자고새 우는 곳에 일백 꽃이 난만히 피었더라

인간노도삼봉진(人間路到三峰盡) 인간의 가는 길이 삼봉에 이르러 다했는데

천하추수일엽래(天下秋隨一葉來) 천하의 가을소식이 오동잎 하나 떨어지는 데에서 온다.

*1,2구 서산대사 <선가귀감> / ※삼봉 : 삼면이 바닷가에 절벽으로 서있는 산

 3.4구 宋-江少虞 [事實類苑]

 

경리간형불애아(鏡裏看形不礙我) 거울 속의 보이는 형상이 나에게 방해롭지 아니하니

미목분명비별인(眉目分明非別人) 미목이 분명해서 딴 사람이 아니더라.

경리견수형(鏡裏見誰形) 거울 속의 얼굴은 누구의 얼굴이겠냐

곡중문자성(谷中聞自聲) 골짜기에서 외친 자기 소리를 듣는다.

*1,2구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 설의> 莊嚴凈土分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세등 37 동안거 반산림(81년)

운개공자활(雲開空自濶) 구름이 끼었다가 활짝 걷히니 허공이 저절로 환히 열리고

엽락즉귀근(葉落卽歸根) 가을이 되어 잎이 떨어지니 곧 뿌리로 돌아가는구나

회수연파리(廻首煙波裏) 머리를 돌이켜 연기 자욱한 파도 속을 향하니

어가과원촌(漁歌過遠村) 고기잡이 노래가 먼 마을을 지나는구나.

*송원숭악 <선문염송>

 

단지성색본비진(但知聲色本非眞) 다못 소리와 색상이 본래 참이 아닌 줄 알면

자연불피성색혹(自然不被聲色惑) 자연히 소리와 색상에 현혹을 받지 않음이라

견진자어현지회(見盡自於玄旨會) 소리를 듣고 색상을 보는 견이 다하면 자연히 현현한 뜻을 알게 되고

정망능여도상친(情忘能與道相親) 정이 다하면 능히 도와 더불어 서로 친하게 되느니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法身非相分

 

염도염궁무념처(念到念窮無念處) 생각이 다하고 생각이 다해서 생각없는 데 이르르게 되면

육문상방자금광(六門常放紫金光) 육문으로부터 항상 자금광을 놓으리라.

*나옹스님

 

사수여운일몽신(似水如雲一夢身) 흐르는 물과 같이 구름과 같이, 한 꿈의 몸뚱이요

부지차외갱하친(不知此外更何親) 그것 밖에는 제일 친한 것을 알지 못하겠다

개중불허용타물(箇中不許容他物) 이낱 가운데 다른 물건 용납함을 허락할 수 없으니

분부황매노상인(分付黃梅路上人) 황매노상에서 바로 이 도리를 분부하신 것이다.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不受不貪分

 

세등 38 동안거 해제(82년)

앙처여천활(仰處如天濶)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끝없는 허공이요

궁지사해심(窮之似海深) 몸을 구부려 아래를 보니 한없이 깊은 바다로구나

지밀행역밀(志密行亦密) 그 뜻이 밀밀하면 행동도 또한 밀밀하고

공심오역심(功深悟亦深) 공행이 끝없이 깊고 깊으면 깨달음도 또한 깊은 것이니라.

*중봉명본 『天目中峰和尙廣錄』권제17

 

생사해탈사비상(生死解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황벽희운 / 원문 塵勞逈脫事非常

 

세등 39 하안거 결제(82년)

황앵상수일지화(黃鶯上樹一枝花) 노란 꾀꼬리가 나무에 오르니 한 가지 꽃이요

백로하야천점설(白鷺下野千點雪) 백로가 밭에 내리니 천점의 눈송이로다.

야래풍우객문선(夜來風雨客聞先) 밤새 오는 비바람 소리를 객이 먼저 들으니

춘산의구초당전(春山依舊草堂前) 봄산은 옛을 의지해 초당 앞에 서 있구나.

* 1,2구 131번 참조 / 3,4구 황현 <매천집> ‘又至文星齋’

 

불행방초로(不行芳草路) 꽃다운 풀 우거진 길을 지나가지 않으면

난지낙화촌(難至落花村) 꽃 떨어진 마을에 이르기 어렵다

산진수궁의무로(山盡水窮疑無路) 산이 다하고 물도 다해 갈 곳이 없는 줄 알았더니

유암화명우일촌(柳暗花明又一村) 버들은 드리워지고 꽃이 밝게 핀 또 한마을이 나타났구나.

*1,2구 <선가귀감> / 3,4구 송(宋) 육유(陸游)의 율시 ‘游山西村’ 중 3,4구 : 3구 원문 山重水複疑無路

 

금오출몰촉년광(金烏出沒促年光) 금까마귀(태양)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세월을 재촉하고

옥토승침최로상(玉兎昇沈催老像) 옥토끼(달)는 떴다 졌다 하면서 늙은 모양을 재촉하는구나

인수정고어소수(忍受井枯魚少水) 우물이 말라 물이 적은 것 물고기는 어찌 참으며

영용상핍서침등(寧容象逼鼠侵藤) 미친 코끼리에 쫓기고 쥐가 등넝쿨 갉아대는 것 어찌 참으랴.

*1,2구는 <자경문> / 게송 전체가 <관음예문>에 나옴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세등 40 하안거 해제(82년)

운개공자활(雲開空自濶) 구름이 끼었다가 활짝 걷히니 허공이 저절로 환히 열리고

엽락즉귀근(葉落卽歸根) 가을이 되어 잎이 떨어지니 곧 뿌리로 돌아가는구나

회수간산취류하(回首看山醉流霞) 머리 돌이켜 산을 바라보며 흐르는 안개에 취하고

의수침면일이사(倚樹沈眠日已斜) 나무에 기대어 졸고 나니 날은 이미 저물었도다.

*1,2구 송원숭악 <선문염송> / 3,4구 전강조실스님(원문 唐 李商隱 : 尋芳不覺醉流霞 倚樹沈眠日已斜)

 

제득혈루무용처(啼得血淚無用處) 피눈물이 나오도록 울어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

불여함구과잔년(不如緘口過殘年) 입을 다물고 남은 해를 보냄과 같지 못하다.

*취암(翠巖) <선문염송> / 원문 不如緘口過殘春

 

일곡양곡무인회(一曲兩曲無人會) 한 곡조 두 곡조 타도 아무도 알아듣는 사람이 없는데

우과야당추수심(雨過夜塘秋水深) 비 지난 밤 연못에는 가을 물만 깊더라.

*설두중현 <선문염송>

 

세등 41 동안거 결제(82년)

무한심중사(無限心中事) 한없는 마음 가운데 일을

평생설향수(平生說向誰) 평생에 누구를 향해 설할꼬

양춘탄일곡(陽春彈一曲) 따뜻한 봄날에 한 곡조 거문고를 뜯으니

송월만창시(松月滿窓時)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창에 가득한 때로구나.

*서산대사 ‘謝金信士來訪’

 

가소기우자(可笑騎牛者) 우습구나, 소를 탄 자여

기우갱멱우(騎牛更覓牛) 소를 타고서 소를 찾고 있구나

작래무영수(斫來無影樹) 그림자 없는 나무를 베어다가

소진수중구(銷盡水中漚) 물 가운데 버큼[거품]을 녹일지니라.

*소요태능 ‘答一禪和’ / 원문 銷盡海中漚

 

종전공주부지명(從前共住不知名) 이전부터 함께 살아왔건만 그 이름은 알지 못하고

금일상봉차비이(今日相逢且非爾) 오늘 서로 만났으되 또한 그가 아니더라

월연만수이물침(月娟萬水而勿沈) 달은 연연히 만수에 비추건만 물에 빠지지 않고

풍랭육창이자계(風冷六窓而自啓) 바람은 냉랭해서 육창에 부는데 창이 저절로 열리더라.

*연연(娟娟) : 그윽한 모양, 예쁜 모양

 

세등 42 동안거 반산림(82년)

황앵상수일지화(黃鶯上樹一枝花) 노란 꾀꼬리가 나무에 오르니 한 가지 꽃이요

백로하야천점설(白鷺下野千點雪) 백로가 밭에 내리니 천점의 눈송이로다.

*<五燈會元> 심(深)선사 인용 / 원문 白鷺下田千點雪 黃鶯上樹一枝花

 

수행막대빈모반(修行莫待鬢毛斑) 도를 닦음에 귀밑에 머리터럭 희기를 기다리지 말라

호리신분개소년(蒿裡新墳皆少年) 쑥대 속에 새 무덤이 다 소년무덤이니라

일실인신기시환(一失人身幾時還) 사람 몸뚱이 한 번 잃어버리면 언제 다시 받을 것이냐

지옥시장기등한(地獄時長豈等閑) 지옥에 떨어지면 무량겁동안 고를 받을텐데 어찌 등한히 지내겠는가.

*천동굉지 <치문경훈> / 세등 18 참조

 

세등 43 동안거 해제(83년)

종일망망나사방(終日忙忙那事妨) 종일토록 바쁘건만 무엇이 방해로우리요

불구해탈불낙천(不求解脫不樂天) 해탈도 구하지 않고 생천(生天)도 좋아하지 않음이라

단능일념귀무념(但能一念歸無念) 다못 능히 한 생각이 생각없는 데 돌아가면

고보비로정상행(高步毘盧頂上行) 높이 비로의 이마 위를 걷게 됨이라.

*원문 終日忙忙那事無妨 不求解脫不樂天堂 但能一念歸無念 高步毘廬頂上行 : <금강경오가해> 正信希有分 야부송

 

선근성숙신무의(善根成熟信無疑) 선근으로 성숙되어 가는것은 진실로 의심할 것이 없다.

취상구현전배치(取相求玄轉背馳) 모양을 취하고 현현한 것을 구하면 점점 더 어긋남이라

일념돈초공겁외(一念頓超空劫外) 한 생각에 몰록 공겁 밖에 뛰어나면

원래불허노호지(原來不許老胡知) 원래로 노호[부처님]가 알았다는 것도 허락지 아니함이라.

* <금강경오가해> 正信希有分 예장종경

 

화소산전누천기(花咲山前漏天機) 꽃이 산앞에 피는 것은 천기를 누설함이요

조가임외화무생(鳥歌林外話無生) 새가 숲 밖에서 노래하는 것은 무생을 말함이로다

두두자유무궁의(頭頭自有無窮意) 낱낱이 스스로 무궁한 뜻을 지니고 있음이니

득래무처불봉거(得來無處不逢渠) 그 뜻을 얻으면 ‘그’를 만나지 못할 곳이 없더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如法受持分 / 원문 洩天機, 不逢原

 

세등 44 하안거 결제(83년)

은은비교격야연(隱隱飛橋隔野煙) 은은히 다리가 들안개 속에 놓여져 있고

석기서반문어선(石磯西畔問漁船) 강물에 잠겼다 나타났다 하는 돌이 놓여져 있는 서쪽 강변에서 고기잡이 배에게 묻더라

도화진일수류수(桃花盡日隨流水) 복사꽃이 종일토록 강물에 떨어져서 물을 따라 흐르는데

동재청계하처변(洞在淸溪何處邊)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은 이 맑은 시냇가 어느 곳에 있느냐?

*唐시인 장욱(張旭)의 ‘桃花溪’ 

 

무법불원탄지간(無法不圓彈指間) 찰나간을 단속을 잘하면 한 법도 원만하지 않은 것이 없고

무죄불멸찰나제(無罪不滅刹那際) 찰나를 잘 단속해 버리면 소멸치 못할 죄가 없더라

산진목전무일법(算盡目前無一法) 눈앞에 모든 일은 헤아리되 한 법도 없으면

방능정처사바하(方能靜處薩婆訶) 비로소 능히 적정처[열반]를 성취하리라.

*1,2구 금강경오가해 莊嚴淨土分「함허설의」(원문) 一彈指間 無法不圓 一刹那際 無罪不滅 

*3,4구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無爲福勝分

 

세등 45 하안거 반산림(83년)

억천공불복무변(億千供佛福無邊) 억 천의 많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면 그 복이 갓이 없으나

쟁사상장고교간(爭似常將古敎看) 어찌 항상 옛 가르침을 가져서 보는 것만 같으리오

백지상변서흑자(白紙上邊書黑字) 흰 종이 위에 검은 글자 쓴 것을

청군개안목전관(請君開眼目前觀) 청컨대 그대들은 눈을 떠서, 눈앞에 놓고 볼지니라.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能淨業障分

 

독좌올연일실공(獨坐兀然一室空) 홀로 올연히 앉았으니 일실이 공하고

갱무남북여서동(更無南北與西東) 다시 동서남북이 없도다

수연불차양화력(雖然不借陽和力) 봄빛의 힘을 가자하지 않아도

쟁내도화일양홍(爭奈桃花一樣紅) 도화는 한결같이 핌을 어찌할 것이냐.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究竟無我分 / 원문 獨坐翛然

 

세등 46 하안거 해제(83년)

정체종래절성색(正體從來絶聲色) 바른 진리의 체는 본래로 소리와 색상을 여읜 것이니

멱즉지군불견종(覓則知君不見蹤) 찾은 즉 그대는 알라, 자취를 보지 못할 것이다

묘봉정상일전신(妙峰頂上一轉身) 수미산 꼭대기에서 한 번 몸을 굴리면(타성일편 경계에서 더욱 간절히 참구해 깨치게 되면)

시방무처불봉거(十方無處不逢渠) 시방 세계에 그[참나]를 만나지 아니한 곳이 없으리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離色離相分

 

청군앙면간허공(請君仰面看虛空) 그대에게 청하노니 얼굴을 들어 허공을 보라

확락무변불견종(廓落無邊不見蹤) 동서남북이 가없이 툭 트여 자취를 볼 수 없느니라

약해전신사자력(若解轉身些子力) 만약 몸을 돌려 바로 한 눈을 뜨면(작은 힘을 알게 되면)

두두물물총가옹(頭頭物物摠家翁) 두두물물이 모두가 다 그[渠]더라.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離色離相分 / 원문 頭頭物物總相逢

 

여지기량유진(汝之伎倆有盡) 너의 기량은 끝이 있거니와

아지불채시무궁(我之不采是無窮) 내가 (망상경계를) 취하지 아니하는 것은 무궁이다.

*고봉스님 <선요>에 천태(天台)스님의 글로 인용됨 / 원문 汝之伎倆 有盡 我之不采 無窮

 

세등 47 동안거 결제(83년)

전념기망후념각(前念起妄後念覺) 앞생각 일어났다가 뒷생각에 깨달아 버리고

전념유착후념리(前念有着後念離) 앞생각에는 집착이 있다가 뒷생각에는 여의어 버림이라

위성위범위선악(爲聖爲凡爲善惡) 어떤 것이 성현이고, 범부고, 선악인지

정당부득시하물(定當不得是何物) 고정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우니 대관절 이 무슨 물건인고?

*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化無所化分 / 원문 前念起妄 後念卽覺 前念有着 後念卽離

 

세등 48 동안거 해제(84년)

악인수작죄수초(惡因誰作罪誰招) 악한 인연을 누가 지어서 그 죄과를 누가 받는가

진성여공부동요(眞性如空不動搖) 참된 성품은 허공과 같아서 동요가 없구나

광겁무명구탕진(曠劫無明俱蕩盡) 광겁의 무명을 함께 다 탕진해 버리면

선천후지적요요(先天後地寂寥寥) 하늘이 생겨나기 이전과 땅이 없어진 뒤에 적적요요한 적멸상이더라.

*예장종경 <금강경오가해> 能淨業障分

 

직지단전밀의심(直指單傳密意深) 부처님으로부터 단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그 깊은 밀의를 바로 보면

본래비불역비심(本來非佛亦非心) 본래 부처도 아니고 또한 마음도 아니더라

분명불수연등기(分明不受燃燈記) 부처님이 연등불로부터 수기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안다면

자유영광요고금(自由靈光耀古今) 스스로 갖춘 신령스런 광명이 옛과 이제를 비추더라.

* 예장종경 <금강경오가해설의> 究竟無我分에 나오는 게송. 

 

우과운수강상만(雨過雲收江上晩) 비가 지난 뒤 구름이 걷히고 강상에는 해가 넘어갔는데

수봉창취접천하(數峰蒼翠接天霞) 몇 봉우리에는 푸른 안개가 끼어서 하늘노을에 접했구나

개중무한청의미(箇中無限淸意味) 그 가운데 한없는 맑은 뜻을

강상일구도설파(江上一鷗都說破) 강상에 나는 흰 갈매기가 모두 설파해 버렸구나.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究竟無我分

 

세등 49 하안거 결제(84년)

일종위배본심왕(一從違背本心王) 한번 본심왕[본래 진여불성]을 어기고 나온 후로

기입삼도역사생(幾入三途歷四生) 몇 번이나 삼악도와 사생[태란습화]을 지나왔던가

금일척제번뇌염(今日滌除煩惱染) 오늘 한 생각 돌이켜 번뇌에 물듦을 깨끗이 씻어버리면

수연의구자환향(隨緣依舊自還鄕) 인연을 따라 본래 생사없는 자성의 고향에 돌아가게 된다.

*<석문의범> 관욕(灌浴) 입실게(入室偈)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세등 50 하안거 반산림(84년)

산횡석애의무로(山橫石碍疑無路) 산이 가로막고 바윗돌이 막혀서 길이 없을까 의심했더니

지전계사별유촌(地轉溪斜別有村) 땅이 돌고 시냇물이 흘러가는데 따로 한 마을이 있구나

영상일성횡적향(嶺上一聲橫笛響) 산마루에 한소리 젓대소리가 들리는데

명연사일우황혼(暝煙斜日又黃昏) 그윽이 안개가 끼고 해는 저무는데 또 다시 황혼이로구나.

*심문 분(心聞 賁) <선문염송> ‘萬法’에 대한 게송

 

문일귀원최적담(問一歸源最的談) 만법귀일의 물음에 대해 가장 적절히 대답하신 것이

작가친대칠근삼(作家親對七斤衫) ‘내가 청주에서 적삼 하나를 얻었는데 적삼의 무게가 7근’이라 하셨다

여염입수간불견(如鹽入水看不見) 소금을 물에 넣으면 눈으로 볼 수는 없으나

긱착방지자미함(喫着方知滋味鹹) 맛을 보면 짠 것을 알 수 있는 것과 같음이니라.

*설두 녕(雪竇 寧) <선문염송> ‘萬法’에 대한 게송

 

세등 51 하안거 해제(84년)

군자하산지(君自何山至) 그대는 어느 곳에서 왔는가

아종황악래(我從黃嶽來) 나는 저 황악산에서 왔네

상봉성일소(相逢成一笑) 서로 만나서 한 번 웃으니

추색입정괴(秋色入庭槐) 가을빛이 뜰 앞 괴목나무에 들었구나.

*추파홍유(秋波泓宥) <秋波集>

 

마니주인불식 (摩尼珠人不識) 마니주를 지녔건만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여래장리친수득(如來藏裏親收得) 그 마니주가 여래장[중생심] 속에 감추어져 있더라

육반신용공불공(六般神用空不空) 마니주가 부리는 여섯가지 신통묘용은 비었으되 빈 것이 아니요

일과원광색비색(一顆圓光色非色) 한 알의 구슬이 두렷하게 빛나고 있건만 빛깔이 있으되 빛깔이 없더라.

*<증도가> / 神用은 神通妙用

 

종타방임타비 (從他謗任他非) 남이 나를 비방하는데 맡겨버리고 헐고 뜯는데 맡겨라

파화소천도자피(把火燒天徒自疲) 횃불을 들고 허공을 태우는 것과 같아서 저만 피곤한 것이니라

아문흡사음감로(我聞恰似飮甘露) 나는 감로수처럼 달게 받아 마시면

소융돈입부사의(銷融頓入不思議) 비방이 소화가 돼서 부사의 경계에 들어갈 것이니라.

*<증도가>

 

거년별아여산정(去年別我廬山頂) 작년에는 우리가 여산 꼭대기에서 이별했더니

금일송군초수빈(今日送君楚水濱) 금일에는 그대를 초수 물가에서 보내게 되는구나

이사유유양무어(離思悠悠兩無語) 이별하는 마당에 유유해서 서로 말이 없는데

낙화제조우잔춘(落花啼鳥又殘春) 꽃은 지고 새는 우는데 또 봄이 다 가는구나.

*소요태능 ‘贈別俊少師’

 

세등 52 동안거 결제(84년)

안광삭파삼천계(眼光爍破三千界) 눈빛이 빛나서 삼천계를 비추었는데

이유동정벽모한(裏有瞳睛碧眸寒) 그 가운데 눈동자가 푸르고 차웁구나

흉차쇄락혼망세(胸次洒落渾忘世) 가슴속은 물 뿌려 쓸어 놓은 것처럼 쇄락한데 온 세상을 다 잊었고

중유뇌정기우신(中有雷霆氣宇新) 그 가운데 하늘에 우레가 울린 뒤에 그 기상이 새롭고 새롭구나.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持經功德分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황벽희운

 

일파유조수부득(一把柳條收不得) 버들가지 한웅큼 잡아 얻을 수 없어

화풍탑재옥난간(和風搭在玉欄干) 바람과 함께 옥난간에 걸어둡니다.

 

세등 53 동안거 반산림(84년)

득지재심응재수(得之在心應在手) 이것을 얻으면 손에 응하며

설월풍화천지구(雪月風花天地久) 눈달이 뜨고 바람꽃이 피기를 천지가 생긴 이후로 오래 되었구나

조조계향오경제(朝朝鷄向五更啼) 아침마다 닭은 오경을 향해서 울고

춘래처처산화수(春來處處山花秀) 봄이 오면 곳곳마다 산꽃이 향기롭구나.

*원문 得之在心 應之在手 雪月風花 天長地久 : <금강경오가해> 離相寂滅分 야부송

 

사대오온동경상(四大五蘊同鏡像) 사대오온은 마치 거울에 나타나는 영상과 같음이요

공공무아역무인(空空無我亦無人) 공하고 공해서 나도 없고 또한 남도 없느니라

무아무인성상주(無我無人性常住) 나도 없고 남도 없어서 성품이 항상 주하면

동지동천고도금(同地同天古到今) 하늘과 땅과 더불어 예나 이제나 영원함이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離相寂滅分

 

착력금생수료각(著力今生須了却) 힘을 내서 금생에 이 일대사를 요달하지 않을 것 같으면

수능누겁수여앙(誰能累劫受餘殃) 누가 능히 누겁의 남은 재앙을 받을 것인가.

*황벽희운

 

세등 54 동안거 해제(85년)

정종소식몰자미(正宗消息沒滋味) 정통적인 종문 중의 최상승법[활구참선] 소식은 자미가 없으니

불용여하우약하(不用如何又若何) 이러쿵저러쿵 따지는 것도 소용이 없음이라

타파은산철벽거(打破銀山鐵壁去) 은산철벽을 타파해 버리면

차시방도사생하(此時方渡死生河) 이때에사 비로소 생사의 강을 건너는 것이니라.

*사명대사 ‘贈淳長老’

 

전시목동금시조(前是牧童今是鳥) 전생에는 목동이었는데 금생에는 새가 되었다

연연유애구춘풍(年年猶愛舊春風) 해마다 돌아오는 봄바람을 더욱 사랑하게 됨이로다

산심수밀무심처(山深樹密無尋處) 산 깊고 숲 뻑뻑해 찾을 곳 없건마는

호독일성연우중(呼犢一聲烟雨中) 호독조 한 소리는 안개비 가운데 있더라.

*서산대사 ‘呼犢鳥’ ※호독조 : 쑥독새

 

춘지화쟁발(春至花爭發) 봄이 오니 꽃이 서로 다투어 피고

추성엽자령(秋成葉自零) 가을이 오니 이파리가 스스로 단풍 들어 시드는구나

올연무사좌(兀然無事坐) 올연히 일 없이 앉아서

불관경중형(不管鏡中形) 거울 속에 나타난 모습에 상관하지 말지니라.

*진각혜심 ‘一切話’ / 원문 鐃中形

 

세등 55 하안거 결제(85년)

직지단전밀의심(直指單傳密意深) 부처님으로부터 단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그 깊은 밀의를 바로 보면

본래비불역비심(本來非佛亦非心) 본래 부처도 아니고 또한 마음도 아니더라

밀의원성갱무구(密意圓成更無求) 밀밀한 뜻이 본래 두렷이 이루어진 것이라 다시 구할 것이 없으니

자유영광요고금(自由靈光耀古今) 스스로 갖춘 신령스런 광명이 옛과 이제를 비추더라.

*1,2구 예장종경 <금강경오가해설의> 究竟無我分 / 3,4구는 이에 대한 함허스님의 설의

 

임간무사남몽두(林間無事襤冡頭) 선방 숲속에서 일없이 먹물 누더기를 걸치고

영야청소만무회(永夜淸霄萬無懷) 긴 밤 맑은 하늘에 만사를 쉬어버렸구나

강월명명자상조(江月明明自相照) 강물에 비친 달이 서로 밝게 비추는데

송풍무단냉표표(松風無斷冷飄飄) 솔바람은 끊임없이 차웁게 나부끼는구나.

 

세등 56 하안거 해제(85년)

인재선중선재수(人在船中船在水) 사람은 배에 타고 있는데 그 배는 다시 물 위에 있고

수무부재방선행(水無不在放船行) 배를 띄워서 가는 데마다 물이 없는 곳이 없구나

천리계산수지고(千里溪山隨指顧) 천리 시내와 강산, 손가락 가리키는 곳을 따라서 보아라

일천풍월임봉영(一川風月任逢迎) 시내에 떠 있는 달이 찬란히 비치어 부서지고 있구나.

*중봉명본 ‘船居’ 十首 중에서 / 원문 人在船中船在水,水無不在放船行 藕塘狹處拋篙直,荻岸深時打櫂橫  千里溪山隨指顧,一川風月任逢迎 普通年外乘蘆者,未必曾知有此情

 

일중산진우일중(一重山盡又一重) 한 거듭 산이 다하고 또 한 거듭 산이로구나

화진산운해월정(話盡山雲海月情) 아무리 말을 해도 산의 구름처럼, 바다의 달처럼 한없는 정이 흐른다

무일물중무진장(無一物中無盡藏) 한물건도 없는 가운데 무진장하구나

유화유월유루대(有花有月有樓臺) 꽃이 있고 달이 있으며 또한 아름다운 누대가 있구나.

*2구 설두중현 <벽암록> 3,4구 소동파 ‘白紙贊’ ※3구는 無一物處無盡藏으로도 전해짐.

 

수궁산진의무로(水窮山盡疑無路) 물이 다하고 산도 다해 갈 곳이 없는 줄 알았더니

유암화명우일촌(柳暗花明又一村) 버들은 드리워지고 꽃이 밝게 핀 또 한마을이 나타났구나.

*송(宋) 육유(陸游)의 율시 ‘游山西村’ 중에서 / 원문 山重水複疑無路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황벽희운

 

세등 57 동안거 결제(85년)

노종평처험(路從平處險) 길은 평평한 곳으로부터 험해지고

인향정중망(人向靜中忙) 사람은 고요한 가운데를 향해서 분망해진다

멱화화란득(覓火和亂得) 불을 찾아서 불을 가까이 하면 결국에는 불에 타게 되고

담천대월귀(擔泉帶月歸) 샘을 짊어지고 가면 달을 함께 지고 돌아오게 된다.

*1,2구 요당유일 <了堂惟一禪師語錄> / 3,4구 <虛堂和尙語錄> 원문 覓火和烟得

 

당당대도혁분명(堂堂大道赫分明) 당당한 대도가 밝고 밝아서 분명한데

인인본구개원성(人人本具箇圓成) 사람마다 본래부터 낱낱이 원만 구족해 있구나

지시연유일념차(只是緣由一念差) 다못 이 한생각 어긋난 원인으로

영겁현출만반형(永劫現出萬般形) 영겁동안 만가지 모습을 나타내고 있구나.

*원문 堂堂大道 赫赫分明 人人本具 箇箇圓成 秖因差一念 現出萬般形 : <금강경오가해> 大乘正宗分 야부송

 

정문구안변래단(頂門具眼辨來端) 이마 위에 눈을 갖추어서 오는 까닭을 분명히 가려낼 줄 알면

중류하증입열반(衆類何曾入涅槃) 육도를 윤회하는 중생들이 어찌 일찍이 열반에 들 것이 있겠느냐

절후재소무일물(絶後再甦無一物) 죽었다 살아나서 본래 한 물건도 없는 경지에 도달하면

요지생사불상간(了知生死不相干) 생사를 확실히 요달해 버렸으니 생사니 열반이니 그런 것에 상관할 것이 있느냐.

*예장종경 <금강경오가해> 大乘正宗分

 

세등 58 동안거 해제(86년)

춘조매화발(春早梅花發) 봄이 이르니 매화가 피고

추심야국개(秋深野菊開) 가을이 깊으니 들국화가 피었구나

욕식개중사(欲識箇中事) 이낱 가운데 일을 알고자 할진댄

부운공거래(浮雲空去來) 뜬 구름이 허공에 갔다 왔다 하느니라.

*부휴선수 ‘一禪和求語’

 

심원화홍우(深院花紅雨) 저 깊은 선원 뒤안에는 붉은 꽃이 비오듯 휘날리고

장림죽취연(長林竹翠煙) 긴 숲속에는 푸른 대나무 사이에 안개가 끼었구나

백운응령숙(白雲凝嶺宿) 흰 구름은 저 재위에 엉겨 잠들어 있는데

청학반승면(靑鶴伴僧眠) 푸른 학은 졸고 있는 스님과 함께 도반이 되어 있구나.

*서산대사 ‘佛日庵’

 

세등 59 하안거 결제(86년)

노종평처험(路從平處險) 길은 평평한 곳으로부터 험해지고

인향정중망(人向靜中忙) 사람은 고요한 가운데를 향해서 분망해진다

멱화화란득(覓火和亂得) 불을 찾아서 불을 가까이 하면 결국에는 불에 타게 되고

담천대월귀(擔泉帶月歸) 샘을 짊어지고 가면 달을 함께 지고 돌아오게 된다.

*1,2구 요당유일 <了堂惟一禅師語錄> / 3,4구 <虛堂和尙語錄> 원문 覓火和烟得

 

잉풍기랑낭생구(仍風起浪浪生漚) 바람으로 인해서 물결이 일어나고 물결로 인해서 거품이 일어나니

참괴청평해상부(慚愧淸平海上浮) 맑고 평평한 바다 위에 거품같이 떠 있는 것이 부끄럽구나

금일홀연풍랑식(今日忽然風浪息) 오늘 홀연히 그 바람과 물결이 쉬어버리니

징명원시일강추(澄明元是一江秋) 맑고 밝은 원래 그대로의 한 강의 가을이더라.

*허응보우 ‘示膚上人’

 

강호춘진낙화풍(江湖春盡落花風) 강호에는 봄이 다해서 바람에 꽃이 다 지고

일모한운과벽공(日暮閑雲過碧空) 해는 저무는데 한가한 구름이 푸른 하늘로 지나가는구나

빙거요득인간환(憑渠料得人間幻) 그것을 인해서 인간세상이 허망한 것을 알 수 있으니

만사도망일소중(萬事都忘一笑中) 삐긋이 한번 웃는 가운데 만사를 다 잊어버렸구나.

*부휴선수 ‘一片閑雲過碧空’

 

세등 60 하안거 해제(86년)

해천공활월륜성(海天空濶月輪成) 넓은 바다 하늘에는 둥근 달이 휘영청 밝았는데

호호청파난사은(浩浩淸波爛似銀) 넓고 넓은 맑은 물결은 찬란하기가 은가루를 뿌려 놓은 것과 같구나

막괴편주능좌우(莫怪扁舟能左右) 배가 능히 왼쪽, 오른쪽으로도 가는 것을 괴이하게 생각지 말라

행선유재파초인(行船由在把梢人) 움직이는 배는 온전히 키를 잡은 사람에게 달려 있느니라.

*진각혜심 ‘四聞話’ / ‘파소인’으로 많이 읊으심.

 

앙처여천활(仰處如天濶)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끝없는 허공이요

궁지사해심(窮之似海深) 몸을 구부려 아래를 보니 한없이 깊은 바다로구나

지밀행역밀(志密行亦密) 그 뜻이 밀밀하면 행동도 또한 밀밀하고

공심오역심(功深悟亦深) 공행이 끝없이 깊고 깊으면 깨달음도 또한 깊은 것이니라.

*중봉명본 『天目中峰和尙廣錄』권제17

 

정종소식몰자미(正宗消息沒滋味) 정통적인 종문 중의 최상승법[활구참선] 소식은 자미가 없으니

불용약하우약하(不用若何又若何) 이러쿵저러쿵 따지는 것도 소용이 없음이라

타파은산철벽거(打破銀山鐵壁去) 은산철벽을 타파해 버리면

차시방도사생하(此時方渡死生河) 이때에사 비로소 생사의 강을 건너는 것이니라.

*사명대사 ‘贈淳長老’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세등 61 동안거 결제(86년)

일등능속백천등(一燈能續百千燈) 한 등불이 능히 백천의 등불에 불을 붙이는 것 같이

심인광통법령행(心印光通法令行) 심인의 빛이 온누리에 통함에 정법이 널리 행하게 되었다

천성부전취불멸(千聖不傳吹不滅) 일천 성인도 전하지 못한 그 등불은 거센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으니

연휘열염전분명(聯輝列焰轉分明) 등불의 광명이 휘황찬란히 밝아서 전전히 더 분명해지더라.

*예장종경 <금강경오가해> 無斷無滅分

 

도안종래불용선(度岸從來不用船) 저 언덕에 이르는 데는 본래 배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고

탄연대도투장안(坦然大道透長安) 평탄한 대도가 장안으로 똑바로 뚫려 있다

요연원불인타오(了然元不因他悟) 그 길이 요연해서 원래 다른 것을 인해서 깨닫는 것이 아니고

면목분명총일반(面目分明總一般) 면목이 분명한 것이 모두가 다 일반이니라.

*예장종경 <금강경오가해> 化無所化分

 

서왕한래춘부추(暑往寒來春復秋) 더위 가고 추위가 오고 봄이 오고 다시 가을이 오는구나

석양서거수동류(夕陽西去水東流) 해가 저물면 서쪽으로 가고 물은 흘러 동으로 가는구나

망망우주인무수(茫茫宇宙人無數) 망망한 우주에 사람이 한량없이 많은데

나개친증도지두(那箇親曾到地頭) 그 가운데 몇사람이나 이 도리를 깨달았느냐!

*설암조흠(雪巖祖欽) <禪宗頌古聯珠通集>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세등 62 동안거 해제(87년)

거화시중수상위(擧花示衆誰相委) 꽃을 들어 대중에 보이니 누가 이 도리를 아는고?

가섭두타독파안(迦葉頭陀獨破顔) 가섭두타가 홀로 파안미소를 했구나

무한백운장부득(無限白雲藏不得) 한없는 흰 구름을 감출 수가 없어서

우수유수낙인간(又隨流水落人間) 또한 흐르는 물을 따라서 인간에 떨어졌구나.

*백운 병(白雲昺) <선문염송> ‘염화시중’에 대한 게송 / 相委는 자세히 안다는 뜻

 

상풍괄지소고해(霜風刮地掃枯荄) 서릿바람이 땅을 깎고 마른 뿌리를 쓸고 지나가는데

수각동군영이회(誰覺東君令已廻) 누가 봄이 이미 돌아온 줄을 알았겠느냐

유유영매선누설(唯有嶺梅先漏洩) 오직 저 산마루에 매화가 먼저 봄뜻을 누설해서

일지독향설중개(一枝獨向雪中開) 한 가지가 눈 속을 향해서 피었구나.

*남명 천(南明 泉) <선문염송> ‘염화시중’에 대한 게송

 

일파유조수부득(一把柳條收不得) 버들가지 한웅큼 잡아 얻을 수 없어

화풍탑재옥난간(和風搭在玉欄干) 바람과 함께 옥난간에 걸어둡니다.

 

세등 63 하안거 결제(87년)

백운아향만리표(白雲兒向萬里飄) 백운이라는 자식은 만리를 나부끼되

종래불망청산부(從來不忘靑山父) 마침내 청산이라는 아버지를 잊어버리지 않고 돌아오는구나

내하유자부지반(乃何遊子不知返) 어찌 객지로 떠다니는 내 자식은 돌아올 줄 모르고

장재미도축풍파(長在迷途逐風波) 오랜 세월동안을 길을 잃고 풍파를 쫓는구나.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一體同觀分

 

안견이문원불격(眼見耳聞元不隔) 보는 놈과 듣는 놈이 원래 다른 게 아니니

주명야암절상량(晝明夜暗絶商量) 낮이나 밤이나 상량심을 내지 말아라

본래성현하다사(本來成現何多事) 본래 원만하게 이루어져 있는 것인데 무슨 일이 있을 것인가

절기당기자부장(切忌當機自覆藏) 어떤 기틀에 당해서 스스로 덮어 감추려 하지 말지니라.

*중봉명본 ‘無隱’

 

삼계지중분요요(三界之中紛擾擾) 삼계 가운데 어지럽게 돌아다님은

지위무명불료절(只爲無明不了絶) 다만 무명심을 끊지 못한 탓이다

일념불생심징연(一念不生心澄然) 한생각 남이 없어서 그 마음이 맑아 본연에 돌아가면

무거무래불생멸(無去無來不生滅)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고 생사도 없느니라.

*습득시(拾得詩)

 

가기철선입해중(駕起鐵船入海中) 쇠배를 타고 바다로 들어가는데

조간휘처월정명(釣竿揮處月正明) 낚싯대 빛나는 곳에 달이 정히 밝았더라

창명과래혼불각(滄溟過來渾不覺) 푸른 바다를 이미 지나온 것을 아지 못하고서

종일행행부지행(終日行行不知行) 종일토록 가고 가는데 가는 줄을 아지 못하더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究竟無我分 / 원문 駕起鐵船入海來 釣竿揮處月正明 性愛蟾光寒照影 滄溟過來渾不覺 更知道 途中 却憶靑山事 終日行行不知行

 

세등 64 하안거 해제(87년)

윤회기중문래단(輪廻幾重問來端) 몇 번이나, 무엇 때문에 윤회를 했는가 그 까닭을 물어보자

지리여하가자만(至理如何可自瞞) 지극한 이치를 어찌 스스로 속일까 보냐

일념애원상적력(一念愛源常滴瀝) 한 생각 애정의 근원에서 애정의 물이 떨어져 흘러서

만심욕해정미만(萬尋欲海政瀰漫) 만길이나 되는 오욕의 바다가 갈수록 점점 넘쳐서 흐르는구나.

*<天目中峯和尚廣錄> 券第14, 1구 원문은 輪廻幾種問來端 / 一點愛源으로도 읊으심

 

운수우제해천담(雲收雨霽海天湛) 구름 걷히고 비가 개이니 바다와 하늘이 맑고

반야자주직도가(般若慈舟直到家) 반야용선이 바로 고향에 도달하는 소식이로구나

심화발명재심처(心花發明在甚處) 마음 꽃이 밝게 발하여 어느 곳에 있는고

월재파심설향수(月在波心說向誰) 달이 파도위에서 빛나는데 누구를 향해 이 도리를 설할 것인가.

*원문 直得雲收雨霽 海湛空澄 快登般若慈舟 直到菩提彼岸 且道 心花發明 在甚麽處 太湖三萬六千頃 月在波心說向誰 : <금강경오가해> 종경序

 

백년삼만육천조(百年三萬六千朝) 백년 삼만 육천일에

반복원래시자한(返覆元來是這漢) 반복하는 것이 원래 이 놈이로구나.

*오조법연 화상 영찬(影讚)

 

일이화상석(日移花上石) 해가 옮김에 꽃그림자 돌 위로 올라오고

운파월래지(雲破月來池) 구름이 흩어져 버리면 못에 달이 비춤이라

만법하증이(萬法何曾異) 만법이 무엇이 일찍이 다를 것이 있으리오

노생자착의(勞生自着疑) 공연히 생각을 일으켜 스스로 의심하기 때문이니라.

 

참선비식념(參禪非息念) 참선은 생각을 쉬는 공부가 아니니

묘성도친견(妙性圖親見) 자기 불성을 확철대오하는 것이니라

별기낙진연(瞥起落塵緣) 무슨 생각이고 한 생각 일어나면 티끌 인연에 떨어짐이요

불속타편점(不續墮偏漸) 알 수 없는 의단이 잠깐이라도 끊어지면 편점[치우친 곳]에 떨어지는 것이니라.

*중봉명본 <天目中峰和尙廣錄> 17권

 

일파유조수부득(一把柳條收不得) 버들가지 한웅큼 잡아 얻을 수 없어

화풍탑재옥난간(和風搭在玉欄干) 바람과 함께 옥난간에 걸어둡니다.

 

세등 65 보살계 회향 1 (87.8.4)

전빙시수수성빙(全氷是水水成氷) 온전히 얼음이 물이요, 물이 얼음을 이루듯

고경불마원유광(古鏡不磨原有光) 옛 거울은 갈고 닦지 않아도 원래로 밝은 빛을 가지고 있더라

풍자동혜진자기(風自動兮塵自起) 바람이 스스로 움직여 티끌이 저절로 일어나나

본래면목노당당(本來面目露堂堂) 본래 면목은 소소영령하고 당당하게 드러나 있음이라.

*나옹스님 ‘自恣日趙尙書請普說’ 중에서

 

세등 66 보살계 회향 2 (87.8.4)

일파유조수부득(一把柳條收不得) 버들가지 한웅큼 잡아 얻을 수 없어

화풍탑재옥난간(和風搭在玉欄干) 바람과 함께 옥난간에 걸어둡니다.

 

세등 67 동안거 결제(87년)

수류상출몰(隨流常出沒) 생사의 흐름을 따라서 항상 나왔다 꺼졌다 하되

불체왕래종(不滯往來蹤) 오고 가는 자취에 걸리지 않음이라

두두무취사(頭頭無取捨) 온갖 것이 버리고 취할 것이 없고

처처절소친(處處絶疎親) 곳곳마다 친소가 끊어짐이라.

*1,2구 처인선사[靈泉山處仁禪師] 《天聖廣燈錄》25권 / 3,4구 월암선과 선사《嘉泰普燈錄》17권, 원문 處處絶親疎

 

근백참현인(謹白參玄人) 삼가 현묘함을 참구하는 사람에게 아뢰나니

광음막허도(光陰莫虛度)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금생미명심(今生未明心) 금생에 마음을 밝히지 못하면

적수야난소(滴水也難消) 방울 물도 녹이기가 어려울 것이니라.

*1,2구는 석두희천의 <참동계> / 3,4구는 <선가귀감>

 

세등 68 동안거 해제(88년)

개개면전명월백(箇箇面前明月白) 모든 사람의 얼굴 앞에는 밝은 달이 있고

인인각하청풍불(人人脚下淸風拂) 사람 사람의 다리 아래에는 맑은 바람이 불고있다

타파경래무영적(打破鏡來無影迹) 거울을 타파해서 그림자와 자취가 없으면

일성제조상화지(一聲啼鳥上花枝) 한소리 우는 새가 꽃가지에 오르더라

*소요태능 ‘贈淳上人’ / 원문 淸風吹

 

참선수투조사관(參禪須透祖師關) 참선은 모름지기 조사관을 뚫어야 하고

묘오요궁심로절(妙悟要窮心路絶) 묘한 깨달음은 마침내 마음길이 끊어짐을 요하느니라.

*무문혜개 <무문관>

 

구명소일모선성(求名少日慕宣聖) 명예를 구하는 젊은 날엔 공자님을 경모했더니

파사노년친석가(怕死老年親釋迦) 죽기 싫은 늘그막에사 부처님을 친하게 되었구나

응성점두지팔각(應聲點頭遲八刻)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 벌써 8각이 늦었음이요

초가저사검거구(稍加佇思劍去久) “칼이야” 하는 외침에 생각을 머뭇거리면 칼이 이미 지나간 뒤로다.

*1,2구 소강절 ‘学佛吟’ <선가귀감>에 인용됨 / 3,4구 중봉명본 <信心銘闢義解> 원문엔 點首

 

일파유조수부득(一把柳條收不得) 버들가지 한웅큼 잡아 얻을 수 없어

화풍탑재옥난간(和風搭在玉欄干) 바람과 함께 옥난간에 걸어둡니다.

 

세등 69 대웅전 봉불식(90년)

금추영리열허공(金鎚影裡裂虛空) 금방망이 한번 후려치니 허공이 찢어지고

경득이우과해동(驚得泥牛過海東) 진흙소가 놀라서 해동을 지나가는구나

산호명월냉상조(珊瑚明月冷相照) 산호와 밝은 달이 서로 비추니

금고건곤일소중(今古乾坤一笑中) 지금과 옛의 하늘과 땅이 한 웃음 가운데로구나.

*소요태능 ‘悅闍梨’

 

개개면전명월백(箇箇面前明月白) 모든 사람의 얼굴 앞에는 밝은 달이 있고

인인각하청풍취(人人脚下淸風吹) 사람 사람의 다리 아래에는 맑은 바람이 불고있다

타파경래무영적(打破鏡來無影迹) 거울을 타파해서 그림자와 자취가 없으면

일성제조상화지(一聲啼鳥上花枝) 한소리 우는 새가 꽃가지에 오르더라

*소요태능 ‘贈淳上人’

 

일종위배본심왕(一從違背本心王) 한번 본심왕[본래 진여불성]을 어기고 나온 후로

기입삼도역사생(幾入三途歷四生) 몇 번이나 삼악도와 사생[태란습화]을 지나왔던가

금일척제번뇌염(今日滌除煩惱染) 오늘 한 생각 돌이켜 번뇌에 물듦을 깨끗이 씻어버리면

수연의구자환향(隨緣依舊自還鄕) 인연을 따라 본래 생사없는 자성의 고향에 돌아가게 된다.

*<석문의범> 관욕(灌浴) 입실게(入室偈)

 

세등 70 예수재 입재(90년)

돈오심원개보장(頓悟心源開寶藏) 마음의 근원을 몰록 깨달아서 보배창고를 열면

연생식득본래신(緣生識得本來身) 인연으로 생긴 것이 본래의 몸임을 알게 되리라

연화근발유니리(蓮花根發游泥裏) 연꽃이 그 뿌리는 진흙속에 박혀 있으나

각소거진불염진(卻笑居塵不染塵) 티끌에 있지만 티끌에 오염되지 않음을 보고 문득 웃음이 나오더라.

*박산무이 <無異禪師廣錄> / 원문 淤泥裏

 

불망영산친부촉(不忘靈山親咐囑) 영산회상에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때 친히 부촉하신 것을 잊어버리지 아니하고

의정거처요분명(疑情擧處要分明) 의정을 일으키는 곳에 종요로이 또렷할지니라.

막파심량중복탁(莫把心量重卜度) 마음으로 헤아리고 따지지 말라.

춘화춘조총의시(春花春鳥總宜詩) 봄꽃과 봄새가 모두 시(詩)더라(그 도리를 드러내더라).

*박산무이 ⟪無異禪師廣錄⟫17권. ‘示朱羅青民部’

 

비불비심비시물(非佛非心非是物) 부처도 아니요 마음도 아니요 물건도 아닌데

만로피대긱신산(謾勞皮袋喫辛酸) 공연히 가죽푸대만 괴롭혀 쓸 데 없는 고생을 하고 있구나

현전경색청여세(現前境色淸如洗)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경색이 맑기가 씻은 듯한데

일일위군세지진(一一爲君細指陳) 낱낱이 그대를 위해 자상하게 생사없는 도리를 일러주고 있구나.

*박산무이 ⟪無異禪師廣錄⟫19권 ‘示方士雄居士’ / 원문 吃酸辛

 

세등 71 예수재 회향(90년)

창출무생일곡가(唱出無生一曲歌) 무생의 한 곡 노래를 불러내니

대천세계용금파(大千世界涌金波) 삼천대천세계에 온통 금색 물결이 일어나는구나

염래물물개진면(拈來物物皆眞面) 잡아드는 두두물물이 다 진면목인데

하필자황변불마(何必紫黃辨佛魔) 어찌 빛깔로써 부처다 마구니다 분별할까 보냐.

 

처자권속삼여죽(妻子眷屬森如竹) 처자권속이 숲속의 나무나 대같이 즐비하고

금은옥백적사구(金銀玉帛積似坵) 금은옥백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을지라도

임종독자고혼서(臨終獨自孤魂逝) 죽을 때에는 외로이 혼만 홀로 가게 되나니

사량야시허부부(思量也是虛浮浮) 생각해보니 허망하기 그지없구나.

*부설거사 사부시(四浮詩)

 

입해산사도비력(入海算沙徒費力)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세느라 헛된 힘을 소비함은

구구미면주홍진(區區未免走紅塵) 구구히 허송세월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니

쟁여운출가진보(爭如運出家珍寶) 어찌 내 집의 보배를 찾아내서

고목생화별시춘(枯木生花別是春) 고목나무에 꽃이 피게 하는 특별한 봄과 같을 것인가.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無爲福勝分

 

차주비대역비소(此珠非大亦非小) 내게 있는 이 구슬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고

주야광명개실조(晝夜光明皆悉照) 밤이나 낮이나 그 광명이 온세계를 비추고 있구나

멱시무물우무종(覓時無物又無蹤) 이 구슬을 찾아보면 모양도 없고 자취도 없건만

기좌상수상요요(起坐相隨常了了) 앉으나 설 때 항상 소소영령하게 따라 다니는구나.

*단하천연, 완주음(翫珠吟) 중에서

 

세등 72 5월 초하루 법문(부처님점안식)(04년)

전단목주중생상(栴檀木做衆生像) 전단향 나무로 중생의 모습을 만들고

급여여래보살형(及與如來菩薩形) 또 여래나 보살의 형상을 만드는데

만면천두수각이(萬面千頭雖各異) 그 모양이 각각 다르지만

약문훈기일반향(若聞熏氣一般香) 그 향내를 맡아보면 다 똑같은 향이니라.

*지환(智還) <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删補集> / <석문의범> 점안게(點眼偈)

 

삼계유일심(三界唯一心) 삼계는 오직 한마음뿐

심외무별법(心外無別法) 마음 밖에는 다른 법 없으며

심불급중생(心佛及衆生) 마음과 부처와 중생

시삼무차별(是三無差別) 이 세가지는 차별이 없느니라.

*3,4구 60권 <화엄경>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세등 73 개금불사 회향 및 점안식(06년)

전단목주중생상(栴檀木做衆生像) 전단향 나무로 중생의 모습을 만들고

급여여래보살형(及與如來菩薩形) 또 여래나 보살의 형상을 만드는데

만면천두수각이(萬面千頭雖各異) 그 모양이 각각 다르지만

약문훈기일반향(若聞熏氣一般香) 그 향내를 맡아보면 다 똑같은 향이니라.

*지환(智還) <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删補集> / <석문의범> 점안게(點眼偈)

 

약이색견아(若以色見我) 만약 색상으로 나를 보려고 하거나

이음성구아(以音聲求我) 음성으로 나를 구하려 하면

시인행사도(是人行邪道) 이 사람은 사도를 행하는 것이요

불능견여래(不能見如來)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

*<금강경> 사구게 法身非相分

 

공좌동행세막지(共坐同行世莫知) 함께 앉고 함께 가면서도 세상 사람들은 알지 못하니

기인당면변봉이(幾人當面便逢伊) 몇 사람이 행주좌와 속에서 주인공을 만나고 있는가?

부앙시청증불매(俯仰視聽曾不昧) 얼굴을 쳐들고도 얼굴을 숙이고도, 항상 보고 들으면서 잠깐 동안도 매하지를 안혀

하수향외문거귀(何須向外問渠歸) 어찌 밖을 향해서 그를 물으면서 돌아 댕기냐 이거여.

*1,2구 보령인용(保寧仁勇) ‘共坐’에 대한 게송/ 3,4구 소요태능선사의 ‘詠懷’ 게송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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