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화선원 201 춘계산철결제 해제(83년)

입초구인불내하(入草求人不奈何) 가시덤불 속에 무량겁을 두고 부처님이 들어갔다 나왔다 동서남북으로 출입을 하시는데

이도작료수마사(利刀斫了手摩挲) 날카로운 칼로 손의 살을 갈기갈기 쪼아놓은 것과 같더라

수연출입무종적(雖然出入無蹤迹) 비록 출입하시되 종적이 없으나

문채전창견야마(紋彩全彰見也麽) 그 문채가 온전히 드러났으니 부처님의 모습을 참으로 보았느냐.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如法受持分.  入草求人의 求는 救와 통용되었다.

 

두지천혜각답지(頭指天兮脚踏地) 머리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다리로는 땅을 밟으니

기즉긱반곤즉수(饑則喫飯困則睡) 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한바탕 잔다

처처원정변시년(處處元正便是年) 정월 초하루날은 도처가 계해년이요

남북동서지자시(南北東西秖者是) 동쪽으로 가나 서쪽으로 가나 어디를 가든지 계해년 정월 초하루니라.

*원문 頭指天脚踏地 饑則飡困則睡 此土西天 西天此土 到處元正便是年 南北東西秖者是 : <금강경오가해> 尊重正敎分 야부송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용화선원 202 부처님오신날(83년)

승춘고하진선연(承春高下盡鮮姸) 봄이 오니 높고 낮은 데가 모두 다 잎이 피고 꽃이 피어 곱기도 곱구나

우후교림규두견(雨後喬林叫杜鵑) 비가 내린 뒤 교림에는 두견새가 울고 우는구나

인정화루명월야(人靜畵樓明月夜) 사람 고요한 곱게 단청한 누각에는 달이 휘영청 밝은데

취가환주낙화전(醉歌歡酒落花前) 한잔 잘 먹고 노래를 부르며 꽃 떨어진 앞에서 춤을 추는구나.

*정엄 수(淨嚴 遂) <선문염송> ‘천상천하유아독존’에 대한 게송 / 원문 雨過

 

약이색견아(若以色見我) 만약 색상으로 나를 보려고 하거나

이음성구아(以音聲求我) 음성으로 나를 구하려 하면

시인행사도(是人行邪道) 이 사람은 사도를 행하는 것이요

불능견여래(不能見如來)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

*<금강경> 사구게 法身非相分

 

지계삼천겁(持戒三千劫) 삼천겁동안 계를 지키고

송경팔만세(誦經八萬歲) 팔만세동안 경을 외운다 할지라도

불여반식경(不如半食頃) 밥 반 그릇 먹을 동안

단좌염실상(端坐念實相) 단정히 앉아 ‘이뭣고?’ 한 것만 같지 못하다.

 

이도별멱도(離道別覓道) 참선을 버리고 다른데서 길을 찾다가

종신불견도(終身不見道) 종신토록 참길을 보지 못하는구나

파파도일생(波波度一生) 그럭저럭 설쳐대다가

도두환자오(到頭還自懊) 마지막 죽음에 이르러서야 후회하는구나.

*<육조단경> 悟法傳衣品

 

용화선원 203 하안거 결제(83년)

군금욕식무위리(君今欲識無爲理) 그대가 이제 함이 없는 이치를 알고저 할진댄

불리천차만별중(不離千差萬別中) 천차만별 가운데를 여의지 말지니라

단지공월낙담심(但知空月落潭心) 다못 허공의 달이 못 가운데 떨어진 줄 안다면

쟁사치원왕노형(爭似痴猿枉勞形) 어찌 어리석은 원숭이처럼 헛되이 애쓸까보냐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無得無說分

 

약사공월불인담(若使空月不印潭) 허공의 달로 하여금 못에 비치게 하지 아니하면

기위한광광무변(豈謂寒光廣無邊) 어찌 그 달빛이 온 천하에 두루 비친 사실을 알겠느냐

조천조지함만상(照天照地含萬像) 온 하늘 온 산하대지를 비추고 삼라만상을 비추는

무궁차미여수담(無窮此味與誰談) 그 무궁한 뜻을 누구와 더불어 얘기하겠느냐.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無得無說分

 

용화선원 204 6월 일요법회(83년)

춘래동견방초록(春來同見芳草綠) 봄이 오면 꽃다운 풀이 푸르름을 모두 다같이 볼 수 있고

추지동견황엽조(秋至同見黃葉凋) 가을이 오면 잎이 누렇게 단풍져 시듦을 다같이 볼 수 있구나

불지소이이어인(佛之所以異於人) 깨달은 부처님은 중생과 무엇이 다른가

치연작용무기종(熾然作用無其蹤) 치연히 작용하고 있으되 그 자취가 없느니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一體同觀分 / 원문 秋來, 黃葉彫(凋와 彫는 통용)

 

보만삼천급대천(寶滿三千及大千) 보배가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고

복연응불리인천(福緣應不離人天) 그 보배로 보시하면 공덕이 인천에 가득함이로다

약지복덕원무성(若知福德元無性) 만약 그 복덕이 원래 자성이 없는 도리를 깨달으면

매득풍광불용전(買得風光不用錢)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자기의 정원이 되더라.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依法出生分

 

제행무상(諸行無常)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무상하니

시생멸법(是生滅法) 이것이 나고 죽는 법이로다

생멸멸이(生滅滅已) 생과 멸이 다하면

적멸위락(寂滅爲樂) 적멸이 낙이 되느니라.

*<열반경> 사구게

 

도장칠보시삼천(徒將七寶施三千) 삼천대천세계에 칠보로 보시하는 것 보다

사구친문요상근(四句親聞了上根) 금강경 사구게를 설함으로써 상근을 요달함이라

무량겁래제불조(無量劫來諸佛祖)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종자초출열반문(從玆超出涅槃門) 이로부터 열반을 얻으셨느니라.

*예장종경 <금강경오가해> 依法出生分

 

약이색견아(若以色見我) 만약 색상으로 나를 보려고 하거나

이음성구아(以音聲求我) 음성으로 나를 구하려 하면

시인행사도(是人行邪道) 이 사람은 사도를 행하는 것이요

불능견여래(不能見如來) 능히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

*<금강경> 사구게 法身非相分

 

용화선원 205 김봉옥 영가 100재(83년)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모든 함이 있는 법은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 같은 것이니라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갯불과 같으니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응당 이와 같이 관을 지을지니라.

*<금강경> 사구게 應化非眞分

 

용화선원 206 백남설영가 사갑재(83년)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태어남은 한조각 뜬구름이 생겨나는 것과 같고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죽음은 한조각 뜬구름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부운자체본무실(浮雲自體本無實)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다운 것이 없으니

생사거래역여연(生死去來亦如然) 나고 죽는 것 역시 이와 같은 것이로다.

*이 게송이 문헌적으로 처음 나오는 것은 <함허당득통화상어록>이다. 일설에는 나옹스님의 누이가 스님에게 염불을 배우고 깊은 경지에 들어갔을 때 읊은 게송이라 한다. <석문의범> 다비문에 인용됨.

 

생야시(生也是) 사는 것도 이것이요

사야시(死也是) 죽는 것도 이것이다

두두비로(頭頭毘盧) 낱낱이 법신이요

물물화장(物物華藏) 물물이 화장세계로다

*전강조실스님 법문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용화선원 207 7월 일요법회(83년)

타고농비파(打鼓弄琵琶) 한 사람은 북을 치고 한 사람은 비파를 뜯는데

상봉양회가(相逢兩會家) 그 두 사람이 서로 만났구나(한집에 모였구나)

군행양류안(君行楊柳岸) 그대는 버드나무 늘어진 언덕으로 걸어가고

아숙도두사(我宿渡頭沙) 나는 나루터 모래위에서 자는구나.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究竟無我分

 

금아아육왕(今我阿育王) 이제 나 아육왕이

무부자재력(無復自在力) 다시는 아무 힘이 없구나

유반암마륵(唯半菴摩勒) 오직 암마륵 반쪽만이

어아득자재(於我得自在)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구나.

*<아육왕경> 5권. 암마륵은 망고

 

우과운수강상만(雨過雲收江上晩) 비가 지난 뒤 구름이 걷히고 강상에는 해가 넘어갔는데

수봉창취접천하(數峰蒼翠接天霞) 몇 봉우리에는 푸른 안개가 끼어서 하늘노을에 접했구나

개중무한청의미(箇中無限淸意味) 그 가운데 한없는 맑은 뜻을

강상일구도설파(江上一鷗都說破) 강상에 나는 흰 갈매기가 모두 설파해 버렸구나.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究竟無我分

 

용화선원 208 8월 일요법회(83년)

몽중확득황금장(夢中钁得黃金藏) 꿈속에 황금 보배를 얻고

우과청란상보대(又跨靑鸞上寶臺) 또한 청난새를 타고 천상세계의 보대에 올라

진야희환무착처(盡夜喜歡無着處) 밤새 기쁘고 좋아서 내릴 곳이 없다가

천명지락득장애(天明只落得場獃) 날 밝아 꿈 깨어 떨어지고 보니 다만 바보가 되어 어리둥절하더라.

*중봉명본 <信心铭闢義解> / 곽득(钁得)을 ‘확득’으로 읊으심

 

입해산사도비력(入海算沙徒費力)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세느라 헛된 힘을 소비함은

구구미면주홍진(區區未免走紅塵) 구구히 허송세월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니

쟁여운출가진보(爭如運出家珍寶) 어찌 내 집의 보배를 찾아내서

고목생화별시춘(枯木生花別是春) 고목나무에 꽃이 피게 하는 특별한 봄과 같을 것인가.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無爲福勝分

 

기회윤회문래단(幾回輪廻問來端) 몇 번이나, 무엇 때문에 윤회를 했는가 그 까닭을 물어보자

지리여하가자만(至理如何可自瞞) 지극한 이치를 어찌 스스로 속일까 보냐

일점애원상적력(一點愛源常滴瀝) 한 방울 애정의 근원에서 애정의 물이 떨어져 흘러서

만심욕해정미만(萬尋欲海政瀰漫) 만길이나 되는 오욕의 바다가 갈수록 점점 넘쳐서 흐르는구나.

*<天目中峯和尚廣錄> 券第14, 1구 원문은 輪廻幾種問來端

 

용화선원 209 성기석 동자 수계식(雲潭거사) (83년)

황앵상수일지화(黃鶯上樹一枝花) 노란 꾀꼬리가 나무에 오르니 한 가지 꽃이요

백로하야천점설(白鷺下野千點雪) 백로가 밭에 내리니 천점의 눈송이로다.

*131번 참조

 

원공법계제중생(願共法界諸衆生) 원컨대 법계의 모든 중생들이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成佛道) 다함께 일시에 성불하여지이다.

 

용화선원 210 칠석법회(83년)

가련억만인천중(可憐億萬人天衆) 가련하다 인천의 억만대중이여

부지황엽경비전(不知黃葉竟非錢) 노란 잎이 마침내 돈이 아닌 줄 알지 못하는구나

약사인천지본심(若使人天知本心) 만약 인천의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 자기의 본성을 깨닫게 한다면

하용애애측이청(何用獃獃側耳聽) 어찌 바보같이 귀를 귀울이고 듣게 할 필요가 있겠느냐.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非說所說分

 

적수성빙신유지(滴水成氷信有之) 물방울이 찰나에 얼음이 되어 버려서 어찌 해볼 수 없으되

녹양방초색의의(緣楊芳草色依依) 푸른 버드나무와 아름다운 풀은 빛깔이 아련하구나

추월춘화무한의(秋月春花無限意) 가을 달, 봄꽃들의 한없는 뜻은

불방한청자고제(不妨閑聽鷓鴣啼) 자고새 노래하는 것을 한가히 듣는 것도 또한 방해롭지 않다.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無法可得分

 

금생약불종사어(今生若不從斯語) 금생에 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으면

후세당연한만단(後世當然恨萬端) 후세에 한탄이 만단이나 되리라.

 

용화선원 211 하안거 해제(83년)

악비악혜선비선(惡非惡兮善非善) 악이 악이 아니고 선이 선이 아니니

선악지성본무수(善惡之性本無殊) 선과 악의 근본은 본래 다르지 않더라

열반생사양소요(涅槃生死兩逍遙) 열반과 생사 두 군데에 자유자재로 소요하는데

수지무화상연화(誰知無化常演化) 누가 교화한 바 없이 항상 교화하는 뜻을 알리요.

*원문 惡非惡善非善 善惡性無殊 擧一相隨來 涅槃生死兩逍遙 雖知無化常演化 <금강경오가해설의> 淨心行善分 함허득통

 

인신일실기시환(人身一失幾時還) 사람 몸뚱이 한 번 잃어버리면 언제 다시 받을 것이냐

지옥시장기등한(地獄時長豈等閑) 지옥에 떨어지면 무량겁동안 고를 받을텐데 어찌 등한히 지내겠는가.

수행막대빈모반(修行莫待鬢毛斑) 도를 닦음에 귀밑에 머리터럭 희기를 기다리지 말라

호리신분개소년(蒿裡新墳皆少年) 쑥대 속에 새 무덤이 다 소년무덤이니라

*천동굉지 <치문경훈> / 용화사 75 참조

 

용화선원 212 9월 일요법회(83년)

백운아향만리표(白雲兒向萬里飄) 백운이라는 자식은 만 리를 나부끼되

종래불망청산부(從來不忘靑山父) 마침내 청산이라는 아버지를 잊지 않고 돌아오는구나.

내하유자부지환(乃何遊子不知還) 어찌 객지로 떠다니는 내 자식은 돌아올 줄 모르고

장재미도축풍파(長在迷途逐風波) 오랜 세월동안을 길을 잃고 풍파를 쫓는구나.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一體同觀分 / 원문 不知返

 

금강보검의천한(金剛寶劍倚天寒) 금강의 보배 칼이 하늘을 의지해서 싸늘한데

일휘능최만인봉(一揮能摧萬仞峰) 한번 휘두르니 만 길이나 되는 봉우리가 꺾어졌구나

변계마군종차락(徧界魔軍從此落) 온 세계에 두루 퍼져있는 마군이 이로부터 전부 함락되었는데

유하정매틈기중(有何精魅闖其中) 무슨 도깨비가 있어서 그 가운데를 엿볼 것인가.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一體同觀分

 

용화선원 213 월당(月堂) 이승준 수계식(83년)

원공법계제중생(願共法界諸衆生) 원컨대 법계의 모든 중생들이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成佛道) 다함께 일시에 성불하여지이다.

 

용화선원 214 추계산철결제(83년)

고금천지수증오(古今天地誰曾悟) 고금천지에 누가 일찍이 깨달았느냐

무오하증갱유미(無悟何曾更有迷) 깨달음이 없을진댄 어찌 다시 미할 것이 있으리요

번억온주노진각(飜憶溫州老眞覺) 도리어 온주 땅에 늙은 진각[영가현각]선사를 생각하니

무단일숙게조계(無端一宿憩曹溪) 무단히 조계산에서 하룻밤을 잤구나.

*중봉명본 <信心名闢義解>

 

찰나만겁비연착(刹那萬劫非延促) 찰나간이 만겁이니 늘여서 그런 게 아니고 바로 찰나가 무량겁이니

불파허공교단장(不把虛空較短長) 허공을 잡아 짧고 긴 것을 비교할 수 없음이라

변여마시환제당(便與麽時還諦當) 문득 이와 같을 때 도리어 알아차려야 할 것이니

차귀문외착상량(且歸門外錯商量) 또한 문 밖에 돌아가서 그릇 상량하지 말지니라.

*중봉명본 <信心名闢義解> ※促 : 악착스러울 착, 급할 촉, 짧을 촉

 

용화선원 215 10월 일요법회(83년)

신세등공화(身世等空華) 이 몸과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허공의 꽃과 같고

이명여분토(利名如糞土) 이익과 명예는 똥 덩어리와 같다

도자합여사(道者合如斯) 도 닦는 사람이 합당히 이와 같이 보면

기시과능소(豈是誇能所) 어찌 능소를 자랑하리요.

 

일념근본미(一念根本迷) 한 생각 근본을 미해 버리면

만사상상축(萬死常相逐) 만 가지 생사문제가 뒤를 따른다

타파진로옥(打破塵勞獄) 진로의 감옥을 때려 부수면

공창환향곡(共唱還鄕曲) 함께 본고향으로 돌아가는 노래를 합창하게 될 것이다.

 

참선무고금(參禪無古今) 참선에는 예와 이제가 없으니

단물외변심(但勿外邊尋) 다못 밖을 향해서 찾지 말아라

타개무진장(打開無盡藏) 다함이 없는 보배를 자기 속에서 개발하면

촬토시황금(撮土是黃金) 흙을 움켜쥐어도 곧 황금이 되어 버릴 것이다.

*중봉명본 <天目中峰和尙廣錄> 17권

 

용화선원 216 강월ㆍ강봉ㆍ강설ㆍ강운 사미계 수계식(83년)

귀의대성존(歸依大聖尊) 대성존께 귀의하옵나니

능발삼도고(能拔三途苦) 능히 삼도의 고를 뽑아 없애고

역원제중생(亦願諸衆生) 모든 중생이

보입무위락(普入無爲樂) 무위락에 들게 하여지이다.

*<석문의범> 사미계 수계의식

 

상보사중은(上報四重恩) 위로는 네가지 중한 은혜를 갚고

하제삼도고(下濟三途苦) 아래로는 삼도의 고를 제도하기 위해서

출가수선도(出家修善道) 출가해서 선도를 닦고자 하오니

통령애청허(統領哀聽許) 조실스님께서는 자비로 허락하여 주옵소서.

 

유전삼계중(流轉三界中) 삼계 가운데를 유전을 하면서

은애미능탈(恩愛未能脫) 무량겁을 두고 그 은애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기은입무위(棄恩入無爲) 이제 그런 세속의 애착을 버리고 무위법에 들어서

진실보은자(眞實報恩者) 진실로 은혜 갚는 자가 되고자 하나이다.

 

훼형수지절(毁形守志節) 속인으로서의 모습을 허물고 출가의 뜻을 지켜

할애사소친(割愛辭所親) 은애를 끊고 친한 분들과 이별하니

출가홍성도(出家弘聖道) 출가해서 성스런 도를 넓혀

원도일체인(願度一切人) 일체 중생을 제도하길 원합니다.

 

가사은애구공처(假使恩愛久共處) 세속의 은애를 버리지를 못하고 오래오래 함께 산다 할지라도

시지명종유이별(時至命終有離別) 시절이 돌아와서 명이 마치면 자연히 이별을 하고 마는 것이다

견차무상수유간(見此無常須臾間) 이렇게 무상함이 수유간에 있는 것을 보기 때문에

시고아금구해탈(是故我今求解脫) 이제 해탈도를 구하고자 합니다.

 

보전주인증작몽(寶殿主人曾作夢) 보배집 주인이 일찍이 꿈을 꾸었는데

무명초무기다년(無明草茂幾多年) 무명초가 무성하기를 몇 해나 되었던가

금향금강봉하락(今向金剛鋒下落) 이제 금강의 칼날 아래 무명초가 떨어지니

무한광명조대천(無限光明照大千) 한없는 광명이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는구나.

*집도게(執刀偈)

 

선재대장부(善哉大丈夫) 착하다, 대장부여

능요세무상(能了世無常) 능히 세상의 무상함을 요달하여

기속취이원(棄俗就泥洹) 속을 버리고 열반의 언덕에 나아가니

희유난사의(希有難思議) 희유하고 불가사의한 일이로다.

 

선재해탈복(善哉解脫服) 좋구나 해탈복이여

무상복전의(無上福田衣) 위없는 복전의 옷이로구나

아금정대수(我今頂戴受) 내가 이제 받들어 머리에 이었으니

세세상득피(世世常得被) 세세생생 항상 이 복전의를 입고자 하나이다.

*탑의게(搭衣偈) / 피(披)로도 쓰임.

 

자종금신지불신(自從今身至佛身) 이 몸으로부터 불신에 이를 때까지

견지금계불훼범(堅持禁戒不毁犯) 굳게 금계를 가져서 범치 않겠나이다

유원제불작증명(唯願諸佛作證明) 오직 바라건대 모든 부처님께서는 증명해주소서

영사신명종불퇴(寧捨身命終不退)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마침내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입지게(立志偈) <석문의범> 수계의식

 

위재치불자(偉哉致佛者) 갸륵하고 장하구나, 부처를 이룰 자여

하인불수희(何人不隨喜) 어느 누가 따라서 기뻐하지 아니하리

부념여시회(復念與時會) 다시금 이 법회를 생각해보니

아금획법리(我今獲法利) 제가 이제 법의 이익을 얻었나이다.

 

상래수계법(上來受戒法) 이상 수계한 법을

개실보회향(皆悉普回向) 널리 회향을 해서

공덕실원만(功德悉圓滿) 그 공덕이 원만해서

이익제함식(利益諸含識) 일체중생을 제도하겠나이다.

 

설만삼천계(設滿三千界) 설사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히

조어진금탑(造於眞金塔) 순금탑을 조성해서 모신다 하더라도

권일자출가(勸一子出家) 한 자식을 권해서 출가시킨

공덕승어피(功德勝於彼) 그 공덕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용화선원 217 추계산철해제(83년)

남북동서무정착(南北東西無定着) 동서남북에 정처가 없고

생애지재일지공(生涯只在一枝筇) 오직 주장자 하나에 온 생애를 다 맡겨 버림이라

설두세작연하미(舌頭細嚼烟霞味) 혀로는 안개와 연기를 씹어 먹고

직입천봉갱만봉(直入千峰更萬峰) 바로 천 봉우리 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만 봉우리를 향해서 간다.

*서산대사 ‘送慧聰禪子’

 

차신성고취(此身誠苦聚) 이 몸은 진실로 괴로움이 뭉쳐진 것이요

삼계진화택(三界眞火宅) 온 세계는 참으로 불집이니라

여아구출몰(汝我俱出沒) 그대와 내가 이 고해 속에 나왔다 죽어 가는데

겁해종난측(劫海終難測) 무량겁 이전부터 미래까지 언제 끝날지 헤아릴 수가 없구나.

*서산대사 ‘寄應禪子兼示神秀沙彌’ / 원문 四大誠苦聚 三界眞火宅

 

천고무인문(千古無人聞) 천고에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는데

만산공두견(萬山空杜鵑) 만산에는 공연히 두견새만 울고 있구나

목동일성적(牧童一聲笛) 목동은 한 소리 젓대를 불면서

기우과석양(騎牛過夕陽) 소를 타고 석양을 지나는구나.

*1,2구 서산대사 '過王將軍墓二  원문 無人問 / 3,4구 서산대사 ‘過故宅’

 

• 용화사 218

 

용화선원 219 11월 일요법회(83년)

안비천말적유사(雁飛天末迹留沙) 기러기가 놀다가 하늘끝으로 날아갔는데 발자국이 모래에 남아 있고

인거황천명재가(人去黃泉名在家) 사람은 황천으로 갔는데 집에 이름만 남아 있더라

채득백화성밀후(採得百花成蜜後) 백가지 꽃에서 꿀을 만들었는데

부지신고위수감(不知辛苦爲誰甘) 괴로움을 알지 못하는 엉뚱한 사람이 맛보게 된다.

*1,2구 <선가귀감> “어떤 사람의 시에~”로 인용됨. 원문 鴻飛 / 3,4구 소동파. 원문 爲誰甛

 

약인정좌일수유(若人靜坐一須臾) 만약 사람이 잠깐 동안 참선을 하면

승조항사칠보탑(勝造恒沙七寶塔) 항하사 모래 수만큼의 칠보탑을 조성해 모신 것보다 수승하니라

보탑필경쇄위진(寶塔畢竟碎爲塵) 칠보탑은 필경에 파괴되어 티끌이 되거니와

일념정진성정각(一念精進成正覺) 잠깐 동안 정진한 인연공덕은 언젠가는 견성성불하게 되기 때문이니라.

*<廣淸凉傳> 문수보살이 무착선사에게 준 게송 / 원문 壞微塵, 一念淨心

 

수설운산천만사(雖說雲山千萬事) 산에 구름 일어나듯이 천가지 만가지 말을 한다 하더라도

해천명월본무언(海天明月本無言) 바다에 떠 있는 밝은 달은 본래로 말이 없느니라.

 

용화선원 220 동안거 결제 및 백일기도입재(83년)

기린난봉불성군(麒麟鸞鳳不成群) 기린과 난봉새는 다른 짐승들과 떼를 짓지 아니하고

척벽촌주나입시(尺璧寸珠那入市) 직경 한자되는 옥과 한치되는 보배구슬이 어찌 시장에 나돌겠는가

늠름위광혼태허(凜凜威光混太虛) 늠름한 위엄스런 빛이 끝없는 태허속에 세차게 흐르고 있건만

천상인간총부지(天上人間總不知) 천상과 인간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구나.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福智無比分 / 원문 總不如

 

도안종래불용선(度岸從來不用船) 저 언덕에 이르는 데는 본래 배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고

탄연대도투장안(坦然大道透長安) 평탄한 대도가 장안으로 똑바로 뚫려 있다

요연원불인타오(了然元不因他悟) 그 길이 요연해서 원래 다른 것을 인해서 깨닫는 것이 아니고

면목분명총일반(面目分明總一般) 면목이 분명한 것이 모두가 다 일반이니라.

*예장종경 <금강경오가해> 化無所化分

 

용화선원 221 12월 일요법회(83년)

사수여운일몽신(似水如雲一夢身) 흐르는 물과 같이 구름과 같이 한꿈의 몸뚱이요

부지차외갱하친(不知此外更何親) 그것밖에는 제일 친한 것을 알지 못하겠다

개중불허용타물(箇中不許容他物) 이낱 가운데 다른 물건 용납함을 허락할 수 없으니

분부황매노상인(分付黃梅路上人) 황매 노상에서 바로 이 도리를 분부하신 것이다.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不受不貪分

 

운중안사수행자(雲中鴈寫數行字) 구름 가운데 기러기가 몇줄 경서를 쓰고 날아가고

간저금탄일곡가(澗低琴彈一曲歌) 돌틈의 시냇물은 거문고를 타고 흘러간다

차중무덕위가용(此中無德爲可用) 이 가운데 가히 쓸 만한 덕이 없어

자유풍월시지음(自由風月是知音) 바람소리와 밝은 달이 진리를 깨달은 소식이더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不受不貪分

 

용화선원 222 임원각궁 영가 천도재(83년)

양자강두양류춘(揚子江頭楊柳春) 양자강 머리에 양류의 봄이 왔는데

양화수쇄도두인(楊花愁殺渡頭人) 버들꽃이 근심스레 피어 있는데 물을 건너는 사람은 오락가락 하는구나

일성장적이정만(一聲長笛離亭晩) 한 소리 긴 젓대는 정자를 떠나 늦었는데(길게 울려 퍼지는데)

군향소상아향진(君向瀟湘我向秦) 그대는 소상으로 떠나고 나는 진나라로 향하는구나.

*唐시인 정곡(鄭谷) ‘淮上別故人’ / 원문 數聲風笛離亭晩

 

안비천말적유사(雁飛天末迹留沙) 기러기가 놀다가 하늘끝으로 날아갔는데 발자국이 모래에 남아 있고

인거황천명재가(人去黃泉名在家) 사람은 황천으로 갔는데 집에 이름만 남아 있더라.

*<선가귀감>에 고인의 싯구로 인용됨 / 원문 鴻飛

 

욕식불조회광처(欲識佛祖回光處) 부처와 조사의 회광처를 알고자 할진댄

일락서산월출동(日落西山月出東) 해는 서산에 지는데 달은 동쪽으로 솟아오르니라

만목청산무촌수(滿目靑山無寸樹) 눈에 가득한 청산에는 한마디의 나무도 없는데

현애살수장부아(懸崖撒手丈夫兒) 천길만길 낭떠러지 절벽에서 손을 놓아버려야만 대장부가 되느니라.

*<다비문> ‘洗手’ ※3,4구 173번 참조

 

용화선원 223 임원각궁 영가 49재(83년)

자소내내관원방(自少來來慣遠方) 어릴 때부터 타관 객지로 돌아다닌 것이 익숙해서

기회형악도소상(幾廻衡岳渡瀟湘) 몇 번이나 형악을 돌고 소상강을 건넜던가

일조답착가향로(一朝踏着家鄕路) 하루아침에 고향에 돌아와 보니

시각도중일월장(始覺途中日月長) 비로소 일평생 동안 방황한 세월이 길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離相寂滅分

 

회한당초일념차(悔恨當初一念差) 당초에 한 생각 잘못 먹은 탓으로

여하유락제왕가(如何流落帝王家) 이렇게 제왕가에 떨어졌구나

아손자유아손복(兒孫自有兒孫福) 자손들은 스스로 복을 타고 났으니

불위아손작우마(不爲兒孫作牛馬) 자손들을 위해 내가 소나 말이 될 필요가 없느니라.

*순치황제 출가시 1,2구와 3,4구는 다른 게송. / 원문 緣何流落

 

백년삼만육천조(百年三萬六千朝) 백년 삼만 육천 날이

불급승가반일한(不及僧家半日閑) 승가의 반나절 한가한 것만 같지 못하구나.

*순치황제 출가시

 

입해산사도비력(入海算沙徒費力)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세느라 헛된 힘을 소비함은

구구미면주홍진(區區未免走紅塵) 구구히 허송세월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니

쟁여운출가진보(爭如運出家珍寶) 어찌 내 집의 보배를 찾아내서

고목생화별시춘(枯木生花別是春) 고목나무에 꽃이 피게 하는 특별한 봄과 같을 것인가.

*야부도천 <금강경오가해> 無爲福勝分

 

용화선원 224 동지차례(83년)

외응중연수처적(外應衆緣隨處寂) 밖으로는 모든 인연을 응하되 곳에 따라서 적적하고

내명일적응무휴(內冥一寂應無虧) 안으로는 한 적적한 데 계합해서 뻑뻑이 이지러짐이 없더라

토리회회여해대(肚裏恢恢如海大) 뱃속은 넓고 넓어서 저 바다와 같이 큰데

일임천차유여무(一任千差有與無) 천가지 만가지 있고 없는 차별에 일임해 버리더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持經功德分 / 肚裏(두리)를 ‘토리’로 읊으심

 

도본무언상적멸(道本無言常寂滅) 도는 본래 말이 없어서 항상 적멸할 뿐이니

호호선양비본심(浩浩宣揚非本心) 팔만법문을 설하셨으나 본심이 아니니라

약지황엽경비전(若知黃葉竟非錢) 만약 누런 잎이 마침내 돈이 아닌 줄 알면

하용애애측이문(何用獃獃側耳聞) 어찌 멍청하게 귀를 기울여 들을 것이 있으리오.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非說所說分 / 원문 不知黃葉

 

용화선원 225 1월 일요법회(84년)

철수화개별시춘(鐵樹花開別時春) 쇠로 된 고목나무에 꽃이 피니 특별한 봄이요

사해향풍종차기(四海香風從此起) 동서남북 사해의 향기로운 바람이 이로부터 일어나는구나

본래성불비타득(本來成佛非他得) 본래 성불해 있는 것이지 다른 곳에서 얻는 것이 아님이라

심약진시도이친(心若眞是道易親) 마음 하나 참되면 도는 친하기 쉬우니라.(바로 얻을 수 있다)

*3,4구 중봉명본 ‘寄同參十首’ 중에서 / 원문 心若眞時

 

사자굴중무이수(獅子窟中無異獸) 사자굴 속에는 다른 짐승이 없고

상왕행처절호종(象王行處絶狐蹤) 코끼리 왕이 행하는 곳에 여우의 발자취가 끊어짐이라

갱파일지무공적(更把一枝無孔笛) 다시 한 가지 구멍없는 젓대를 잡고

등한취출만년환(等閑吹出萬年歡) 멋지게 영원히 행복한 깨달음의 곡조를 불어낼지어다.

*1,2구 낙보원안(樂普元安) <전등록> / 3,4구 천의업해요청(天衣業海了清) 선사 <增集續傳燈錄>

 

용화선원 226 조실스님 9주기 추모재(83.12.02.음)

조실스님께서 직지사 제산스님 회상에서 나와 만공스님 회상에서 지내고, 곡성 태안사를 가시다가 개천을 건너시면서

‘조사서래의’에 대한 공안을 타파하셨던 것입니다.

(조실스님) “누가 나에게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를 묻거든, 담 넘어 외 따오너라.”

이 소견이 터지면서 일체 공안에 걸림이 없는 지혜의 눈을 뜨셨습니다.

 

용화선원 227 성도재(83.12.8음)

일견명성몽변회(一見明星夢便廻) 한 번 밝은 별을 보고 꿈을 문득 돌이켜 깨달으니

천년도핵장청매(千年桃核長靑梅) 천년 묵은 복숭아씨에서 푸른 매화가 자랐구나

수연불시조갱미(雖然不是調羹味) 비록 이 매화가 국의 맛을 고르지는 못하나

증여장군지갈래(曾與將軍止渴來) 일찍이 장군에게 주어서 목마름을 그치게 하였느니라.

*취암 종(翠嵓 宗) <선문염송>

 

심수만경전(心隨萬境轉) 마음은 모든 경계를 따라 구르지만

전처실능유(轉處實能幽) 구르는 곳마다 실로 능히 그윽하다

수류인득성(隨流認得性) 흐름을 따라 성품을 깨달으면

무희역무우(無喜亦無憂) 기쁨도 없고 근심도 없느니라.

*22조 마나라 존자가 23조 학늑나 존자에게 내린 전법게

 

천상천하무여불(天上天下無如佛) 하늘 위 하늘 아래 부처님 같은 분이 없고

시방세계역무비(十方世界亦無比) 시방세계에 또한 견줄 바가 없더라

세간소유아진견(世間所有我盡見) 세간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았지만

일체무유여불자(一切無有如佛者) 부처님 같은 분은 없더라.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살이었을 때 저사불을 친견하고 환희하여 7일간 한발로 서서 찬탄한 게송《대지도론》

 

• 용화사 228

 

용화선원 229 신수기도입재(84년)

만리장공우제시(萬里長空雨霽時) 만 리나 되는 넓은 허공에 비가 개이니

일륜명월영청휘(一輪明月映淸輝) 한바퀴 밝은 달이 밝고 맑게 온천지를 비추는구나

부운엄단천인목(浮雲掩斷千人目) 뜬 구름 한 점이 달을 가려 천 사람의 눈을 가리워 버리니

득견항아면자희(得見姮娥面者稀) 항아의 얼굴을 본 자가 드물구나.

*불감혜근 <禪宗頌古聯珠通集>

 

송백천년취(松栢千年翠) 소나무와 잣나무는 천년 동안을 푸르르되

불입시인의(不入時人意) 세상 사람들이 별로 이뻐할 줄 모르고

모란일일홍(牧丹一日紅) 목단은 하루 동안 빨갛게 예쁘게 피었다 지는데

만성공자취(滿城公子醉) 모든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야단이로구나.

*묘지 확(妙智 廓) <선문염송>

 

용화선원 230 2월 일요법회(84년)

융융화기사춘천(融融和氣似春天) 융융한 화기는 마치 봄 하늘과 같은데

맥홀풍생우늠연(驀忽風生又凜然) 문득 찬바람이 불면 또한 오싹해지는구나

감소옥매능인동(堪笑玉梅能忍凍) 우습다, 옥매는 겨울의 그 추위를 능히 참았다가

위수개락향리변(爲誰開落向籬邊) 누구를 위해서 울타리 가에서 피워 줄 것인가.

*심문 분(心聞 賁) <선문염송>

 

고고산정보보진(高高山頂步步進) 높고 높은 산봉우리는 걸음걸음 차근차근 나아가고

심심해저서서행(深深海底徐徐行) 깊고 깊은 바다 밑도 서서히 갈지니라

십이시중명극칙(十二時中明極則) 열두 때 가운데 극칙[본참공안]을 밝히면

제불무비등한득(諸佛無非等閑得) 삼세제불을 등한히 얻지 않음이 없느니라.(항상 친견할 수 있느니라)

*지비자(知非子) <선문염송> / 원문 高高山頂步步進 虎狼百獸誰敢近 深深海底徐徐行 波濤不顧蛟龍獰 十二時中明極則 諸佛無非等閑得

 

용화선원 231 신수기도회향(84년)

석리장금수변별(石裡藏金誰辨別) 돌 속에 금이 들어 있는 것을 누가 가려낼 것인고

유인단견소흔반(遊人但見蘇痕斑) 놀러 다니는 사람은 얼룩덜룩한 평범한 돌로 볼 것이나

각피석인규득파(却被石人窺得破) 광산하는 돌사람이 보면 금이 들어있는 줄 간파하고

철선재입동정산(鐵船載入洞庭山) 쇠배에 바위를 싣고 동정산으로 들어가더라.

*‘남전참묘’ 공안에 대한 설두 종(雪竇 宗) 선사의 송 / 원문 蘚痕斑

 

벽파심처조어옹(碧波深處釣魚翁) 푸른 물결 깊은 곳에 고기를 낚는 늙은이가

포이견사역이궁(抛餌牽絲力已窮) 낚시밥을 꿰어 던져 고기가 걸려서 잡아당겨야 하는데 끌려다니다가 기진맥진해 버림이라

일도청풍명월리(一棹淸風明月裡) 한 돛대 맑은 바람 밝은 달 속에

부지신재수정궁(不知身在水晶宮) 몸이 수정궁 속에 들어있는 줄을 몰랐더라.

*장산 천(蔣山 泉) <선문염송>

 

분명월상장산호(分明月上長珊瑚) 밝게 달이 뜨니 산호가 길어나고

일단풍광삭태허(一段風光爍太虛) 그 아름다운 풍광이 온 대천세계에 빛이 나더라

대지중생동수용(大地衆生同受用) 온 대지의 중생이 아름다운 풍광을 다 같이 수용하되

여래장리본래무(如來藏裡本來無) 여래장 가운데는 이와 같은 일이 본래 없더라.

*송원숭악 <선문염송>

 

용화선원 232 동안거 해제(84년)

화소산전설천기(花咲山前洩天機) 꽃이 산앞에 피는 것은 천기를 누설함이요

조가임외화무생(鳥歌林外話無生) 새가 숲 밖에서 노래하는 것은 무생을 말함이로다

두두자유무궁의(頭頭自有無窮意) 낱낱이 스스로 무궁한 뜻을 지니고 있음이니

득래무처불봉원(得來無處不逢原) 그 뜻을 얻으면 근원을 만나지 못할 곳이 없더라.

*함허득통 <금강경오가해설의> 如法受持分

 

득지재심응재수(得之在心應在手) 이것을 얻으면 손에 응하며

설월풍화천지구(雪月風花天地久) 눈달이 뜨고 바람꽃이 피기를 천지가 생긴 이후로 오래 되었구나

조조계향오경제(朝朝鷄向五更啼) 아침마다 닭은 오경을 향해서 울고

춘래처처산화수(春來處處山花秀) 봄이 오면 곳곳마다 산꽃이 향기롭구나.

*원문 得之在心 應之在手 雪月風花 天長地久 : <금강경오가해> 離相寂滅分 야부송

 

용화선원 233 3월 일요법회(84년)

추창사하십리춘(惆悵沙河十里春) 쓸쓸한 바닷가 모래사장에 십리의 봄이 왔는데

일번화로일번신(一番花老一番新) 꽃이 한번 늙어서 시들어도 또다시 봄이 오면 꽃이 새로와진다

소루의구사양리(小樓依舊斜陽裏) 작은 다락은 예나 다름없이 해 저문 석양 속에 서 있는데

불견당시수수인(不見當時垂手人) 옛날 그 당시 손을 드리워 주던 그 분은 볼 수가 없구나.

*소동파 ‘戱贈’ / 원문 不見樓中

 

산경무인조불회(山徑無人鳥不回) 산길에 눈이 쌓여 사람이 없는데 새는 돌아오지 않고

고촌암담냉운퇴(孤村暗淡冷雲堆) 외로운 마을은 깜깜한데 차운 구름만 쌓이는구나

원승답파유리계(院僧踏破琉璃界) 절간에 스님은 유리세계를 터벅터벅 걸어서

강상고빙급수래(江上敲氷汲水來) 강위로 가서 얼음을 뚫어 물을 길어 오더라.

*정렴(鄭磏=정북창) ‘黔丹寺雪景’

 

용화선원 234 4월 일요법회(84년)

인인진도아심휴(人人盡道我心休) 사람사람이 다 말하길 나는 마음을 쉬었다 하되

문착하증유지두(問着何曾有地頭) 한바탕 물으면 어찌 설 땅이 있으리오

구설심위만자기(口說心違瞞自己) 입으로는 깨달았다 하되 마음으로는 깨닫지 못했다면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

업하신속임표류(業河迅速任漂流) 업의 강물이 쏜살같이 흘러서 정처없이 육도고해를 표류하고 말 것이니라.

*지문 상(智門 祥) <선문염송>

 

부세영화몽중몽(浮世榮華夢中夢) 사바세계의 영화가 꿈속에 또 꿈을 꾸는 것이요

백운심처호안신(白雲深處好安身) 흰구름 깊은 곳에 조히 몸을 안주할 수밖에는 없더라

윤영동무구미로(輪影動無舊迷路) 달그림자는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되 옛날 다니던 길을 잃지 않고

계화개불대춘풍(桂花開不待春風) 달 속의 계수나무꽃은 봄바람이 불지 아니해도 항상 피어 있더라.

*1,2구 최치원이 신라로 돌아오는 중에 지음 / 3,4구 최치원의 <雙女坟記> , 원문 迷舊路

 

취산개인숙유연(聚散皆因宿有緣) 만났다 헤어지는 것은 다 숙세의 인연으로 말미암음이요

해동나료동차연(海東那料同此筵) 우리는 과거에 무슨 인연으로 금생에 해동의 법회장에서 만났는가

춘정팽진선다음(春亭烹進仙茶飮) 봄 정자에 신선다를 다려서 감로수를 여러분의 이마에 대었는데

청초연화만안전(靑草烟花滿眼前) 푸른 풀과 안개꽃이 눈앞에 가득하다.

*사명대사 ‘次元佶韻二’ / 원문 此同筵

 

용화선원 235 법보재(84년)

일종위배본심왕(一從違背本心王) 한번 본심왕[본래 진여불성]을 어기고 나온 후로

기입삼도역사생(幾入三途歷四生) 몇 번이나 삼악도와 사생[태란습화]을 지나왔던가

금일척제번뇌염(今日滌除煩惱染) 오늘 한 생각 돌이켜 번뇌에 물듦을 깨끗이 씻어버리면

수연의구자환향(隨緣依舊自還鄕) 인연을 따라 본래 생사없는 자성의 고향에 돌아가게 된다.

*<석문의범> 관욕(灌浴) 입실게(入室偈)

 

고혼내입법왕성(孤魂來入法王城) 우주법계의 고혼들이 이 도량에 운집해서 법왕성에 들어왔으니

원각서서차제행(願各徐徐次第行) 원컨대 각 영가들은 차례따라 행해서

종차불회삼계보(從此不會三界報) 이후부터 다시는 삼계에 돌고 도는 것을 끝마치고

직등엄역증원명(直登嚴域證圓明) 바로 보리도에 들어가서 불보살님이 장엄하신 적광토에 나아가게 되었구나.

*예수재(豫修齋) 의식집

 

용화선원 236 춘계산철해제(84년)

무위진인몰형단(無位眞人沒形段) 계급없는 참사람은 형상이 없으나

심상출입면문중(尋常出入面門中) 항상 얼굴을 통해서 출입하더라

약능일념회기료(若能一念回機了) 만약 능히 한생각에 그 기틀을 돌이켜 마치면

답단전광유수성(踏斷電光流水聲) 번갯불과 흐르는 물소리를 밟아서 끊으리라.

*사명대사 ‘有一倭僧求語’ / 원문 倘能一念

 

참선수투조사관(參禪須透祖師關) 참선은 모름지기 조사관을 뚫어야 하고

묘오요궁심로절(妙悟要窮心路絶) 묘한 깨달음은 마침내 마음길이 끊어짐을 요하느니라.

*무문혜개 <무문관>

 

득지재심응재수(得之在心應在手) 이것을 얻으면 손에 응하며

설월풍화천지구(雪月風花天地久) 눈달이 뜨고 바람꽃이 피기를 천지가 생긴 이후로 오래 되었구나

조조계향오경제(朝朝鷄向五更啼) 아침마다 닭은 오경을 향해서 울고

춘래처처산화수(春來處處山花秀) 봄이 오면 곳곳마다 산꽃이 향기롭구나.

*원문 得之在心 應之在手 雪月風花 天長地久 : <금강경오가해> 離相寂滅分 야부송

 

용화선원 237 5월 일요법회(84년)

산하거주칠근납(山河去住七斤衲) 푸른 산과 흐르는 물로 집을 삼는, 일곱근 되는 누더기를 입은 수행자여

우주안위삼척공(宇宙安危三尺筇) 우주세계가 편안커나 위태롭거나 걸림없이, 삼척의 주장자를 짊어졌구나

시아공문본분사(是我空門本分事) 이 부처님의 진리의 본분사에

유하마장주서동(有何魔障走西東) 무슨 마장이 있어서 동으로 갔다 서로 갔다 하느냐.

*사명대사 ‘在竹島 有一儒老 譏山僧 不得停息 以拙謝之’

 

삼가촌리형형례(三街村裏兄兄禮) 삼거리 시골 속에서 형님 형님하면서 서로 인사하고

요시전두부부지(鬧市廛頭父父知) 시끄러운 장 가게 앞에서 아저씨 아저씨하고 알고 지내는구나

일념회기즉재자(一念回機卽在玆) (바로 그 속에서) 한 생각 돌이킬 때 바로 여기에 있으나

호리유차유천리(毫釐有差謬千里) 터럭 끝만큼이라도 어김이 있으면 천리를 그르친다.

*사명대사 ‘贈松源宗長老僧’ 중에서

 

상수징징하파청(上水澄澄下派淸) 윗물이 맑고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경현천고영분명(鏡懸千古映分明) 밝은 거울이 천년을 두고 매달려 있으니 광명이 환히 비추는구나

막연해악귀왕화(邈然海岳歸王化) 막연히 사해와 강산의 모든 사람들이 다 임금님의 어진 정치에 귀화해 돌아오니

자시제현좌태평(自是諸賢佐太平) 이로부터 산하에 숨어있던 어진 사람들이 모여와서 그 임금을 돕더라.

*<作法龜鑑>

 

기래사반갈사음(飢來思飯渴思飮) 배고픔이 오면 밥생각을 하고 목마르면 물마실 생각을 하니

좌와동정상상수(坐臥動靜常相隨) 좌․와․동․정에 항상 그 놈이 나를 따라다닌다

경노음건창해수(鯨怒飮乾滄海水) 큰 고래가 성이 한번 나서 모든 창해의 물을 마셔버리면

월명노출산호지(月明露出珊瑚枝) 달 밝은데 바다 밑에 산호 가지가 환히 노출되더라.

*사명대사 ‘贈松源宗長老僧’ 중에서

 

용화선원 238 부처님오신날(84년)

천지차계다문실(天地此界多聞悉) 하늘 땅 온 우주를 다 둘러보고 들어 보아도

서궁천처시방무(逝宮天處十方無) 어디를 가나 어느 하늘 시방세계를 보나 이와 같은 성현은 없구나

장부우왕대사문(丈夫牛王大沙門) 대장부이시고 큰 소의 왕이시며 대사문이시여

심지산림변무등(尋地山林遍無等) 온 숲속과 온천지를 다 뒤져도 대성현 같은 분은 계시지 않는구나.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살이었을 때 저사불을 친견하고 7일간 한발로 서서 찬탄한 게송. <구사론> 18권

 

천상천하무여불(天上天下無如佛) 하늘 위 하늘 아래 부처님 같은 분이 없고

시방세계역무비(十方世界亦無比) 시방세계에 또한 견줄 바가 없더라

세간소유아진견(世間所有我盡見) 세간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았지만

일체무유여불자(一切無有如佛者) 부처님 같은 분은 없더라.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살이었을 때 저사불을 친견하고 환희하여 7일간 한발로 서서 찬탄한 게송《대지도론》

 

용화선원 239 덕봉(德峯) 이선호 수계식(84년)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 생사해탈이 보통일이 아니니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 긴히 승두[화두]를 잡고 한바탕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을 것 같으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어찌 매화꽃 향기가 코를 침을 얻으리오.

 

용화선원 240 하안거 결제(84년)

정종소식몰자미(正宗消息沒滋味) 정통적인 종문 중의 최상승법[활구참선] 소식은 자미가 없으니

불용여하우약하(不用如何又若何) 이러쿵저러쿵 따지는 것도 소용이 없음이라

타파은산철벽거(打破銀山鐵壁去) 은산철벽을 타파해 버리면

차시방도사생하(此時方渡死生河) 이때에사 비로소 생사의 강을 건너는 것이니라.

*사명대사 ‘贈淳長老’

 

휴설인지단여장(休說人之短與長) 다른 사람의 잘하고 못함을 말하지 말라

비도무익우초앙(非徒無益又招殃) 아무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재앙을 불러들임이라

약능수구여병거(若能守口如甁去) 만약 능히 병마개 틀어막듯이 입을 잘 막아버리면

차시안신제일방(此是安身第一方) 이것이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니라.

*사명대사 ‘贈許生’

 

참선불용다언어(參禪不用多言語) 참선하는데는 말을 많이 아니하는 것이 제일이니

지재심상묵연간(只在尋常黙然看) 다못 앉아서나 서서나 항시 묵연하게 화두를 관해라

조주무자여망각(趙州無字如忘却) 말 안하는 가운데 조주 무자를 망각해 버리면

수구무언아불간(雖口無言我不干) 비록 말을 안한다 하더라도 내가 관계치 못할 일이다. (옳다할 수 없다)

*사명대사 ‘贈默山人’ / 원문 默自看

 

용화선원 241 6월 일요법회(84년)

온포사아귀(溫飽思餓鬼) 등 따습고 배부를 때에는 아귀의 고통을 생각하고

신안염지옥(身安念地獄) 몸이 편안할 때에는 지옥고를 생각할지어다.

수생참괴심(須生慙愧心) 모름지기 부끄러운 마음을 내서

염기근즉각(念起勤卽覺)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부지런히 곧 깨달을지어다.

*서산대사 ‘寄應禪子兼示神秀沙彌’ / 원문 腹飢思餓鬼

 

가소세간애(可笑世間愛) 가히 우습다, 세간의 애정이여

빙소와해시(氷銷瓦解時) 얼음이 녹고 기왓장이 깨지는 때로구나

은다번극한(恩多飜極恨) 은혜와 애정이 많으면 결국은 원한으로 변해버리고

환극각성비(歡極却成悲) 기쁨도 너무 극하면 다시 슬픔으로 돌아져버린다.

*서산대사 ‘太熙沙彌歸寧’ / 원문 恩多翻作恨

 

지계삼천겁(持戒三千劫) 삼천겁 동안 계를 지키고

송경팔만세(誦經八萬歲) 팔만세 동안 경을 외운다 할지라도

불여반식경(不如半食頃) 밥 반 그릇 먹을 동안

단좌염실상(端坐念實相) 단정히 앉아 ‘이뭣고?’ 한 것만 같지 못하다.

 

용화선원 242 7월 일요법회(84년)

방거화쟁발(放去花爭發) 놓아 보냄에 꽃이 다투어 피고

수래수역류(收來水逆流) 거두어들이매 물이 거꾸로 흐르는구나

수지번로배(誰知番虜輩) 누가 변방의 오랑캐들이

개개착피구(箇箇着皮裘) 제각기 가죽옷 입은 것을 알리요.

*해인 신(海印 信) <선문염송>

 

천강동일월(千江同一月) 일천 강에는 동일한 달이 비추고

만호진봉춘(萬戶盡逢春) 어느 집이나 봄이 돌아오면 모두 봄바람을 맞는 것이다

종일주홍진(終日走紅塵) 종일토록 홍진세계에 달음박질치다가

실각자가진(失却自家珍) 자기집 보배를 잃어버리고 마는구나.

*1,2구 용광인(龍光諲) 선사 <오등회원> / 3,4구 분양선소 <人天眼目> 원문 不識自家珍

 

용화선원 243 칠석법회(84년)

수설운산천만사(雖說雲山千萬事) 산에 구름 일어나듯이 천가지 만가지 말을 한다 하더라도

해천명월본무언(海天明月本無言) 바다에 떠 있는 밝은 달은 본래로 말이 없느니라.

일편백운횡곡구(一片白雲橫谷口) 한 조각 흰구름이 골짜기에 가로 놓이니

기다귀조진미소(幾多歸鳥盡迷巢) 얼마나 많은 돌아가는 새가 집을 미했던가.

*3,4구 <五燈會元> ‘조당집(952)’과 ‘오등회원(1252)’에는 洛浦元安, ‘경덕전등록(1004)’엔 樂普元安

 

이인유밀불수지(利刃有蜜不須舐) 날카로운 칼날에 발려있는 꿀을 핥아먹지 말고

고독지가수막상(蠱毒之家水莫嘗) 독약이 있는 우물에 물을 떠 마시지 말아라

시비해리횡신입(是非海裏橫身入) 온갖 시비의 바다 속에 몸을 비껴서 들어가고

표호군중자재행(豹虎群中自在行) 표범이 떼를 이루는 속을 자재하게 나아간다.

*1,2구 대혜종고 <禪宗頌古聯珠通集> / 3,4구 고산 규(鼓山 珪) <禪林類聚>

 

욕초호조다종수(欲招好鳥多種樹) 좋은 새를 초대하고자 할진댄 나무를 많이 심고

원간산색단축장(願看山色短築牆) 저 먼 산 경치를 보고자 할진댄 담을 낮게 쌓을지니라.

*欲養鳥莫如多種樹 -鄭板橋-

 

용화선원 244 8월 일요법회(84년)

옥토승침최로상(玉兎昇沈催老像) 옥토끼(달)는 떴다 졌다 하면서 늙은 모양을 재촉하고

금오출몰촉년광(金烏出沒促年光) 금까마귀(태양)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세월을 재촉하는구나

구명구리여조로(求名求利如朝露) 명예를 구하고 재산을 구함은 아침이슬과 같고

혹고혹영사석연(或苦或榮似夕烟) 혹 괴롭거나 혹 영화스러운 일이 저녁노을과 같구나.

*자경문

 

백년삼만육천조(百年三萬六千朝) 백년 삼만 육천일에

반복원래시자한(返覆元來是這漢) 반복하는 것이 원래 이 놈이로구나.

*오조법연 화상 영찬(影讚)

 

위타위기수미선(爲他爲己雖微善) 남을 위하고 나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여도

개시윤회생사인(皆是輪廻生死因) 다 생사윤회의 원인이 되나니

원입송풍나월하(願入松風蘿月下) 원컨대 솔바람 불고 칡넝쿨 사이로 달이 비치는 곳에 들어가

장관무루조사선(長觀無漏祖師禪) 길이 무루의 조사선을 관하게 되어지이다.

*자경문

 

주지경행수선우(住止經行須善友) 머물러 있거나 거닐거나 좋은 벗을 가까이 하고

신심결택거형진(身心決擇去荊塵) 몸과 마음에 가시덤불과 티끌을 깨끗이 씻어버려라

형진소진통전로(荊塵掃盡通前路) 가시덤불과 티끌을 다 씻어버리면 도 닦을 앞길이 툭 트여서

촌보불리투조관(寸步不離透祖關) 한걸음도 옮기지 아니하고 조사관을 뚫으리라.

*자경문

 

용화선원 245 하안거 해제(84년)

다생원채기어친(多生怨債起於親) 다생의 원수의 빚이 친한데서 일어나니

막약다생불식인(莫若多生不識人) 다생에 사람 아지 못한 것만 같지 못하다.

증위낭자편련객(曾爲浪子偏憐客) 일찍이 방랑생활을 해 보았기 때문에 지나치게 객을 불쌍히 여기고

관애탐배석취인(慣愛貪盃惜醉人) 내가 술을 늘 좋아했으므로, 술취한 사람을 가엾이 여긴다.

*<預修十王生七齋儀纂要> / 원문 1구 古來冤債起哀親 *3,4구 야부송 / 원문 蕩子

 

남북동서무정착(南北東西無定着) 동서남북에 정처가 없고

생애지재일지공(生涯只在一枝筇) 오직 주장자 하나에 온 생애를 다 맡겨 버림이라

설두세작연하미(舌頭細嚼烟霞味) 혀로는 안개와 연기를 씹어먹고

직입천봉갱만봉(直入千峰更萬峰) 바로 천 봉우리 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만 봉우리를 향해서 간다.

*서산대사 ‘送慧聰禪子’

 

취면성와불귀가(醉眠醒臥不歸家) 잔뜩 술에 취해 잠을 자고, 겨우 깨면 누워서 집에 돌아가지 않고

일신유락재천애(一身流落在天涯) 한몸이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저 하늘가에서 유랑하고 있구나

불조위중유부주(佛祖位中留不住) 부처와 조사의 번듯한 그 자리는 마다하고 나와서

야래의구숙노화(夜來依舊宿蘆花) 오늘 밤에도 갈대 꽃밭에서 밤을 지새고 있구나.

*불안청원

 

용화선원 246 추계산철결제(84년)

산중하사기(山中何事奇) 산중에 무슨 일이 기특한고

석상송백다(石上松柏多) 돌 위에는 송백이 많구나

취적기우자(吹笛騎牛者) 젓대를 불며 소를 타고 가는 자여

동서임자재(東西任自在) 동서에 자기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하더라.

*1,2구 서산대사 ‘集孤雲字’ (최치원의 시에 있는 글자를 모아서 시 한편을 지음) / 원문 石上多松柏

*3,4구 서산대사 ‘題牧庵’ / 원문 吹笛騎牛子 東西任意歸 靑原烟雨裏 費盡幾簑衣

 

출가수도배(出家修道輩) 출가 수도하는 선객들이여

재색최선금(財色最先禁) 재물과 색이 가장 먼저 금할 것이니라

군거수구신(群居須口愼) 여럿이 살 때에는 입을 조심할 것이며

독거요방심(獨居要防心) 혼자 있을 때는 마음을 단속함을 조심할지니라.

*서산대사 ‘示明鑑尙珠彦和諸門輩’ / 원문 須愼, 獨處

 

용화선원 247 9월 일요법회(84년)

삼계진화택(三界眞火宅) 욕계 색계 무색계가 참으로 불집이요

사대성고취(四大誠苦聚) 지수화풍 사대는 정말로 괴로움의 덩어리라

여아구출몰(汝我俱出沒) 그대와 내가 이 고해 속에 나왔다 죽어 가는데

겁해종난측(劫海終難測) 무량겁 이전부터 미래까지 언제 끝날지 헤아릴 수가 없구나.

*서산대사 ‘寄應禪子兼示神秀沙彌’ / 원문 四大誠苦聚 三界眞火宅

 

환자구의원(患者求醫員) 환자가 어진 의원 만나기를 구하듯이

영해억모심(嬰孩憶母心) 어린아이가 엄마를 찾듯이

주공친절처(做功親切處) 화두를 들어 의단독로해서 타성일편이 되도록 공부를 지어가면

홍일상동령(紅日上東嶺) 붉은 해가 동쪽 산에 떠오를 것이니라.

*서산대사 ‘贈泉禪和子’ / 원문 病者求醫志, 嬰兒, 上東岑

 

활구참선객(活句參禪客) 활구참선객이여

하인작득쌍(何人作得雙) 어느 사람이 어깨를 견줄 것인가

보연천사일(報緣遷謝日) 사바의 인연이 다하는 날

염왕자귀항(閻王自歸降) 염라대왕이 스스로 귀의하고 항복하리라.

*서산대사 ‘贈熙長老’ / 원문 活句留心客

 

용화선원 248 10월 일요법회(84년)

만산홍록개묘체(滿山紅綠皆妙體) 만산에 붉게 피는 꽃과 푸른 이파리가 모두가 다 진리의 체(體)더라

유수제금역설법(流水啼禽亦說法) 흐르는 물소리와 노래하는 새소리가 또한 전부 부처님의 설법이더라

한행장소석양시(閑行長嘯夕陽時) 한가히 거닐며 길게 휘파람을 부는 해저문 때에

원근추색일양기(遠近秋色一樣奇) 멀고 가까운 가을빛이 한결같이 기특하더라.

*서산대사 ‘賞秋’ / 원문 遠近秋光一樣奇 閑行長嘯夕陽時 滿山紅綠皆精彩 流水啼禽亦說詩

 

원공법계제중생(願共法界諸衆生) 원컨대 법계의 모든 중생들이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成佛道) 다함께 일시에 성불하여지이다.

 

용화선원 249 추계산철해제(84.10.23)

요면삼도해(要免三途海) 삼악도의 고해를 면하고자 하거든

수참활구선(須參活句禪) 모름지기 활구선을 참구할지니라

광음양가석(光陰良可惜) 세월은 진실로 가히 아까운 것이니

신물등한면(愼勿等閑眠) 삼가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말라.

*서산대사 ‘贈洛山懷海禪子’ / 원문 須參六祖禪, 眞可惜

 

역력이빈주(歷歷離賓主) 역력해서 손과 주인을 여의었다

요요절색공(寥寥絶色空) 적적요요해서 색공의 견해도 다 끊어졌다

목전분명취(目前分明取) 형단이 없건만 목전에 분명한 그 놈을 취하라

산립백운중(山立白雲中) 산은 백운 가운데 섰느니라.

*서산대사 ‘贈道能禪子’ / 원문 勤記取

 

용화선원 250 11월 일요법회(84년)

근산무시소(近山無柴燒) 산에 가까이 살되 땔나무가 없고

근수무수긱(近水無水喫) 물에 가까이 살되 먹을 물이 없더라

생불수천당(生不受天堂) 살아서는 천당낙도 받지 아니하고

사불파지옥(死不怕地獄)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질 것도 두려워하지 않더라.

 

응무소주(應無所住) 뻑뻑이 머무른 바 없이

이생기심(而生其心) 그 마음을 낸다.

 

수류상출몰(隨流常出沒) 생사의 흐름을 따라서 항상 나왔다 꺼졌다 하되

불체왕래종(不滯往來蹤) 오고 가는 자취에 걸리지 않음이라

두두무취사(頭頭無取捨) 온갖 것이 버리고 취할 것이 없고

처처절소친(處處絶疎親) 곳곳마다 친소가 끊어짐이라.

*1,2구 처인선사[靈泉山處仁禪師] 《天聖廣燈錄》25권 / 3,4구 월암선과 선사《嘉泰普燈錄》17권, 원문 處處絶親疎

 

만리장공우제시(萬里長空雨霽時) 만 리나 되는 넓은 허공에 비가 개이니

일륜명월영청휘(一輪明月映淸輝) 한바퀴 밝은 달이 밝고 맑게 온천지를 비추는구나

부운엄단천인목(浮雲掩斷千人目) 뜬 구름 한 점이 달을 가려 천 사람의 눈을 가리워 버리니

득견항아면자희(得見姮娥面者稀) 항아의 얼굴을 본 자가 드물구나.

*불감혜근 <禪宗頌古聯珠通集>

 

일파유조수부득(一把柳條收不得) 버들가지 한웅큼 잡아 얻을 수 없어

화풍탑재옥난간(和風搭在玉欄干) 바람과 함께 옥난간에 걸어둡니다.

*송(宋)의 거사, 황정견 ‘회당조심선사 열반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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